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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례명 그리고 오페라 타이스에 대한 개인잡담

 (+오페라 타이스에 대한 약간의 내용이 포함되어 지루합니다 ㄷㄷㄷ)

  제 세례명은 아나스타시아입니다. 다들 그러면 눈이 휘둥그래져서 ‘공주?’ 이럽니다. 네, 러시아 로마노프 왕조의 마지막 공주 아나스타샤가 바로 이 이름입니다. 동방 정교회에서는 이미 성녀로 추대되었다…라는 낭설은 돕니다만, 저는 잘 모르겠고, 그냥 제가 존경하고 인생의 스승으로 따르기로 한 이 성녀분은 굉장히 조용한 삶을 사신 분이셨어요.

  아나스타시아라는 이름을 가지신 분들은 의외로 여러명이 있습니다. 특히 아직 성 안토니우스(성 앙투안의 유혹을 읽다보면 눙물이…;;;)가 살아계셨던 마지막 교부들의 시대였던 이때만 해도 비잔티움 제국(또는 자신들을 그리스 제국이라 칭하기도 했습니다)은 아직은 로마 제국이라 불리었으며 이 시대에는 신앙의 거점이었습니다. 알렉산드리아같은 주요한 도시들이 또한 있었지만 역시 중심은 콘스탄티노플이었겠죠. 당시에 신앙의 옹호자를 자처하는 황제가 살고 있는 곳이었으니까요. 아나스타시아라는 이름은, 이 소아시아와 흑해 연안의 그리스 제국에선 아주아주 흔한 이름이었습니다.

  참고로 아나스타시아라는 이름을 받은 성녀는 모두 4사람입니다.

1. 3월 10일의 성녀 아나스타시아

  자세한 생애는 알 수 없지만 성녀 아나스타시아가 이집트 출신으로서 콘스탄티노플(Constantinople) 궁중의 시녀였음에는 틀림없다. 그녀의 미모가 지극히 뛰어나 황제 유스티니아누스의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에 황후 테오도라의 질투가 극에 달했다고 한다. 하지만 성녀는 온순하고 마음이 착한 사람이었고 또 늘 하느님을 두렵게 여기며 살았으므로, 황제의 총애와 황후의 질투를 피할 양으로 밤중에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Alexandria)로 피신하여 수녀원으로 숨어버렸다.

   황제는 밤낮으로 그녀를 잊지 못하다가 테오도라가 죽은 뒤에 그녀를 찾으려고 노력하였다. 그 소식이 그녀의 귀에 들어갔을 때 성녀 아나스타시아는 사막으로 은신하여 지내다가 다니엘(Daniel) 원장이 지도하는 공동체에 들어갔는데, 다니엘은 그녀를 어느 동굴에서 지내도록 배려하였다. 그래서 그녀는 기도와 고행에 전념하여 높은 경지에 도달하였다. 그 후 그녀의 유해는 콘스탄티노플로 옮겨져 성대하게 안장되었다.

2. 4월 15일의 성녀 아나스타시아

  근거는 희박하지만 성녀 바실리사(Basilissa)와 로마(Roma)의 귀부인 성녀 아나스타시아는 개종자들로서 성 베드로(Petrus)와 성 바오로(Paulus)의 제자가 되었다. 그들은 박해를 받아 죽은 두 성인의 시신을 발견하여 장사지냈는데, 이 일로 인하여 그들 역시 투옥되어 모진 고문을 받은 후 네로 황제의 명에 따라 참수되었다고 한다.

3. 10월 28일의 성녀 아나스타시아

  발레리아누스 황제의 박해 때 로마(Roma)에서 순교한 성녀 아니스타시아는 동정녀였다. 그녀는 총독 프로부스(Probus)에게서 불과 매로 고문을 받았으나 끝끝내 그리스도께 대한 신앙을 고백하였다. 그래서 총독은 그녀의 가슴을 도려내고 이빨을 뽑았으며 손발을 잘라냈다고 한다. 그래도 살아 숨을 쉬면서 배교하지 않자 박해자는 하는 수 없이 참수시켰다는 것이다. 성 키릴루스(Cyrillus)는 그녀가 목말라하는 것을 보고 물을 갖다 주었다가 순교하였다. 그 당시 아나스타시아는 훌륭한 집안의 딸이었고, 동정을 지키려고 혼자 서원하였으며 순교할 당시에는 20세였다고 한다. 현재 이 두 성인은 콘스탄티노플(Constantinople)에서 크게 공경을 받는다.

4. 12월 25일의 성녀 아나스타시아

  판노니아(Pannonia) 시르미움(오늘날 유고슬라비아의 미트로비카) 태생으로 알려진 성녀 아나스타시아는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의 박해 때 감옥에 갇힌 신자들을 만나기 위해 아퀼레이아(Aquileia)에서 시르미움으로 갔다가 붙잡혀 같은 해 12월 25일 팔마리아(Palmaria) 섬에서 참수당했고, 유해는 훗날 성당으로 바뀐 아폴로니아(Apollonia)의 집에 안장되었다.

   전설적인 자료에 의하면 그녀는 로마 귀족 프레텍사투스(Praetexatus)의 딸로서 이방인이던 푸빌리우스(Pubilius)와 결혼하였다. 남편이 죽자 그녀는 페르시아로 선교여행을 떠나 아퀼레이아까지 갔다가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의 박해로 그녀 역시 체포되었다. 그녀는 배에 실려서 팔마리아 섬으로 끌려갔는데, 그 배에는 죄수들이 가득하여 괴롭힘을 당하다가 성녀 테오도타(Theodota)의 도움으로 기적적으로 구출되기도 하였다. 그녀는 5세기부터 로마(Roma)에서 공경을 받고 있으나 그녀에 관한 이야기들은 근거가 희박하다.

  대부분 4월과 10월의 아나스타시아 성녀를 기억하실거 같아요. 하지만 제 세례명은 그분도, 이분도 아니고 3월토끼…..;;;;가 아니라 3월의 아나스타시아 성녀입니다. 은수사로, 그저 전설로 전해져 내려오는 것은 그분의 아름다움과 황제의 구애와 그에 따른 약간은 로맨틱한 그분의 수도원으로의 도피입니다. 어떤 생애를 살고 어떤 저작을 남겼는지는 도무지 단서는 없었어요. 하지만 사람이라는게 정말 육감이라는게 있어서 뭔가 느껴지는 걸까요?

  오오~ 이쁘셨대+_+ 게다가 안전제일!! 순교하신 분이 너무 많아서 안전제일주의라는 썩은 사심도 있었습니다만, 진짜 이유는 이것에 있었어요.

(여기서부터는 오페라(원작소설도 포함) 타이스에 대한 소소한 잡담이 시작이라 좀 산만합니다^^;;;)

  90년대 이후 최고의 타이스라는 찬사를 받는 르네 플레밍 언니. 엄청 예쁘시지 않습니까. 이무렵도 40대인데. 저 순진한 얼굴과 귀여운 표정은 천사같아요+_+ 타이스는 정말 저런 여자였겠구나 싶은 느낌.

  전설의 메사보체, 과체중에도 불구하고 20세기 가장 아름다운 여인일지도 모르겠어요. 몽셰라 카바예 여사가 부른 타이스의 저 거울 독백 장면. 르네 언니가 좀더 자조적으로 ‘타이스, 너는 늙고 말거야’ 하며 씁쓸하게 중얼거리는 느낌이라면, 카바예 여사는 뭐랄까, 애잔한 슬픔이 묻어납니다. 워낙 메사보체라던가, 고음에서 끊어지지 않고 유연하게 넘어가는 독특한 창법을 구사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좀더 목소리 면에서는 산전수전 다 겪은 타이스가 아니라 아직은 순수함이 젊음이 남아 있는 타이스랄까…… (뱀발이지만 제가 이래서 인생을 다 산듯한 지쳐보이는 르네 언니의 비올레타를 좋아하는거 아닙니까^________^)

  Ah! Je suis seule….Dis-moi que je suis belle라는 마스네의 오페라 타이스 중 2막에 나오는 아리아예요. 소화하는 분에 따라 굉장히 어둡고 불길한 느낌까지 드는 노래입니다. 뜻은, ‘아, 난 외롭다…… 내가 아름답다고 말해줘’.

  이게 무슨 달밤에 필라테스 체조를 한답시고 노란 추리닝 입고 이단 옆차기를 하는 쌩쇼야! 라고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배경 설명을 하자면 이렇습니다. 아름다운 알렉산드리아의 여배우, 쿠르티잔인 타이스는 화려한 연회가 끝나고 홀로 자신의 저택에서 문득 두려움에 사로잡힙니다. ‘타이스, 넌 언젠가 늙을 것이다, 늙게 될 거야.’ 그녀는 거울을 향해 끊임없이 중얼거리죠

  오페라에서는 약간 신파조로 흘러갑니다만 아나톨 프랑스의 소설에서는 그녀의 동기가 단순히 늙는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만이 아니었습니다. 이대로 덧없이 흘러가버리는 인생, 그리고 어릴때 그녀를 키워줬던 노예이자, 순교자로 죽음을 맞은 누비아의 성자 테오도르가 가르쳐주었던 영원한 삶과 진리에 대한 동경이지요.

  결국 그녀는 성자라 불리는 수도원장 파프뉘스를 따라나서게 되고 그토록 찾던 지복에 도달하게 됩니다. 열병으로 죽어가면서도 푸른 하늘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동자에는 하느님과 사랑하는 양아버지이자 대부인 테오도르를 드디어 만나게 된다는 기쁨만이 가득할 뿐입니다. “아,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녀와 달리 철저하게 위선적이었던 파프뉘스가 그녀의 곁에서 이제서야 타이스에 대한 사랑과 집착과 욕망에 가득차서 울부짖는 것과는 달리,(자기 친구 니시아스가 그녀의 연인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죽여버릴까 생각까지 하는 엽기성을 보입니다ㄷㄷㄷ) 그가 그토록 ‘더러운 매춘부’라 멸시했던 과거를 지닌 그녀는 구원받습니다. 반면에 위선과 교만에 쩔어 형식적인 신앙만을 중시했던 파프뉘스는 고행한답시고 돌기둥에 올라가고 악마에게 속아서 가짜 성자 노릇까지 하며 사람들을 현혹하는 온갖 기행을 저지른 끝에, 자기 욕망을 깨닫는 순간 결국 인간이 아닌 흡혈귀가 되죠. 그가 그러는 중에도 느낀건 증오와 중2병스러운 쩌는 자기연민(결국은 난 잘났는데 이게 뭐냐라는 식의)과 원한 밖에 없습니다. 당연히 말로가 좋지 않을 수 밖에요. 원래부터 그랬지만 그걸 결국 고치지 못했던 인간이니. 세상엔 훌륭한 수도자도, 사제도 많은데…… 뭐 저런 이뭐병이 다 있나 싶습니다.

  물론 풍자로 광신과 위선을 사정없이 비웃던 아나톨 프랑스이지만, 그러한 파프뉘스 역시 한없는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그 역시 ‘나약한’ 한명의 인간이었기 때문에…… 하긴, 저역시 매일매일 죄악에 찌들어 사는 또 한명의 나약한 인간이기에, 비호감 파프뉘스도 가끔은 불쌍해지더군요. 뭐 저는 성질이 못되어먹어서^^;;;;

  오페라는 신파조를 가미해 좀더 서글프게 마무리를 짓습니다. 남자 주인공은 그녀를 순수하게 구원해주려는, 좀더 강직한 수도사 아타나엘로 바뀌었습니다. 어쩌면 여기에서의 아타나엘은 남자들의 품에서 품으로 옮겨다니며 덧없는 인생을 사는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는 생각을 못하고 그저 연민이려니 생각했는지 모릅니다. 그는 그녀를 데리고 알렉산드리아의 성난 군중들을 뚫고, 먼 사막을 헤쳐나가며 그녀에게 몹시도 다정하고 따뜻한 사랑을 보여줍니다. 단 한번도 타이스가 받지 못했던 그런 종류의 사랑이었죠. 아버지나 오빠같은 혈육과 같은, 또한 진실한 연인과도 같은 그의 사랑에, 지친 타이스를 위해 자신도 역시 지쳤으면서도 물을 떠다주려가는 아타나엘의 듬직한 사랑에, 타이스는 감격하며 ‘저분께 축복이 있기를’ 이라고 작은 소리로 되뇌입니다. 어쩌면 그것은 그들의 가장 순수한 사랑인지도 몰랐습니다. 차라리, 아타나엘이 수도사가 아니었다면 이 오페라는 진실한 사랑에 눈을 뜬 두 연인이 어딘가 먼 변경에서 소박하게 살아나간다는 ‘라 트라비아타’의 해피엔딩 버전이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제목은 ‘오, 하느님의 사자여, 제 손을 씻어주세요’ 성스럽습니다만 실은 솔로지옥 커플천국의 연애 에피소드. 그들의 행복했던 한때. It must have been love라는 옛날 팝이 배경음악에 흘러나와도 그닥 위화감이 없는 저 장면. 워낙 우리 햄프슨 아저쒸의 자상한 눈길이 한몫 했습니다만. 이거 나름대로 성스러운 내용인데 순식간에 사랑 이야기로 탈바꿈시키는 아저쒸의 저력.

  그러고보니 르네 언니 비올레타, 햄프슨 아저씨가 제르몽 역으로 나오는 라 트라비아타는 대체 어떤 분위기일까 생각이 드네요. 이 오페라를 봐서 그런지 둘이 나올 땐 분위기 묘할거 같은데 왠지 ‘훗.. 풋내기는 가라. 역시 연륜있는 남자(게다가 제르몽 아내 여의고 홀몸!!)!’ ‘널 내 며느리감으로 인정할 수 없어! 왜냐하면… 왜냐하면 내 타입이니까! 결혼해주세요♡’ 첫눈에 반해 서로의 마음을 고백하는 두 사람…… 이러면서 손에 손을 맞잡고 도피하며 알프레도는 졸지에 사랑하던 여인을 어머니라 불러야 하는(!) (조셉 칼레야는 니시아스 역으로 타이스에 나왔는데 여기서도 뺏기나요? ㅎㅎㅎ;;) 그러다가 피를 토하며 죽는건 알프레도…… 그런 막장적인 내용이 제 머리 속에 펼쳐집니다.

  하지만 아타나엘은 평생을 하느님께 바치기로 서원한 몸, 그리고 타이스 역시 그렇게 될 운명이었기에 그들은 아쉬운 이별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 다음이 문제였죠. 아타나엘은 아름다운 타이스의 환영에 시달립니다. 아니, 차라리 악몽이겠죠. 환상 속의 그녀는 그를 향해 순진하게 웃기도 하고 매우 유혹적인 자세를 취하기도 합니다. “나도 인간이야, 제길!!!” 두손 두발 다 들어버린 아타나엘은 모든 것을 버릴 각오를 하고 타이스에게 사랑을 고백하러 가지만! 타이스는 그때 죽어가는 중이었습니다. 천상에 대한 이야기만 늘어놓는 그녀를 향해 ‘타이스! 제발 죽지마! 당신을 사랑해!’ 라고 외치는 아타나엘 옵화. 그저 눙물이…(…) 물론 타이스도(무려 원작소설에서조차) ‘그 사막에서의 우리 이야기, 우리가 같이 본 풍경을 기억하나요?’ 하며 못다한 연심을 털어놓는 듯 합니다만, 성녀가 되신 우리 타이스는 우선 하늘나라가 일순위입니다. 연애는 무신! 연애? 그건 먹는건가요? 하늘나라엔 커플 따윈 엄써! 솔로천국 커플지옥!! ㅎㅎㅎ

  아, 눈물 납니다. 사랑하는 여인을 데리고 도망치지도, 또 그녀를 살려낼 능력도 없는 이제는 평범한 남자로 다시 타이스 앞에 선 아타나엘. 그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줄창 우는 것 뿐이었습니다(읭?). 금방이라도 타이스 따라 죽을 것 같은 아타나엘 옵화입니다만, 아 글쎄, 하늘나라엔 연애 따위 없다니까요!! 다시 수도원에 가셔서 성스러운 삶을 계속 사세요. “어차피 인구도 자꾸 늘어나는 판에 무신 연애질에 결혼을 한다고!”(이건 제가 한 말 아닙니다. 과연 누가 한 말일까요오? 맞추시는 분께는 경품을…… 같은건 다 뻥이고, 아마 맞출 수 없을걸요ㅎ)

  그래도, 채워지지 않는 욕망과 원한에 ‘죽은 네 피라도 갖겠다’라며 흡혈귀가 되는 파프뉘스보단, ‘주님, 부디 자비를!’ 처절한 외침에, 죽은 타이스에게 매달려 목놓아 우는 인간적인 아타나엘이 훨씬 낫습니다. 캐릭터 보정이 원작보다 너무나 잘된 오페라의 전형적인 예인듯.

   이건 다른 타이스 공연 장면인데 제가 가장 좋아하는 소프라노 중 하나인 Eva Mei가 나와요. 누워서 노래를 부르는데, 진짜 누워서 저렇게 청아한 노래가 나올까 싶을 지경입니다. 이쪽은 뭐, 진짜 성녀가 죽어가는 분위기. 에바 메이 목소리 자체도 천사같은데, 진짜 회개한 여인-성녀로 보이려고 머리까지 쥐 파먹은듯 밀어놓았어요. 이루어질 수 없는 애처로운 커플 느낌을 살린 플레밍-햄프슨 조합과는 달리 메이-페투시 커플은 아나톨 프랑스의 원작을 살렸나봐요. 정말 천국의 문이 열려 그녀를 맞으러 온 천사를 본듯한 타이스의 황홀감을 에바 메이가 표정과 노래로 잘 표현했다면, 페투시의 아타나엘은 원작 주인공 파프뉘스 못지 않은 짐승남의 포스를 퍽퍽 풍깁니다. 엄마 쟤 기어다녀;;;; 저러다 진짜 원작처럼 죽은 타이스 목 깨물 분위기? 호러다!!! ㅡ0ㅡ;;;;

  이거 뭐 결론은 솔로천국 커플지옥이라는 심오한 메시지(틀려!!)를 던지고 있는 오페라 타이스 이야기가 아니니까, 다시 제 세례명 이야기로 돌아가겠습니다.

  유아세례가 아닌, 스스로 선택해서 입교를 한 경우, 어른이라면 자신이 선택한 세례명을 가진 동일 성인의 삶을 어느정도 모범으로 해서 살 각오를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어찌되었든 자신이 고른 이름, 자신이 존경하는 성인이니까요. 물론 유아세례라 아무것도 모르고 부모가 정하는 대로 한다면 예를 들어 라우렌시오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은 자라서 분통을 터뜨릴 수도 있겠습니다. “하필이면 왜 석쇠구이 성인이냐고요오~!! 왜! 왜!!” 특히 불이라도 나서 머리가 홀랑 타는 이변이라도 당하면 더더욱 부모님이 원망스러울듯 ㅠㅠ

성 라우렌시오에 대한 이야기는 이쪽에. 이분 유머 감각도 엄청나셨다던데요. 한쪽을 구우니 ‘한쪽이 익었네, 뒤집게~’ 그리고 ‘자, 이제 잘 익었으니 드시게나’. 그나저나 이런 얼짱 성인을 석쇠에 굽다니 로마 총독 미친넘…… 아마 열폭했나봅니다. -_-++ 근데 이분 요리사의 수호성인이랍니다.^^;;;;

  뭐, 저런 경우가 아니면 결국은 자신이 고르니까, 그분의 생애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근데 저의 수호성인, 제 세례명의 기원인 아나스타시아 파트리시아(Anastasia Patricia)는 파트리키우스(Patrician) 출신의 아나스타시아란 뜻입니다. Patrician이라는게 원래 고대 로마의 귀족 계층을 가리키는 말이더군요. 유스티니아누스 1세 황제가 다스리던 비잔티움(동로마) 시대에는 매우 고귀한 집안 출신을 가리키는 말로 쓰였던 것 같습니다. 이집트 총독의 딸이었다고도 하고, 그 아내가 될 사람이었다고도 하니까 상당한 계층에서 태어났던 것 같습니다.

  상당한 미모와 좋은 배경의 집안을 타고 태어났기 때문에 테오도라 황후에 질린 유스티니아누스 황제가 꽤나 열렬히 구애했던 것 같습니다. 뭐, 테오도라 황후, 역사상의 여인으로 꽤 매력있죠. 정말 비천한 출신이었습니다. 타이스처럼 무희였고요. 그러나 어느날 극적인 회개를 하면서 그녀는 정치적, 종교적으로 완전히 바뀝니다. 유스티니아누스 1세의 든든한 정치 파트너로서, 또한 극단적인 단성론자로서, 그녀가 후원하던 주교들이(전직창녀 테오도라 황후라고 공공연하게 그들에게 불렸음에도 불구하고) 궁지에 몰리게 되면 도와주는 기지도 발휘했습니다. 한마디로 근사한 여인이었지요. 뭐 전설로는 이 황후의 질투가 두려워 아나스타시아 성녀가 알렉산드리아의 수도원으로 피신했다…… 라고 전해집니다만, 실제로 그랬을까요?

  정치적으로 손을 잡았던 유스티니아누스 1세와의 인연이 그렇게 쉽게 끊어질 것이라고, 질투 하나 때문에 자신의 시녀를 미워했을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물론 사람의 마음이라는게 또 모르겠습니다. 예쁘고 자신보다 젊고 자신과는 달리 곱게 자란 좋은 가문의 여자-라이벌…… 글쎄요, 하지만 이런 말을 했던 배포큰 테오도라 황후가 정말 그녀를 미워했을까요?

만약 지금 폐하께서 목숨을 부지하시기 원하신다면 폐하시여, 곤란할 것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우리에게는 돈도 있고, 눈앞에는 바다가 있고 배도 있습니다. 하지만 생각해 주소서. 그렇게까지 해서 살아남은 뒤, 과연 ‘죽는 것보다야 나았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소첩은 “황제의 옷은 가장 훌륭한 수의”라는 옛 말을 옳게 여기옵니다.

- 니카 반란 때 겁에 질려 도망가려던 유스티니아누스 1세의 앞을 막아서며.

  이 정도의 배짱있는 여인이 단순히 남편의 사랑을 놓고 질투를 할리가 없습니다. 만약 그녀가 아나스타시아를 견제했다면 그건 황후의 자리를 놓고…… 였을 겁니다. 애초에 애정보다는 정치적인 야망이 비슷했던 남자와 결혼하여 권력을 추구하던 여인이라면, 아니 여걸이라면 감히 황후의 자리를 알짱대며 넘보는 잔챙이같은 것들은 쓸어버려야 마땅했겠죠. 그녀에겐 얼마든지 싸움을 걸 힘도 배짱도 남아 돌았습니다. 또한 그녀가 믿었던 그리스도 단성론과 유스티니아누스의 종교화합 정책이 충돌했을 수도 있습니다. 정통으로 인정된 교리를 믿고 있던 아나스타시아는 어쩌면 새로운 황후 후보로 적당했을 수도 있고, 그녀가 배짱만 있다면 유스티니아누스의 총애를 걸고 황후와 싸움을 벌였을 수도 있었겠습니다. 하지만 그랬다면 비참한 죽음 뿐(테오도라는 쉽게 이길 수 있는 여자도 아니고, 운도 억세게 좋았습니다), 지금처럼 성녀가 되시진 않았겠지요.

  그러나 아나스타시아는 그렇지 못했죠. 아무리 좋은 가문 출신이라고 한들 야망도 없고, 순수하게 신앙심만을 가지고 살던 소박한 그녀에게 황후와의 암투는 또 뭐란 말입니까. 모든 것을 내려놓고 수도원에 자신의 믿음만을 가지고 간 그녀를, 황후는 후환이 두려워 암살… 같은 것은 생각하지 않았을 겁니다. 왜 그러겠어요? 아나스타시아는 힘이 약했고, 배짱도 없었으며, 황후와 싸울 마음도, 황제를 사랑하는 마음도 없었습니다. 그녀의 마음 속엔 오로지 하느님만이 있었을 뿐입니다.

  어린 소녀들의 인신매매를 금지하고, 자신도 한때 그 처지였던 떠도는 창녀와 무희들을 위해 집을 마련해주고, 여성에게 불리한 각종 법을 개선했던 자상함, 그러나 한편으로는 자신의 정적들을 비정하게 제거했던 일면을 지닌 철의 황후는 오히려 성녀를 가엾고 딱하게 생각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부럽기도 했겠죠. 저렇게 순수한 신앙심을 가질 수 있을까? 극적으로 자신의 젊은 시절 방탕했던 생활을 바꾸며 회개했던 황후로서는 어쩌면 정말 부러웠을지도 모릅니다.

  몇년 후, 수도원에서 살던 아나스타시아의 행복한 생활은 테오도라 황후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파토납니다(아니, 이런 속세스런 표현을!!). 황후는 아주 오래전부터 암으로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죽는 전날까지 화려한 치장을 하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연회에 참석하여 황제의 곁을 지켰다고 하니, 독하다면 독하다고 할 수 있고, 진짜 여걸이라고 하면 여걸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그래도 이런 삶은 별로 살고 싶지 않습니다. 왠지 안 행복해보여서요. 진짜루요…)

  이후 정치능력의 한계를 들어내며 ‘테오도라쨩이 없으니 아무것도 안돼!!’ 덕후같이 굴던 황제는, 어디선가 아나스타시아가 아직도 살아있다더라 하는 소문을 주워듣습니다. 꿈에도 못잊던 그녀, 종교문제도 왠지 해결해줄거 같고, 후계자가 될만한 아들도 아직 없는 상태입니다. 아싸, 좋다~ 무력을 동원해서라도 데려와라~ 하지만 이런 덕후와 결혼하느니(개인적인 편견으로, 동방교회 성인이라고 해도 아내 아니었으면 대제 칭호는 절대 못받았을 듯한 유스티니아누스를 매우 싫어합니다 -_-) 지금까지 유지했던 행복하고 청빈한 생활이 좋잖아요? 그녀는 극단적인 선택을 합니다.

  우선 여자의 아름다움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머리를 과감히 잘라버립니다. 이집트 사막의 어느 구석탱이로 가서, 그녀는 수도원의 다니엘 수도원장을 만나 남자로 변장한 채 수도자의 옷을 입고 어느 동굴에서 은거하며 신앙 생활을 할 수 있는 허락을 받습니다. 사실, 여자로서는 꽤 힘든 일이죠. 뭔가 안전제일주의인줄 알았더니 순교 못지 않게 힘든 삶입니다. 성녀는 아무나 되는게 아니군요;;;;;;

  그녀가 그렇게 은거하고 산지 28년 후, 다니엘 수도원장은 우연치않게 ‘삽을 가지고 이리로 오세요’ 라는 메시지가 쓰여진 나무판을 발견합니다. 직감적으로 그는 아나스타시아의 죽음을 눈치챘습니다. 그가 동굴에 도착하자, 죽음에 임박한 성녀는 그에게 자신의 생애의 전부를 고백하였고 그는 그것을 기록하였습니다. 죽고 나서(하느님의 품 안에 안겼다는 것이 적당할까요…;;;) 그녀는 콘스탄티노플에 안장되어 엄청난 공경을받으며 성녀로 시성되었습니다.

  이상이 우리나라 성인목록보다는 자세히 나오는 외국 위키의 설명인데, 사실 뭐랄까…… 전설일 수도 있는 이야기지만 감명받았습니다. 단순히 예쁘다, 안전제일주의에 혹한게 아니라…… 이렇게 살 수도 있구나 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사실 이분은 마음만 먹으면 좀더 편하게 살 수도 있었을 겁니다. 황후에게 붙어서 다른 사람과 결혼하여 좀더 변방으로 가서 살 수도 있었고, 정치적인 참견을 하지 않는 황제의 애인으로서 나름 화려한 궁중의 삶을 살 수도 있었을 겁니다. 비잔티움 왕조의 사치가 뭐 이만저만 화려한가요?

  그런 많은 삶의 선택 중에 하필이면 선택한 것이 남자로 위장하여 아름다운 외모를 거칠게 하고 도저히 음식이라고 할 수 없는 말라 비틀어진 빵과 식수로도 쓰기 위험한 물을 겨우 한끼 정도 섭취하면서, 하루종일 기도와 독서에 전념하며, 그도 아니면 바구니같은 것이라도 짜는 노동을 한다는건……ㄷㄷㄷㄷ 성 앙투안의 유혹이라는 플로베르의 소설 일부분만 봐도 당시 수도사의 삶이 얼마나 험난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지금도 수도생활에 헌신하시는 분들은 고생에 고생이지만, 그래도 사막에 은거하시진 않잖아요^^;;;

  바로 이런 점에 꽂혔습니다.

  아나스타시아 성녀는 아마도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한탄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녀에게는 그런 절대고독의 은둔과 기도와 독서같은 것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얼마 안되는 보잘것없는 것들이 아마도 지상의 온갖 좋은 것보다 더 좋았던게 아닐까요? 그녀는 정말 행복한 삶을 살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동굴의 벽이 만들어내는 어둠과 고요함에 잠겨, 관상기도로 하느님과 대화를 하면서 말입니다.

  여전히 제 쓸데없는 지식의 이성은 ‘가톨릭은 아마도 가장 흥미로운, 민속종교가 원형을 유지하는 세계종교다’ 라는 엘리아데 식 흥미가 고개를 쳐들기는 합니다만, 왠지 가장 어렵고 가장 힘들다는 관상기도는 참으로 행복할 것 같습니다. 머리는 사실 차갑지만, 마음 속은 입교를 하고 예비자로 교육을 받으면서도 참 편안했습니다. 심지어는 창가에 떨어지는, 겨울날의 따뜻한 햇빛 한자락도 마치 하느님의 옷자락이 내려온 듯, 묘한 행복감이 들었으니까요. 관상기도는 역시 그보다는 백배 천배 더 행복하지 않을까요? 신과의 침묵의 대화……

  기도문을 아직도 못 외우는 미련한 저는 뭐랄까, 그냥 자기 전에, 깨어나서 십자가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조근조근 오늘 하루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예수님께, 하느님께, 삼위일체를 이루시는 성령께…… ‘저는 아직도 배가 고파요. 다이어트 실패한 것일까요?’ ‘저는 아직도 모자란가봐요. 화가 나고 이해를 못하겠어요.’ 밑도 끝도 없는 투정을 들어주시며 웃으시는 예수님이 문득 떠오릅니다. 뭐, 저같은 것에게 나타나시겠어요? 그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러다보면 어느새 행복해지는거죠. 아나스타시아 성녀님은 이보다 백배는 행복한 느낌을 지니고 사셨을거라 생각하며, 저는 오늘도 그분께 살포시 말을 걸어봅니다. “성녀님, 오롯이 자신을 비우고 주님께 내어드릴 수 있는 하루가 될 수 있도록, 빌어주소서. 마치 당신이 그랬던 것처럼.”

주절주절 책이야기(카페 마리 이야기도 잠깐)

  일요일 오후 카페 마리 희망도서전에 갔다왔습니다. 사람들도 제법 많이 모이고, 책도 많이 팔린 것 같아 기분이 흐뭇했어요. 물론 제가 갔을 땐 저녁때라 그런지 사람들이 많이 줄었지만요.

  아끼고 아끼던 젤라즈니의 앰버연대기 전권과 알퐁스 무하 일러스트집(우리나라에는 발매된 것이 없고, 무하가 직접 발행해서 결국 자기 예술 생명을 깎아먹은 매뉴얼입니다. 일본판으로 샀어요)을 눈물을 머금고 기증! 마침 돈이 없어서(왜 하필 나는 음료수를 사먹었을까, 전전날 옷은 왜 샀을까?;;;) 전혜린씨의 전설적인 번역작 ‘생의 한가운데’는 못사고 말았어요.

  그런데 기증 도서는 무조건 3-4천원이라고 하는데 글쎄 이런 귀한 보물을 득템했지 뭔가요?

악의 역사 2편 : 사탄/제프리 러셀 버튼

저 뭔가 매우 무서운 뻘건 글씨!

  제프리 러셀 버튼 교수의 악의 역사 총서 시리즈 중 하나입니다. 이전에 악의 문화사라고 해서 간단하게 매뉴얼 정도가 나왔는데 평생 이 저작에 힘을 기울였다고 하지요. 그렇다고 무슨 마법이 어쩌고 종교재판에서 누가 죽고 어쩌고 하는 선정적인 피바다 이야기가 아니라 어떤 식으로 악이 선에 대항하여 정의되었으며 초대 교부들의 사상을 쉽게 설명하며 또 당시에 널리 퍼졌던 그노시스 사상에서의 악의 의미도 다루고 있습니다. 매우 공정한 시선으로 보기 때문에, ‘아놔, 왜 우리 성인을 씹고 ㅈ롤이에요! 성인 00님이 얼마나 착하신데!’ 라고 딴지를 감히 걸 수가 없습니다. 선을 지향한다면, 악이라는 것의 실체도 알아야죠. 그리고 뭔가 ‘악으로 불린 것들을 옹호한다’라는 생각을 하신 분들은 마지막권인 ‘메피스토텔레스’에서는 책을 아예 집어던지게 될 겁니다.

  버튼 교수는 특별히 종교가 없습니다만, 단순히 인간의 충동에서 나오는 악이 아닌, 무언가 정의할 수 없는 거대한 악의 실체를 느끼며 그에 따른 대항 방법(선이란 이런 것이다!)으로 도스예프스키의 ‘까라마조프의 형제들’과 플래너리 오코너의 책을 들고 있습니다.

 중세사상사/클라우스 리젠후버

보기만 해도 머리 아파보이는 표지! 아놔~ 왜 얘도 뻘겋지?!!

  버튼 교수의 책과 쌍으로 읽어주면 정말 좋을 책. 이 책의 저자인 클라우스 리젠후버는 예수회 신부이자 현재 중세 종교 사상의 최고 학자 중 한명, 일본의 조치 대학교 중세 사상 연구소 소장을 겸하고 있으시다고 합니다.

  근데 뭐 신부님이라고 해서, 자 우리 교부들의 사상은 너무 훌륭해요~ 니들은 나빠~ 꼬죠~ 이런식은 아니고, 일반 독자(타 종교 및 비종교인 포함)들을 위해 알기 쉽게 정리해놨다고 할까요. 특히 스콜라 사상은, 솔직히 대학교 교양강의로 철학사를 선택했을때도 무지하게 졸면서 들었는데(오히려 동양사상사를 더 재미있게 들은 이유는 뭘까요 ㅎ) 전혀 이해되지 않던 것이 조금씩 머리에 들어오는 느낌입니다. 이 양반이 쓰신 중세사상원전집성 전 20권을 너무나도 보고 싶은 느낌이 납니다만, 국내에선 당연히 발매되기 희박할겁니다. 신학교에서도 안 가르칠걸요(!)

  아무튼 이분들 책을 조금씩 읽다보면 요새 읽고 있는 에디트 슈타인 전기(수자와 카오리 저)도 대충 이해가 갈거 같아요. 사실 이분의 생애가 나오다 잠깐씩 이분의 노트가 나오면 어렵습니다. 이분이 어떤 식으로 스콜라 철학을 현대에 접합시키고 있는지는 당연히 저도 모르지요. 영어로는 도저히 해독 불가란 말이에요!! 어느 능력자가 좀 도와주세요 ㅠㅠ

 

 성 앙투안느의 유혹/구스타브 플로베르

새벽에 보다보면 정말 정신줄 놓게 되는 책!

  초기 교부들 이야기 더 알고 싶으시면 자세한 주석이 달린 플로베르의 역작 ‘성 앙투안느의 유혹’을 권합니다. 얘는 진짜 새벽에 읽다보면 정신줄 놓아요. 희곡소설이라고 하는데 진짜, 이걸 영화나 연극으로 만들면 왠만한 블록버스터는 저리갈듯……(등장인물이 몇인지)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성인 안토니우스님이 나옵니다. 조용히 수행하겠다는데 7대죄악이랑 악마가 나와서 계속 방해를 해요. 게다가 성 테르툴리아누스도 찬조출연하셔서 스승 꺼지셈~ 이런 욕먹고 들어가시고;;; 근데 성 테르툴리아누스님이 막판에 몬타누스파에 기울어져서 다 말아먹었다는 이야기는 먼가효?!! 그래서 엄청나게 많은 그노시스파들 사이에서 끼어서 ‘야, 이놈아. 알고보니 그게 아니더라’ 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저는 여기서 카인교도들이나 몬타누스파같은건 또 처음 알았어요.(특히 몬타누스 완전 미친 쉐이ㄷㄷㄷ)

  흠… 이거 뭐 옛날에도 뭐 이상한~ 애들이 많았군요. 그노시스는 진짜, 말이 된다 처음엔 생각이 되도 나중에 점점 알고보면 괴상한 파입니다. 거기다 무슨놈의 파벌이 그렇게 많은지….안습;;;; 아무튼, 초기 교부의 이야기나 아니면 당시 교부들 사상과 같이 공존하고 있던 사상들을 알아보시려면 꽤 도움이 되요. 왜냐면 플로베르가 철저하게 자료 조사를 했기 때문이죠(우훗~) 그러나 친구들은 ‘야, 그거 쓰레기 글이야 태워버려.’ 이랬기 때문에 플로베르는 세번이나 고쳐쓰며 ‘이 작품은 내 최고 걸작이라구우!!’ 하며 절규했습니다만, 당대에는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게 초역이래요. 지만지에서는 세번째 판본인가를 내놓았는데 거의 축소해서 뭔소리인지도 모르고(완역좀 하지 그래), 열린책들이 진짜 큰일 해냈습니다. 역자가 이거 작업하다 시력 상실될 뻔 했다는 일화도 있고요.

  근데 이거 뭐, 플로베르가 동인남도 아닌데 거의 7대 죄악이랑 악마가 안토니우스 성자께 올인하더군요. 아직은 팔팔한, 그닥 늙지 않은 안토니우스님(맨날 늙게 묘사되는데 여기서는 무슨 성 세바스티아누스처럼 미남으로 묘사되는 듯한 느낌이;;)…… 결국은 웃옷 벗고(꺄아~) 채찍으로 자기 몸을 내리치다 혼절하는 SM 퍼포먼스를 펼칩니다.

  

  겉 장에서부터 ‘악마님들, 제발 나 좀 내버려둬요’

 (동인녀가 보면 침흘릴 대사잖아, 이거!! 앙탈수 성 안토니우스…(…) 너 벼락맞어;;;;)

  ‘오빠! 우린 오퐈 팬이에요! 오퐈 없인 못살아요~!’

  ‘안돼! 큣트하고 퓨어한 안토니짜응은 나으 것이라능, 안토니짜으으응~~’

  이건 뭐 오덕들이 따로 없네요. 책의 내용이 거의 이런 느낌입니다. 그만 좀 괴롭혀!! 좀 성자답게 사시겠다는데 왜 괴롭히고 ㅈㄹ이니? ㅠㅠㅠㅠ 아무튼 엄청 불쌍해요. 성인이십니다만,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이런 상태로 몇십년을 괴롭힘 당했대요. 아, 어디 손수건이 없나.ㅠㅠ

 (아까부터 지옥 갈 소리만 골라하는 아~놔~ 입니다. 아, 지옥은 솔직히 싫은데…ㄷㄷㄷ)

  저는 중세 쪽에 관심이 있다보니 아날학파에 어쩌다가 손을 댔는데, 결국은 여기까지 이르고 말았군뇨 ㅠㅠ 하긴 중세가 종교 아니면 뭐 돌아가기 힘든 구조다보니;;; 종교 사상 이해는 필수이지요. 근데 아날 학파는 솔직히 너무 어렵다는… 그나마 조르주 뒤비라든가 마르크 블로크는 굉장히 재미있고 이해가 쉽게 글을 쓰고 있습니다만!! 뤼시엥 페브르는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먹을 수도 없어요.

  

  16세기의 무신앙 문제/루시앙 페브르

글씨 일단 작고… 너무 빽빽해서 가독성, 독자를 위한 배려라고는 요만큼도 없는..ㄷㄷㄷ

  내 생애 가장 재수없는 책…… 이라고 말한다면 거품 무실 분 여러명 계실 듯;;; 일단 현재 페브르의 라블레를 통한 16세기의 무신앙적인 측면을 밝히는 건 지금 최신 학파에 의하면…. 오류랍니다. (그럼 난 왜 이 책을 산거야!! 값도 비쌌다궁!! ㅠㅠㅠㅠ) 길죠, 빽빽하죠. 장수가 645쪽이나 되어요. 거기다 루시앙 페브르는 대화를 하는건지 이건 뭐 제임스 조이스 문체를 쓰는건지, 도저히 인문학같아 보이지는 않아요. 진짜 피본 책ㅠㅠ 그래도 기증하거나 팔진 않으렵니다. 제가 이 책을 완전히 읽을 때까지. 이제 겨우 3장까지 나갔어요. 그 이상 읽으면 졸리기 때문에!!

 중세말의 환상과 엽기 : 히에로니무스 보스/월터 S 기브슨

현재 또 하나 보고 있는 책. 엘그레코보다 이쪽이 미술사적 접근을 해서 그런지 어렵… ㅠㅠ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그림을 워낙 좋아해서 읽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난해해요. 시공아트총서 시리즈가 은근히 어려운게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도 보스가 무덤에서 벌떡 일어나서 좋아라 춤을 출 내용이 담겨 있는데, 이 양반 엽기 그림으로 이단이다 비밀종파다 하며 말이 많았다죠. 이 글을 쓴 기브슨 교수는 실제로는 보스의 그림들은 당시 중세의 일반적인 사람들이라면 으례 듣는 훈화며 설교, 교훈집 등에서 뇌리에 박힌 사상을 그대로 은유하여 보여주고 있다고 합니다. 즉, 보스는 정상적인 사람이었던거죠.^^;;;;

  그러니 이제부터 히에로니무스 보스를 펠리시앙 롭스랑 비슷한 부류로 착각하지 맙시다. 롭스 그림 보여주고, ‘아 이 사람 그림 당신거랑 비슷한데?’ 이 소리 들으면 보스씨, 저승에서 편히 못쉽니다 ㄷㄷㄷ

 중세의 가을/요한 호이징가

역시 가독성은 너무나 떨어지는 불친절한 책. 그러나 재미있다!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그림을 이해하는데 가장 좋은 책으로 기브슨 교수가 꼽은 책. 바로 전설적인 중세학자 요한 호이징가가 쓴 에세이 형식의(라고 쓰고 마구 휘갈겼다 읽는다) 15세기 사람들의 의식구조에 대한 책. 중세에서 르네상스로 넘어가는 이 시기는 너무나 불안정하기 이를데 없고 엽기적인 취미들을 다들 하나씩 갖고 있었던거 같아요. 유골숭배..ㄷㄷㄷ 신나게 파티하고 춤추고 먹고 마시다가 갑자기 옷을 찢고;;; 수도원에 뛰쳐들어가 금식을 하며 참회기도를 올립니다. 뭐 이런 사람들이 한둘이어야지요. 확실히, 항해술과 인쇄술의 발달과 함께 찾아오는 ‘새로운 시대’는 그들에게는 공포 그 자체였던 모양이에요. 그렇다고 정줄놨다고 단정짓진 말아야죠. 이 분들의 시각에서는 오히려 우리들이 ‘정줄놓은’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ㅋ

 마녀와 베난단티의 밤의 전투(16세기와 17세기의 마법과 농경의식)/카를로 긴즈부르그

이제 막판임다… 이책은 진짜 추천!

  미시사의 태동을 알렸다는, 현재 최고의 미시사 학자 카를로 긴즈부르그가 처음으로 쓴 책. 원래는 논문이었다고 합니다. 16세기, 17세기에 새로운 사상에 눈을 뜨기도 하지만 그 반면 오래전 묻혀져 있던 어떤 토속적인 신앙도 발견이 되었던 모양입니다. 한마디로 태반 쓰고 나온 사람들은 착한 마법사가 되어 사악한 마법사와 싸워 풍작을 가져온다는 뭐 그런 판타지스런 얘기. 근데 진짜 믿은 사람이 한둘이 아닌가 봅니다. 그래도 마법에 비교적 관대한 이탈리아라, 결국은 이단과 마녀의 혐의를 뒤집어쓰긴 했지만 막상 희생된 사람은 별로 없었습니다. 다들 야단이나 맞고 보속이나 받고 끝났지요.

 치즈와 구더기 : 16세기 한 방앗간 주인의 우주관/카를로 긴즈부르그

베난단티랑 같이 엮어서 읽으면 재미있어요.

  카를로 긴즈부르그 최고의 베스트셀러입니다. 프리울리에는 당시로서는 ‘정줄놓은’ 사람들이 많이 살았나봐요. 아니, 그만큼 어떤 토착신앙도 오랫동안 뿌리를 박고 존재하고 있었던걸까요? 새로운 사상과 종교 분리가 일어나면서 위기를 느낀 교회에 도전장을 내민 남자! 다름아닌 별거 아닌 방앗간 주인입니다.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그는 마치 이탈리아에서 루터가 되살아난 것처럼 온갖 비리와 부정들을 고발합니다. 게다가 독특한 우주관도 가져요. 너무 기니까 관련 내용을 링크합니다.

 http://www.yes24.com/24/goods/240742?scode=032&OzSrank=1

  프리울리에서 자신이 베난단티라고 믿었던 사람들은 그래도 무사했지만, 이 방앗간 주인 메노키오는 결국 재판에 재판을 거듭하며 화형당합니다. 왜냐고요? 그가 주장한 것들은 그당시로서는 너무나 거창한 것들이었고, 당시의 권위에 반발하는 것들 투성이었습니다. 뭐 아무래도 제 종교적 관념상 이분 이론을 받아들이기는 힘들지만(이 아니라 뭐 거의 껄끄럽죠ㅎㅎㅎ) 나름 재미있어요. 또한 당시에 아무리 재세례파나 루터파와 접촉하고 당시의 부패한 종교와 정치를 비판하는 서적들을 읽었다고 하나, 그의 사상은 너무나 독창적입니다. 긴즈부르그가 그 먼지 쌓인 재판기록에서 발견하지 않았다면 이 얼마나 근사한 이야기가 묻혀버렸겠어요. 긴즈부르그에게 박수!!

  이상으로 제가 주로 읽고 있는 경향의 책들을 골라 뽑아봤습니다. 나름 재미있는 책이니 읽으셔도 될것 같아요. 아참, 문학사상사와 트위터 맞팔 사이인데 가독성 어쩌고 씹어댔으니 언팔당하는거 아닌가요? ㄷㄷㄷ

  마지막으로 카페 마리가 있는 거리 사진 한 장.

  저에겐 나름대로 추억이 있는 거리였습니다. 마리에서 차를 마시고, 친구 또는 남자친구와 영화를 보고, 그리고 순두부 국수를(양많고 값싼) 먹으러 가던 그런 곳이었어요.

  그런데 없앤답니다. 미관상 보기 싫다는 이유 하나겠지요. 그런 식으로 말하자면, 우리에게는 몹시도 신기하고 예뻐 보이는 유럽의 그 좁은 골목길들은 어쩌면 유럽 사람들은 흔히 봐서 질리고 너무 오래된 거리 같아보이지 않을까요?

  갈아 엎고 새로 짓는 것보다는 조금씩 다듬어 오래된 거리나마 운치가 있게 보이는 것이 더 멋지고 관광객도 끌어들일 거라는게 제 생각이에요.

  휴… ㅠㅠ 그 동안 보던 가게들이 다들 닫아서 말이 아니더라구요. 제가 예전에 찾던 곳들이 간판만 남아 서글프기도 하고, 그곳을 꿋꿋하게 지키는 분들이 너무나 듬직해서 말이라도 걸어보고 싶었지만 수줍수줍~ 그냥 희망도서전 하던 분과 몇마디만 주고 받고 왔어요.

  오는데 돌아서서 이 사진을 찍었습니다. 얼마나 마음이 찡하던지.

  제 추억들이 하나하나 없어져가고 있습니다. 나름대로 저에겐 아름다운 추억들인데.

  여러분에겐 어떤 추억들일까요? 지금은 사라진 그 거리들이 정말 갈아엎어버리고 높은 빌딩이랑 음악이 꽝꽝 울리는 시끄러운 쇼핑몰을 지어야 할만큼 보기 싫은 추억들이었습니까?

Novena Of The Holy Spirit by Edith Stein

Novena Of The Holy Spirit

Who are you, sweet light, that fills me
And illumines the darkness of my heart?
You lead me like a mother’s hand,
And should you let go of me,
I would not know how to take another step.
You are the space
That embraces my being and buries it in yourself.
Away from you it sinks into the abyss
Of nothingness, from which you raised it to the light.
You, nearer to me than I to myself
And more interior than my most interior
And still impalpable and intangible
And beyond any name:
Holy Spirit eternal love!

Are you not the sweet manna
That from the Son’s heart
Overflows into my heart,
The food of angels and the blessed?
He who raised himself from death to life,
He has also awakened me to new life
From the sleep of death.
And he gives me new life from day to day,
And at some time his fullness is to stream through me,
Life of your life indeed, you yourself:
Holy Spirit eternal life!

Are you the ray
That flashes down from the eternal Judge’s throne
And breaks into the night of the soul
That had never known itself?
Mercifully relentlessly
It penetrates hidden folds.
Alarmed at seeing itself,
The self makes space for holy fear,
The beginning of that wisdom
That comes from on high
And anchors us firmly in the heights,
Your action,
That creates us anew:
Holy Spirit ray that penetrates everything!

Are you the spirit’s fullness and the power
By which the Lamb releases the seal
Of God’s eternal decree?
Driven by you
The messengers of judgment ride through the world
And separate with a sharp sword
The kingdom of light from the kingdom of night.
Then heaven becomes new and new the earth,
And all finds its proper place
Through your breath:
Holy Spirit victorious power!

Are you the master who builds the eternal cathedral,
Which towers from the earth through the heavens?
Animated by you, the columns are raised high
And stand immovably firm.
Marked with the eternal name of God,
They stretch up to the light,
Bearing the dome,
Which crowns the holy cathedral,
Your work that encircles the world:
Holy Spirit God’s molding hand!

Are you the one who created the unclouded mirror
Next to the Almighty’s throne,
Like a crystal sea,
In which Divinity lovingly looks at itself?
You bend over the fairest work of your creation,
And radiantly your own gaze
Is illumined in return.
And of all creatures the pure beauty
Is joined in one in the dear form
Of the Virgin, your immaculate bride:
Holy Spirit Creator of all!

Are you the sweet song of love
And of holy awe
That eternally resounds around the triune throne,
That weds in itself the clear chimes of each and every being?
The harmony,
That joins together the members to the Head,
In which each one
Finds the mysterious meaning of his being blessed
And joyously surges forth,
Freely dissolved in your surging:
Holy Spirit eternal jubilation!

성령의 오순절 9일 기도

당신께서는 누구시기에,

저를 충만하게 하는 빛이시며,

내 마음 속 어두움을 비추어 주십니까?

어머니의 손길처럼 당신께서는 저를 이끄시어,

저를 나아가게 하시어도

또다른 걸음을 어떻게 옮겨야 하는지 제가 알지 못하나이다.

당신께서는 공간입니다.

제 존재를 에워싸고 당신 자신께 담으십니다.

당신께서는 어둑한 무(無)의 심연에서 빛으로 끌어올리셨는데,

당신께 멀어지면 저는 그 심연으로 가라앉습니다.

당신께서는, 제가 제 자신에게 가까운 것보다 더욱 가깝게 계시며,

제 가장 깊숙한 내면보다 더욱 깊은 내면에 계시어,

그래서 여전히 손으로 만질 수 없고, 무어라 말할 수 없는,

그래서 그 어떤 이름조차 넘어서는 분.

거룩한 성령, 영원한 사랑이시여!

당신께서는 성자의 성심(聖心)에서 나와 제 심장에 흘러넘치는,

천사와 축복받은 이들의 양식인,

달콤한 만나가 아니시겠습니까?

죽음에서 삶으로 주님 자신을 들어올리신 주님께서는,

주님께서는 또한 저를 죽음의 잠에서부터 새로운 생명으로 불러 일으키셨나이다.

그리하여 주님께서는 제게 날이면 날마다 새로운 삶을 주고 계시니,

그리하여 그분의 충만함이 저를 통해 넘치나이다.

주님의 생명의 생명은 깊고, 주님은 주님으로서 계시나이다.

거룩한 성령, 영원한 삶이여!

영원한 심판의 옥좌에서 내려 오셔서,

그리하여 스스로는 결코 깨닫지 못한 영혼의 암흑 속으로 스며 들어오시는,

당신께서는 한줄기 빛이십니까?

자비로우면서도 가차없이

영혼은 은밀한 숨김들을 꿰뚫어 봅니다.

그 자신을 바라보는 것에 두려워하며,

영혼 자신은 경외심을 위한 공간을 마련합니다.

참된 진리는 높은 곳에서 임하시오며,

그리하여 저 높은 곳으로 저희를 단단하게 고정시키시옵는,

당신의 은총,

그것은 저희를 새롭게 창조하나이다.

성령이여, 모든 사물을 관통하는 빛이시여!

당신께서는,

하느님의 영원한 판결의 봉인을 떼어내시는

어린 양께 비롯된 정신의 완전함과 권능이시옵니까?

당신께 이끌리어,

심판의 전령들이 온 세계를 질주하오니,

그리하여 잘 벼려진 칼로 어둠의 왕국에서 빛의 왕국이 분리되나이다.

그때 하늘은 이 땅위에서 새롭고 또 새롭게 변하여지며,

그리하여 모든 사물이 그 적합한 자리에서 발견될지이다.

당신의 숨결을 통하여서.

성령이여, 영광스러운 권능이여!

당신께서는, 땅에서부터 하늘에 걸친 탑들이 솟은,

영원한 성전을 지으신 주님이시옵니까?

당신께서 활기를 불어넣으시니,

그 기둥들은 위로 솟아오르고 굳건히 서 있나이다.

하느님의 영원한 이름이 새겨진,

그 기둥들은 빛을 향해 뻗어가고,

거룩한 성전에 왕관을 씌우는 둥근 지붕을 지탱합니다.

세계를 아우르는 당신의 일.

성령이여, 하느님의 빚어내시는 손이시여!

신성(神性)이 그 자체로 다정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수정의 거울처럼 맑은,

전능하신 주님의 왕좌 맞은편 구름 한점 없는 거울을 창조하신,

유일한 이가 당신이십니까?

당신께옵서는 당신의 피조물 중 가장 아름다운 작품에 몸을 굽히시고,

당신의 온전한 시선에 반사되어 밝게 비추게 하셨나이다.

그리하여 모든 피조물들의 순수한 아름다움이,

당신의 티끌 한점 없이 순결한 신부, 성모님의 다정한 형태에

모여 하나가 되었나이다.

성령이여, 모든 것의 창조주시여!

당신께서는 진정,

각각의, 그리고 아울러 모든 존재들의 정결한 조화와 성스럽게 맺어지시어,

삼위일체의 왕좌 주위를 영원히 울리는,

거룩한 경외심과 사랑의 달콤한 송가이시옵니까?

그 화음은,

우리 모두에게는 머리 속에서 하나가 되오며,

우리 하나하나는,

그분의 신성한 존재의 신비스러운 의미를 발견하게 되어

기쁨에 차서 앞으로 밀려들다가

당신께서 밀려드심에 자유롭게 흩어집니다.

성령이여, 영원한 승리여!

  성녀 에디트 슈타인은 가장 힘든 20세기의 격동기를 살다 가시고, 결국 2차세계대전의 가운데 아우슈비츠에서 지상에서의 삶을 마치신 분입니다. 아, 이분처럼 살다가긴 참으로 어렵겠구나, 그런 성인성녀분들이 솔직히 많이 계시죠, 음…… 그래도 에디트 슈타인의 전기를 읽고 인간적으로 친근함을 느꼈달까, 뭐 그렇습니다. 실연도 당해보시고, 당대의 가장 뛰어난 학자들 중 하나로 인정받으면서도 여성이라는 이유 하나로 교수 자리조차 밀려나는 개인적 실패를 맛보시고…… 또, 유아기때는 아주 자주 내면으로 침잠하여 분노하셨다고 합니다. 이분. 떼쟁이였대요;;;;;(지금쯤이면 이 발번역과 ‘떼쟁이’ 드립을 하늘에서 보시고 웃으실거 같은데… 음, 화는 안내실거 같아요. 워낙 다정다감한 분이셨다고 하니까요- 이거슨 궁색한 변명!!)

  현상학파에서 에드문트 후설(훗썰이라고 써놓은 전기판에서는 왜 그렇게 웃음이 나던지… 로빈’훗’ 이 생각나지 않습니까, 이분 이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의 후계자로서, 또한 태어날때는 유대인으로 시나고그에 다니며 나중에는 무신론자…… 그러다 가톨릭에 몸담아 가르멜 수녀가 되시고. 이분 자체가 워낙 내면적인 분이신거 같아요. 굉장히 신비주의적인 표현이 많습니다. 저도 성경은 요새 여러번 읽고 있지만(사실 가톨릭에 입교하기 전부터 읽어봤었습니다. 워낙 문학적인 표현이 아름답다보니까요. 영원한 스테디셀러 아닙니까요;;;) 이건 요한계시록의 내용인가? 이건 삼위일체에 대한 설명인가?!! 뭐 이렇게 헷갈리는게 한두개여야죠. 그나마 저를 가르치신 교리선생님께서 삼위일체란 거울에 비친 모습과 같다고 고심하다못해 아주 쉽게 설명해주셔서 저 거울 부분은 대충 이해가 갈거 같습니다만, 워낙 에디트 슈타인 성녀가 박식한 분이라 어렵더군요. 내친김에 The Hidden Life라는 이분의 저작을 웹사이트에서 찾아내서 번역해볼까 했는데 지금 두손 두발 다 들었어요. 진짜 어렵습니다 ㅠㅠ 취미로 손대봤는데 이거 뭐 사흘이나 걸리고….(꿍얼꿍얼)

  결론은 발번역, 거기다 제대로 된 용어조차 제가 이해했는지 모르겠어요. 사전 하나 끼고 굿뉴스홈의 가톨릭 용어까지 뒤져가며 머리를 부여잡았으나!! 이것도 저것도 아닌 이상한 번역이 되어버렸어요. 사실 나머지는 오타오역에 이건 해석이 이렇다고 지적해주시는 분이 있다면 맡겨버리고 튀고 싶은 지경입니다. 아하하;;; 뭐 개인적으로는 5연의 ‘기둥’이라는게 우리의 믿음이라는 뭐 그런 해석을 하고 있지만 말이죠.

http://bit.ly/neVXYZ

  ‘성령(Holy Spirit)’에 대해 도저히 설명하기 어려워서 일단 위키 링크 걸어두었습니다. 일단 이렇게만 설명해두겠습니다. 그닥 종교적 색채를 띄기는 싫어서 음. 왕년에 칼부림하기 직전이었던 동방정교회와 로만 가톨릭도, 가장 늦게 떨어져나온 개신교 역시 성령을 믿습니다. 물론 각자 약간씩 개념이 다릅니다만(동방정교회는 오로지 ‘성부’에게서만 ‘성령’이 발현한다고 합니다), 기본은 개념이 같습니다. 그렇다고 뭔가 하느님의 입에서 나오는 엑토플라즘같은 허연거라든가(?!!) 꼬마유령 캐스퍼같은 아햏햏한 이미지는 아니고요;;;;;

  당연히 이런 귀여움은 절대 아니고;;;; 간단하게, 그냥 하느님입니다. 하느님의 페르소나라고 하면 설명이 되려나;;;; 암튼 이 삼위일체 교리가 워낙 어려워서 성 아우구스티누스께서 고심하며 머리를 뽑다보니 늘그막에 그렇게 대머리가 되셨다는 눈물겨운 전설이(이건 순 거짓말임)… (점점 말을 늘어놓을수록 산으로 가네요.)

  원래 무식한 놈이 용감하다! 라는 정신으로 번역에 손을 대보았습니다만, 뭐랄까, 슈타인 성녀의 조카 손녀께서 독일어를 영어로 번역하신 거라는데도 시어의 아름다움이 느껴집니다. 이전에 시트웰의 시를 원어로 읽었을 때와 비슷하다고 할까요. 그때도 발번역이었지만…… 한쪽은 공습, 한쪽은 수용소라…… 물론 시트웰이 전쟁의 참혹함은 조금 덜 겪었다고 하지만, 성녀와 일반 속인을 떠나 이 두분의 아픔은 각자의 시에서의 표현으로 전해집니다.

  시트웰에게서, 런던을 공습하는 무자비한 포탄과 비행기 소음은 ‘The hammer-beat
In the Potter’s Field, and the sound of the impious feet(들판에 울리는 망치소리, 연고자 없는 - 아마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사망자들도 많았을 테니까요. - 사람들의 무덤의 평화를 깨는 불경스러운 발자국 소리)’였고 전쟁이라는 존재는 ‘the human brain
Nurtures its greed, that worm with the brow of Cain(카인의 이마를 한 벌레와 그 탐욕을 먹여살리는 인간의 두뇌)였습니다. 그리고 슈타인에게서 참혹한 불길에 휩싸인 세계의 모습은 ‘The messengers of judgment ride through the world(세계를 가로질러 달리는 심판의 전령들 - 갑자기 Wagner의 발퀴레의 비행이 생각날게 뭔가요;;;)’였습니다. 그러나 두분은 그래도 빛의 희망을 믿습니다.

  시트웰의 시에서는 십자가에 매달려계신 그분은 고요하게 ‘아직도 너희를 사랑하여 너희를 위하여 내 순결한 빛, 내 피를 흘린다’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슈타인의 시(라기보다는 기도, 시편에 가깝지만)에서는 ‘빛의 왕국이 분리되어 나와 하늘은 다시 이 땅위에 새롭게 열리고, 모든 피조물이 적합한 자리를 찾을 것이다’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마치 이 참혹한 인간의 모순들이 모두 걷히고 세상에 진정한 사랑이 오기를 믿고 간구하는 것처럼.

  시트웰은 유복한 귀족가문에서 태어났고, 젊을 때부터 예술가로 각광받는 화려한 생활을 하였으며, 훗날 영국에서 데임 작위를 받았고, 시인으로서도 존경을 받으며 오래오래 살았습니다. 또한 비교적 안전한 곳으로 일찌감치 대피한 덕에 전쟁의 참화를 많이 피할 수 있었습니다.

  슈타인은 아버지가 일찌감치 돌아가셔서 어머니가 장사를 해야했고, 어렵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부유한 가정도 아닌 생활을 했습니다. 여러번 인생의 좌절과 실패와 연애의 실연까지 맛보아야 했고, 훗날엔 아우슈비츠의 독가스실에서 인생을 마치는 고난에 찬 삶을 살았습니다.

  한쪽은 고난에 찬 삶을 산 성녀, 한쪽은 유복한 인생을 살다간, 지금까지도 존경받는 대시인입니다. 서로 다른 인생을 살아갔지만 인간성이 점점 잔인해지고, 절망적으로 변해가는 데에는 깊은 슬픔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제 안에서 성녀 에디트 슈타인과 시인 에디트 시트웰은(그러고보니 퍼스트 네임이 같군요. 영미에서는 이디스라고 발음합니다만) 한없이 영혼의 따스함을 담은 눈으로 서로 마주보고 있습니다. 전쟁으로 인한 비참함과 슬픔을 말없이 공감하며 그렇다고 결코 제가 좋아하는 또 하나의 시인 파울 첼란처럼 절망하지는 않으면서, 그녀들은 언제까지나 세상의 진정한 평화를 기도하고 또 기도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게 제 안의 그분들의 이미지입니다. 그건 그렇고, 오역에 잘못된 지식 투성이오니 지적하고 싶으신 분은 한없이 때려주시길.

  그렇다고 이런건 아니고요!!  ㅡ0ㅡ;;; 튼튼해보여도 보기보다 여린 여자입니다(눈물 찔끔). 나중에 혹시라도 제 실력이 향상되면 에디트 슈타인의 온라인에 있는 다른 시나 단문들을 틈틈히 번역해볼께요. (왠지 번역하지마!! 라는 소리가 환청으로 들려오는건, 제 착각일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꾸벅)

아참, Novena가 원래 오순절의 의미인데 이게 원래는 유대교 단어라서;;; 성령강림? 성령강림주일? 이렇게 헤메다가 그냥 가톨릭 용어집에 보니 오순절이라고 나와 있더라구요. 그래서 오순절로 대충 떼워버렸습니다. 사실은 귀찮아서요. ㅡ,.ㅡ;; 전 이런 여자예요.

Still Falls The Rain by Edith Sitwell

주님, 오늘 하루 또 평화롭고 고요한 마음으로 행복한 마침을 하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사람들은 제게 잃은 것이 많다 하지만 저는 주님께 받은 것이 더 많아 이루 헤아릴 수 없습니다.
어머니가 암 투병을 하지 않았다면 암으로 고통받는 환우들과 그 가족들의 슬픔을 헤아리지 못했을 것이며,
제 몸과 마음에 병이 들지 않았다면 지금 이렇게 매일매일의 은총받는 삶을 느끼지 못했을 것입니다.
또한 아버지가 당뇨합병증으로 한 다리를 잃지 않으셨다면 제가 과연 장애로 괴로워하시는 분들의 눈물을 이해했을까 싶습니다.
주님, 이전의 저는 편협하고 오만하고 악하였으며, 지금도 마음의 병이 다 고쳐지지 않아 항상 주님께서 슬퍼할 죄를 짓습니다.
마음의 병은 육체의 병보다 더 무섭습니다.
자비로운 예수님, 저를 눈처럼 깨끗이 하시어 마음의 병을 이겨내게 하소서.
육체의 고통은 저의 십자가의 몫으로 남겨두시되 아픈 사람들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주소서.
이제 남겨진 제 지상에서의 삶을 주님께 오로지 봉헌하게 하소서.
주님, 늘 바라는 것만 많고 주님께 감사드리지 못하는 저는 이렇게 또 은혜로운 하루를 주시는 주님께 드릴 것이 없습니다.
그저 이 마음과 몸을 찬미와 봉사의 제물로 바치오니 어여삐 여겨주시어 받아주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비나이다. 아멘.

바오로딸 사이버 기도실에는 참 아프고 힘들고 고통스런 사람이 많습니다. 누구나 그분을 부르며 평화를 간구하지요. 그럴땐 직접 도와드릴 수 없는 제 마음도 역시 슬픕니다. 아마도 이 많은 기도를, 이 많은 고통의 부르짖음을 들으시는 그분은 얼마나 아프실까요……

이디스 시트웰의 아직도 비는 내린다(Still falls the rain)이라는 명시가 있습니다. 1940년의 독일에 의한 런던 공습 때 밤부터 새벽까지, 공포와 불안과 슬픔으로 잠을 못 이루던 시인이 탄생시킨 걸작이지요. 매우 인도주의적인 색채가 강합니다.

2차세계대전의 비참한 상황을 직시하면서(실제로 시트웰은 생애 동안 두번의 세계대전을 겪었습니다) 작가의 슬픔은 얼마나 컸을까요. 히로시마 원폭 사건이 일어난 그때, 이미 위대한 시인으로 우뚝 선(나중에 영국 여왕이 주는 Dame 작위까지 받게 됩니다) 시트웰은 인간성의 상실에 대한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고 합니다.

Still falls the Rain—-
Dark as the world of man, black as our loss—-
Blind as the nineteen hundred and forty nails
Upon the Cross.

Still falls the Rain
With a sound like the pulse of the heart that is changed to the hammer-beat
In the Potter’s Field, and the sound of the impious feet

On the Tomb:
Still falls the Rain

In the Field of Blood where the small hopes breed and the human brain
Nurtures its greed, that worm with the brow of Cain.

Still falls the Rain
At the feet of the Starved Man hung upon the Cross.
Christ that each day, each night, nails there, have mercy on us—-
On Dives and on Lazarus:
Under the Rain the sore and the gold are as one.

Still falls the Rain—-
Still falls the Blood from the Starved Man’s wounded Side:
He bears in His Heart all wounds,—-those of the light that died,
The last faint spark
In the self-murdered heart, the wounds of the sad uncomprehending dark,
The wounds of the baited bear—-
The blind and weeping bear whom the keepers beat
On his helpless flesh… the tears of the hunted hare.

Still falls the Rain—-
Then—- O Ile leape up to my God: who pulles me doune—-
See, see where Christ’s blood streames in the firmament:
It flows from the Brow we nailed upon the tree

Deep to the dying, to the thirsting heart
That holds the fires of the world,—-dark-smirched with pain
As Caesar’s laurel crown.

Then sounds the voice of One who like the heart of man
Was once a child who among beasts has lain—-
“Still do I love, still shed my innocent light, my Blood, for thee.”

아직도 비가 내린다 -

인간의 세상만큼 어둡고, 우리의 상실만큼 어둡다.

십자가 위에 박힌 1940개의 못만큼이나 눈멀어 있다.

아직도 비는 내린다.

이름없는 이들의 무덤을 심장의 고동에서 망치가 내려쳐지는 소리,

그리고 불경스러운 발자국 소리로 울린다.

그 무덤에,

아직도 비는 내린다.

미약한 희망과 인간의 두뇌 속에서 카인의 이마를 가진 벌레와 그 탐욕이 자라나는,

그 피의 벌판에서…

아직도 비는 내린다 -

십자가 위에 매달려 계신 ‘굶주린 분’의 발치로 비가 내린다.

그곳에 밤낮으로 못박혀 계신 예수 그리스도님,

저희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부자에게도, 라자로에게도(자비를 베푸소서),

이 비 아래에서는 종기나 황금도 모두 매한가지이오니.

아직도 비는 내린다.

‘굶주린 분’의 옆구리에서 난 상처에서 아직도 피는 흐른다.

그분은 그분의 성심(聖心) 안에 모든 상처를 다 받아들이신다 - 꺼져버린 희망들의 상처를.

스스로 죽어버린 마음, 슬픔의 상처들, 무지의 암흑들 안에서

마지막으로 희미하게 빛나는 반짝임을.

곤경에 빠진 곰의 상처를,

사육사에게 매맞고 눈멀고 흐느끼는 곰,

무력한 살덩이로…… 사냥당하여 눈물 흘리는 토끼의 상처를 받아주신다.

아직도 비는 내린다.

그때 - 나의 아버지께 나는 올라가련다. 누가 나를 붙잡고 끌어당기는가 -

보라, 그리스도의 피가 창공에 흐르는 것을 보라.

피는 우리가 나무에 못박은 그 이마를 타고 흘러,

지상의 겁화를 지니고 죽어가는 몸과 목마른 가슴으로,

마치 카이사르의 월계관마냥 고통으로 검게 더럽혀진 가슴으로 흘러내린다.

그때, 사람의 심장과 같이 짐승들 사이에 누우셨던 한 아기였던 분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아직도 너희를 사랑한다. 너희를 위하여 나는 아직도 내 순결한 빛, 내 피를 흘린다.”

El Espolio (The spoliation, Christ Stripped of His Garments)
1577-79 (210 Kb); Oil on canvas, 285 x 173 cm; Sacristy of the Cathedral of Toledo

요새 제 PC 바탕화면에 깔아놓은 그림입니다. 처형 직전의 그리스도, 오른쪽에서 폭도가 그분의 옷을 막 벗기려 하는 장면이죠. 그리스도는 눈물이 어린 눈으로 하늘을 고즈넉이 바라보고 계십니다.

고통스럽고 화가 날 때면 언제나 이 그림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습니다. 그러면 마음이 왠지 많이 풀려요. 엘 그레코(실제 이름이 아니라 출생이 그리스 인이라서 ‘그리스인’이라는 별명이라고 합니다)는 항상 영묘한 화가인것 같아요. 카라밧지오, 히에로니무스 보스와 함께 가장 좋아하는 화가 중 하나입니다.

며칠 뒤면 또 비가 내립니다. 한진중공업의 크레인 위에도, 그리고 사력을 다해 버티고 계신 명동의 철거민 분들에게도…… 그분들의 고통이 행복으로 바뀌기를 꼭 소망하고 소망합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 오늘은 음악이 없습니다. 지쳐서ㅎㅎ

The one I love is the way you are.

  Ingrid Michaelson의 뮤비 The Way I Am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뮤직비디오입니다. 그 뮤직비디오에서는 남과는 다르다는 이유로(광대 분장을 한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주인공-Ingrid 자신) 집단 따돌림을 받고, 절망하여 ‘나는 괴물’이라는 말을 화장실 거울에 써넣는 Ingrid를 그토록 따뜻하게 감싸안으며 사랑하는 남자가 누굴까 항상 궁금했습니다.

  너튜브에서는 embed 소스를 허용하지도 않더라구요. 그럼 뭐합니까? 더 화질 좋은 vimeo에서 연결해 쓸 수 있는데… 많이 쓴다는 것 빼고는 너튜브는 한물갔어요. 아참 이건 잡담이고;;;;

  궁금해~ 궁금해~ 무슨 호기심 어린이처럼 구글링을 해서 매달려봤더니 위키에 Greg Laswell이라고 써 있더군요. 광대 분장했을 때도 너무나 착하고 선한 눈빛이 인상적이었는데 실제로 맨얼굴 사진을 보니 훈남 아저씨!! +_+

 

  털이 좀 많긴 하지만 이정도 쯤이야….ㅎㅎㅎ;;;;;;;;

  Greg Laswell은 1974년 샌디에고 출생의 싱어송라이터입니다. 무명인 시절에는 아내가 능력없는 남자가 싫다고 집을 나간 아픔도 있었답니다. 하지만 앨범 Good Movie를 발표하면서 2004년에 샌디에고 뮤직 어워드에서 최고의 지역 뮤지션 부문을 수상하고 또 그 다음 해에는 최고의 얼터네이티브 뮤지션 부문을 수상합니다.

  지역 명사(?!)에서 전국적으로 유명해진건 아마도 유명한 미드들에 속속 그의 잔잔하게 속삭이는 듯한 노래가 삽입되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미소천사 언니가 나오는 수사물 ‘콜드케이스’에 2집 앨범 Though Toledo중 Sing, Theresa Says가, 그리고 ‘스몰빌’에서 High and Low’, ‘Come Undone(듀란듀란 할배들의 그 노래가 아닙니다!!)’이 파울로 코엘료의 원작을 각색한 영화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에 나와서 앨범은 미국 전역에 그야말로 ‘대박’을 쳤습니다. 그후 호텔 카페 투어라는 투어에 여러 뮤지션들과 동참하면서 세번째로 발표한 EP Three Flights from Alto Nido에서는 Comes and Goes, How the Day Sounds, Days Go On, And Then You같은 곡들이 트루 블러드, 그레이 아나토미,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같은 드라마와 영화에 삽입되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요. 세번째의 정규 앨범 From Take A Bow에서는 Goodbye가 너무 인기있다 못해 너무 장수해서 이젠 지겨운;;; ‘그레이 아나토미’ 배경음악으로 나왔습니다.

 Ingrid와 Greg는 똑같이 그레이 아나토미 드라마 배경음악을 통해서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네요. 사실 꼭 드라마가 아니더라도 두 사람 음악이 너무 좋아 성공했겠지만 같은 드라마에 음악을 제공했다는 사실이 재미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Take Everything이라는 감각적이고 아름다운 그렉의 곡에서는 잉그리드가 직접 목소리 출연을 해주고 있습니다. 다만 그녀의 귀여운 모습이 안나온 것이 아쉬울 뿐이에요.

  미국 팬들 중에서는 두 사람이 잘 어울린다며 결혼해라! 하는 말들이 많더군요. 하긴 둘이 정말 잘 어울려보입니다. 음악성향이나 목소리 화음이 진짜 잘 어울리는것 같아 저도 둘이 참 알콩달콩 커플이 될것도 같은데, 흠…… 너무 잘 맞으면 오히려 연애를 못하는 법인 모양입니다. 두달 동안 데이트를 했지만 결국은 서로의 가장 좋은 친구로 남기로 했다네요. 뭐, 그래도 아직 둘다 싱글이니 기대를…… 해봐도 되지 않을까요? ㅎㅎㅎ

  잉그리드 마이클슨은 워낙 유명하니 간단하게만 설명하겠습니다. 1979년 생인 그녀는 아버지는 작곡가, 어머니는 극작가인 예술적인 집안에서 성장했고 대학까지 쭉쭉 순조롭게 올라가 버밍햄 대학에서 연극을 전공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그녀의 노래가 미국내에서만 상당한 인기를 누린 모양입니다만 2009년 제이슨 므라즈의 투어에 게스트로 초대되면서 지금 현재 전세계적으로 인기가 확산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그레이 아나토미가 워낙 성공했으니 Winter Song 이라든가 Pictures of You, Overboard, Sad Songs for Dirty Lovers, The Way I Am 같은 곡들을 듣고 아아~ 그 노래~ 하며 반갑게 잉그리드 마이클슨을 기억하는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The Way I Am 가사가 참 훈훈해서 올려봅니다.

If you were falling, then I would catch you.
You need a light, I’d find a match.

당신이 하늘에서 떨어진다면, 난 당신을 꼭 (떨어지지 않게)붙들거예요.

당신이 빛을 바란다면, 난 성냥을 찾죠.

Cuz I love the way you say good morning.
And you take me the way I am.

당신이 아침 인사를 하는 (당신만의) 방식을 나는 사랑하기 때문이죠.

그리고 당신은 나를 나 자신으로 있게 해줘요(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줘요).

If you are chilly, here take my sweater.
Your head is aching, I’ll make it better.

당신이 추위에 떨면, 자, 여기 내 스웨터가 있어요.

머리가 아픈가요, 내가 낫게 해 줄께요.

Cuz I love the way you call me baby.
And you take me the way I am.


I’d buy you Rogaine when you start losing all your hair.
Sew on patches to all you tear.

당신 머리카락이 줄기 전에 난 로게인을 사줄거예요.

당신이 흘린 눈물 모두를 패치로 만들거고요.

Cuz I love you more than I could ever promise.
And you take me the way I am.
You take me the way I am.
You take me the way I am.

Rogaine이 미국에서 유명한 남성용 발모제랍니다;;;;; 귀엽네요…(…)

여기에 마치 화답하는듯한 노래가 Greg Laswell의 The One I Love입니다.

i’m all packed up now early in the morning
i’ll take my leave
i’ll bring your words along with me
maybe one day they will mean something

for now they buzz and crumble down
a little bit too easily
from a time that i am not quite over
what the hell is wrong with me

i might be gone a little while
i guess we’ll see
i gotta make a home outta somewhere
and you’re all over this city

and it’ll take a flight to figure out
where i’m gonna finally land
and the time it takes for me get there
i’ll be one to start again

but i should probably say that i’m unsure why i’m running
running away from
the only thing i want
yeah, i should probably say that i’m unsure why i’m running
running away from the one i love

and if the plane lifts off
i’ll write you a letter, to say goodbye
and i will make it long and maybe lie just a little
tell you that i’m doing fine

then i’ll send it out and let things be
if not for you
for me and for the time i’ve spent foolishly loving thee

but i should probably say that i’m unsure why i’m running
running away from
the only thing i want
yeah, i should probably say that i’m unsure why i’m running
running away from the one i love

the one i love

영어가 딸려서 가사 해석은 잘 안되지만 무슨 고민인지, 혼란에 빠진 남자에겐 그래도 연인이 The one I love인 셈입니다.

끝으로 잉그리드와 그렉이 같이 부르는 알 수 없는 듀엣곡. 둘이 참 예뻐요ㅎㅎㅎ.

Senza mamma

Senza mamma, o bimbo, tu sei morto!

 며칠전 전화가 왔다. 동물보호단체에서 걸려온 전화였다. 전에 맡겨놓은 유기견을 기억하느냐고 묻는 목소리에, 그곳에서 풀은 죽었어도 여전히 씩씩하게 잘 지낼 이순이 녀석의 얼굴을 떠올리며 무슨 일이냐 물었더니 뜻밖에 안락사라는 단어가 튀어나온다.

 오늘 안락사시킬 예정인데 혹시라도 입양할 의사가 있는지.

 뜻밖이었다. 내가 주웠긴 하지만 2주동안 지내면서 정이 꽤 들었던 녀석이었고 너무 심하게 말썽을 부리긴 했지만 그런데로 애교가 있는 아이라 밉지가 않았다. 아버지가 급하게 입원하시지만 않았어도 동물보호협회 같은 곳에 신고를 해서 데려갈 생각은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아버지는 그렇게 급하게 응급실에 실려가셨고, 보호협회에서 온 직원분이 안락사 동의서에 서명을 하며 굳는 내 얼굴 표정을 읽은 듯 보통 석달은 데리고 있고, 어린 강아지는 특히나 되도록 오래 지내도록 하니 걱정말라고, 이후에 입양절차를 정식으로 거쳐 데려오면 된다고 말해주었다.

 안심이 된 나는 그곳 홈페이지에서 구부정하고 불편한 자세로 케이지 안에 서서 겁에 질린 표정의 이순이를 찍은 사진을 바라보면서 가끔 속삭이곤 했다. 걱정하지마, 이제 곧 내가 널 데리려 갈께. 다시는 너를 버리지 않을, 너의 영원한 가정을 만들어줄께……

 막상 그 전화가 걸려왔을때, 아버지는 이제 막 다리 절단 수술을 끝내시고 불안정한 상태였으며 집안은 패닉상태이고 가족은 병원 여기저기에 끌려다니느라 지쳐있었다. 당장 맡으라는 건 좀…… 말끝을 흐리자 그럼 안 맡는거냐고, 즉답을 원하는 투에 할 수 없이 떨어지지 않는 입술을 간신히 움직여 네…… 라고 대답했다.

 안락사를 시킬 경우 연락을 달라고 했지만 어째서 왜, 안락사를 시키는가에 대한 설명도 없고, 다짜고짜 오늘이라고 날짜를 들이대다니. 이건 솔직히 사형수에게 사형날짜가 갑자기 통보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참 불공평한 일이 아닌가 홀로 생각했다.

만약 그 아이가 너무나 아파서 할 수 없는 안락사가 필요했다면 내게 입양 의사를 물어봤을리가 없으니 분명히 무슨 말썽이 있었던 것 같은데, 내가 원한 ‘연락’ 이라는 것은 적어도 하루나 이틀 전에 이 아이의 문제가 뭐고 어떻게 되어서 그런데 입양을 원한다면 어떻게 해줄수 있다는 그런 종류였다. 물론 적은 인력에, 유입되어 오는 유기견의 수는 너무나 많고 자신들도 감당하기 힘든 엄청난 양의 일에 시달리고 있을 것이다. 그런 고충은 이해한다. 하지만 그래도……

……그래도 생명이다. 적어도 하루전에 전화를 해주었으면 무언가, 무력한 나지만 무언가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지금 손목인대를 다치고, 아버지 병원에 아침저녁 왔다갔다하기도 지친 어머니는 그녀석 팔자였다고 하지만 나는 그 하루종일 소리조차 못내고, 우는 얼굴조차 보여주지 못하고 울었다.

‘주님, 오늘 떠나는 불행하고 작은 영혼 하나를 품에 거두어 주시옵소서. 사람과는 다른, 하지만 가장 사람과 가까운 친구인 개 역시 주님의 소중한 피조물일진데, 주님의 품안에 너그러이 받아주시어, 다시는 버려지는 고통없이 그 안에서 쉬게 해 주소서. 천국의 넓은 뜰을 마음껏 뛰어놀고 아이들과 장난치며 보낼 수 있도록 그 작은 개의 영혼을 받아주소서……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자비를 베푸소서…… 또한 바닥에서 소리도 못내고 울고 있는 이 가련한 죄인을 굽어 살피어 자비를 베푸소서, 자비를 베푸소서……’

내 작은 제비꽃, 내 작은 아가, 짱알이 이후로 처음으로 애정을 잠시라도 느꼈던 내 아가 이순이…… 이렇게 엄마도 없이 차가운 케이지 안에서 예쁜 머리를 숙이고 하늘나라로 떠나버렸구나.

엄마도 없이, 가엾은 아가야, 너는 죽었구나!

Senza mamma, o bimbo, tu sei morto!
Le tue labbra, senza I baci miei,
Scoloriron fredde, fredde!
E chiudesti, o bimbo, gli occhi belli!
Non potendo carezzarmi,
Le manine componesti in croce!
E tu sei morto
Senza sapere
Quanto t’amava
Questa tua mamma!
Ora che sei un angelo del cielo
Ora tu puoi vederla
La tua mamma,
Tu puoi scendere giù pel firmamento
Ed aleggiare intorno a me ti sento.
Sei qui, sei qui, mi baci e m’accarezzi.
Ah! Dimmi, quando in ciel potrò vederti?
Quando potrò baciarti?
Oh! Dolce fine d’ogni mio dolore
Quando in cielo con te
Potrò salire?
Quando potrò morire?
Quando potrò morire?
Dillo all mamma
Creatura bella
Con un leggero scintillar di stella
Parlami, parlami, amore, amore amor!

결국...

Tumblr도 좋지만 Flavor 하나 있으면 귀찮지 않을 것 같아 선택.

Parsifal - Levine @ Met (1992) - Pt 01 (by AleksendrLim)

The ‘Great’ Levine. :)

Playlist: http://www.youtube.com/view_play_list?p=B8C196D2E108077E

쇼핑의 기술 - 사진 올릴 곳이 모자라서…

조만간 지르리라 결심한 아이템들. 그러나 아무래도 품절될까 무섭죠? 아버지 수술 끝나고 ‘수술비가 남으면 ㅋ’ 어머니가 이러시면서 허락하신 아이템… 그런데 아무래도 그 안에..(…) ㅠㅠ

여기 주소는 http://www.minisum.co.kr/cocochanellove

(사실 가르쳐주고는 싶지 않은데 품절될까봐 ㅠㅠ)

쇼핑의 기술 1편 - 가방, 잡화편

 저는 쇼퍼홀릭입니다. 허구헌날, 사지 않아도 이것저것 구경을 하고, 또 뭘 하나 사야겠다고 결정을 하면 그날부터 쇼핑과의 전쟁이 시작됩니다.

 예를 들어, 스커트 하나를 산다고 생각해보죠.

 그 스커트를 사겠다고 결정한 날이 만약 월요일 오전 11시라면, 그때부터 일주일간은 거의 무슨 프로젝트나 추진하는 것처럼 일이 진행됩니다. 이른바 쇼핑 프로젝트죠 ㅎㅎㅎ 한때 비서였다가 결국 제안서, 프레젠테이션 양식 디자이너가 되어버린 과거의 직업의 영향을 받아서일까요?

 우선 스커트의 모양을(세상에는 H형, A형, 플리츠, 플레어, 튤립, 머메이드 등 각종 스커트가 있습니다… 남자분들은 경악하시겠죠 후후후;;;) 정합니다. 그 다음에 H형 스커트(그냥 일자형 스커트라고 부르는 오피스룩의 정석이죠)를 골랐다고 해봅시다. 그러면 또 거기서 소재에 대한 고민에 빠집니다. 새틴은 고급스러우나 코디하기 어렵고 모직이나 린넨은 활용도가 좁고, 면은 통기성은 좋으나 늘어짐이 있어서 모양이 안예쁘며 혼방은 싼티가 날 수도 있고… 등등 고민합니다. 여기까지만 한 이틀이 걸리죠. 또다시, 모직이 한 60% 정도 되는 폴리에스터 소재를 선택하는 단계까지 이르면 그 다음부터 본격적인 시장조사가 시작되는 겁니다. 이대와 홍대, 가로수길의 로드샵, 백화점, 마트와 할인점의 브랜드, 인터넷 유명 쇼핑몰…… 장단점을 비교해보고 고민을 하고, 로드샵과 백화점을 돌아다니며 한 사흘정도 현장조사를 하고 나서~ 드디어 일요일 쯤에나 마음에 드는 스커트를 획득하고 흐뭇한 마음으로 그 다음주에 그 옷을 입을 날만 기다리는 거지요. 항상 저 자신의 사이즈는 정확하게 꿰고 있기 때문에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옷고르는 것은 문제가 없었습니다.

 보통 여자들은 다 저런다고요? 근데 저는 좀 심합니다. 블라우스 하나 사겠다고 한달동안 돌아다니다가 품절되어서 그자리에 앉아서 엉엉 운 적도 있어요ㅎㅎㅎ

 이렇게 남들보다 복잡하지만 뛰어난 쇼핑의 기술을 가졌고, 나름대로 현명한 선택을 할줄 안다고 자부하던 저도, 딱 한가지 핸디캡이 있습니다.

 바로, 가방같은 걸 잘 못고른다는 점.

 백화점에 가도 인터넷을 들여다봐도, 전에 홈쇼핑에서 H모사의 브랜드를 팍팍 밀고 있을때도…… 도저히 어울리는 가방 모양에 갈피를 잡을 수 없더라구요. 어차피 대부분의 국내에 유통되는 가방은 명품 디자인을 카피한 것들이고(직접 만들어 판다는 사간동의 모 가게도 가죽이 좋고 웰메이드라는 것뿐, 에르메스와 멀버리 디자인을 그대로 따라했더군요), 백화점에서도 갈피를 잡을 수 없고, 게다가 명품은 사기도 비쌉니다. 그런데도 이미테이션이라면 딱 질색을 해서 그저 1~2년에 한번 큰맘 먹고 대행사이트에서 클리어런스 세일할 때마다 마이클 코어스나 케네스 콜, CK 같은 아이들을 구매하는 정도였죠(세계적인 명품은 아니나 뉴요커에게는 몹시 사랑받는 아이들). 아참, 가끔 아이그너도. 그런데 워낙 가방을 험하게 쓰는 편이어서 캔버스 소재가 대부분인 코어스는 망가지기 일쑤더군요. 개를 키우지 않게 된 이후에도 너덜너덜한 아이들이 1년에 한번은 교체가 되었답니다.

 근데 참, 웃긴게, 그래도 스타일은 제법 멋부릴 줄 안다는 인간인 제가 가방은 못 고르는거예요. 항상 같은 디자인으로 가방을 사곤 했죠. 똑같은 거 또 산다는 핀잔을 이사람 저사람한테도 들어가면서도 가방 같은 건 잘 못골랐어요. 그러니 절대로 사토리얼리스트 같은 유명 블로거는 켜녕, 그냥 패션이 주제인 무가지라든가 하다못해 화장품브랜드의 책자같은데서 기획으로 실리는 스트리트 패션같은 곳에도 사진이 나올리 없겠죠. (물론 사진이 나와도 원판이 오크라서…;;;)

 그러다가 빈티지의 멋을 알게 되고 흘러흘러 미니섬이라는 사이트까지 흘러갔습니다. 개인 물품을 주로 경매나 작은 미니샵으로 올려 파는 곳인데 뭐 거의 미녀섬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미녀 인구 분포가 많고,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아기자기한 이야기들이 오가는 인정많은 사이트였죠.

 그리고 드디어… 내 인생의 가방 스타일 종결자를 만났습니다. 거, 일본 유명한 만화가 안노 모요코가 자기 돈자랑을 위해 쓴 것 같은 뷰티 매니아인가 이 수필집(하지만 재미있는)에서 말했잖아요. ‘내 운명의 미용사가 LA에 있어서 나는 꼭 거기로 가야만 했다’.

 저도 제 운명의 가방스타일을 구매할 수 있는 한 샵이 있어서 미니섬으로 발을 돌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것도 하필이면 가장 좋아하지만 도저히 돈이 없어 멋을 낼 수 없는 그 이름, 코코샤넬, 거기에다가 매우 러블리한 Love를 붙여 코코샤넬Love라는 이름을 가진 그 샵을 말입니다.

 상냥하고 예쁜 여주인이 경영하는 이 샵에서 제일 먼저 지른것은 원래 우리 조카에게 줄 인형이었어요. 조카가 모두 5명인데, 시커먼 남자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핑크빛으로 방실방실 예쁜 건 우리 윤경이 하나 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이 여자아이는 그래서 이 이모의 마음을 흐물흐물 해파리처럼 만들어서 뭐든지 주고 싶은건 다 주게 만드는 매력을 지녔습니다.

  위에 나온 건 바비 인형 사진, 편하게 갖고 놀라고 3개를 주문했는데 빗이랑 안경이랑 티아라까지 달린게 장식용으로도, 놀기에도 그만, 에이 사진보다는 못하겠지. 사진은 보정을 하니까 했더니… 사진보다 예쁜 실물이었다면 역시 득템이었겠죠? 인형의 퀄리티가 상당했습니다. 게다가 입은 옷들도 다 예뻤어요ㅎㅎㅎ 거기에다 랜덤박스를 시켰더니 내용이 어마어마하더군요. 왜 요새 랜박이라고 해서 미스터리 쇼핑이 유행이지 않아요? 뭐가 걸릴지 모른다는 짜릿함과 기대와 공포. 실망하는 사람도 많다는데 저는 꽤 만족스러웠지 뭐예요.

 이 샵의 예쁘고 친절한 여사장님은 제 마음을 어떻게 알았는지, 당시 샵에서 꽤 고가로 팔리던 액세서리를 이것저것 넣어주고 게다가 평소에 좋아하던 스타일의 옷까지 넣어주셨어요. 가격대가 훨씬 넘었지요. 이때부터 제가 코코님이라고 부르는 이 예쁜 코코샤넬Love 샵의 여주인님과 인연이 시작된겁니다. 그리고 저는 그때부터 가방 스타일 연출에 눈을 떴지요.

 코코님은 굉장히 상냥하신 분이었습니다. 마음이 따뜻하다고 하실까요, 가뜩이나 요새 프리마켓등을 통해 전설이 되어버린 미니섬에서도 손가락 안에 꼽히는 유명한 판매자이다보니 남들보다 심한 진상도 많이 만나고 최근에는 사이코패스 고객까지 만나곤 하셨죠. 그런데도 처음 얼굴도 뵙지 않고 쪽지로 주절주절 신세 이야기를 늘어놓기까지 하는 저에게 오히려 위로와 격려를 해주셨습니다. 그런 식으로 단골들의 개인적인 이야기도 들어주시는, 멋진 여사장님이에요.

 

 매우 화질이 좋지 않은 폰카의 위력에도 불구하고, 그때 막 깨끗하게 목욕시켜 놓은 제 소중한 인형 양돌이보다도 더 하얗게 빛나는 이 가방, 거의 반의 반 가격도 못되는 세일 가격에 샀어요. 샤* 스타일의 깔끔하고 독특한 디자인의 가방. 실제로 보면 더 예쁜데, 놀랐던 게 가방 안쪽에 개런티 카드가 들어있었어요. 제가 산건 바로 그 말로만 듣던 ‘홍콩 커스텀’ 제품이었던 겁니다. 개런티 카드가 동봉되는 경우는 거의 그 제품 밖에 없어요.

 이분 가끔 이렇게 새상품인데 가격을 파격세일해서 올려놓는 경우가 있답니다. 커스텀, 빈티지 폴더에서 깜짝쇼를 하듯 제품을 섞어놓곤 하죠. 그것도 새상품을 말입니다. 그럴때 잽싸게 집게 되면 그땐 눈물을 흘리며 ‘득템 봤다~~~~’ 이렇게 외치게 되는 일이 생기더군요.

 

 게다가 저를 감동의 도가니탕에 아예 우려내시려는지 뜻하지 않은 깜짝 선물까지 주셨는데, 저기 보이는 이미지(원래 불펌인데 찍어놓은 이미지가 없어서 샵에서 할 수 없이 퍼옴)에서 가운데의 깜찍한 루이비* 키홀더까지 보내주신거예요.

 키홀더는 마침 키홀더가 떨어진 어머니께 선물을 드렸어요. 그랬더니 흐뭇해지셔서 ‘원 천사가 따로 없구나, 우리 동네 올 일 있으면 와서 음식이라도……’ 하는 말씀을 하셨어요. 인심좋고 마음 푸근하신 우리 어머니, 식사 한끼 하자고 하시는 말씀은 최고의 칭찬입니다. 그만큼 방문한 손님을 오래된 친구처럼 편안하게 대해주시는 분이라서…..(이건 어머니 자랑질이네요;;;)

 아무튼 저 하얀 가방, 어느 옷에나 어울리고 사계절이 따로 없는 완소 아이템입니다. 제가 가장 사랑하고 즐겨드는 가방 중 하나이죠. 얼마전에 구입한 꾸레쥬 재킷과도 잘 어울려서, 목요 미사에 이 가방을 들고 참석했는데, 하필이면 그날이 성 베드로 ‘샤넬’ 신부 성인 축일 기념도 되지 뭐에요…(…) 그 성인께서는 단어 하나 틀림없이 알파벳 표기로 ‘Chanel’이더군요ㅎㅎㅎ 신부님 눈이 동그래지시기 전에 얼른 인사를 하고 다다다닥 뛰어왔습니다. 다행히 로고가 자수로 되어 있는 독특한 스타일이라서, 눈에는 안띄어서 다행이지 보셨으면 웃으셨을거예요. 그나저나 샤넬 성인께서는 세상에서 가장 ‘럭셔리’한 성인이시군뇨!! T.T

 가방 좀 고만 사라!! 뭐 이런 이야기를 듣고도 또 지르려고 호시탐탐 노리는 저입니다만, 좀전에 또 가방을 구입했어요 흠……

 이번 겨울에는 따뜻한 털장화 하나 신고 싶다~ 뭐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렇다고 흔히 하듯이 반바지 입고 두꺼운 레깅스에 에스키모를 연상시키는 어그부츠를 신고 어그적 어그적 걸어가는 제 모습을 생각하니 온몸에 소름이 끼치더라구요. 그런데도 인터넷이고 뭐고 다 뒤지는데도 원하는 부츠가 나오지 않았어요.

 제가 원하던 부츠는 온라인의 패션 전도사, 전세계 패션 피플이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그녀, Cherry Blossom Girl의 이런 부츠였습니다.

 여기서 좀 목이 높고 털이 안에 따끈하게 깔려있고 굽은 눈만 내리면 맨땅을 못딛고 물개마냥 땅 위에서 어그적거리는 저를 위해 낮아야 하고 바닥은 울퉁불퉁 미끄럼 방지가 되어 있어야 한다…… 라고 한다면 너무 과도한 요구인가요?^^;;;;

 그런데 또 이 작지만 아름다운 아이템이 꽉꽉 찬 샵이 제 고민을 해결해주더군요.

 나인웨스트의 털코트와도 코디를 하고 다녔는데 꽤 예뻤어요. 오랫동안 동경해오던 바네사 파라디의 빈티지와 고급을 섞어놓은 듯한 파리지앵 분위기 연출에 드디어 성공했습니다. 다만 옆에 조니뎁이 살고있진 않지만^^;;;; 겨울 내내 따뜻하게 잘 하고 다녔어요.

 기왕에 신발과 가방 고르기에 성공에 성공을 거듭했는데 이제는 프렌치 스타일로 아예 가보겠다…… 라는 게 올해 2011년의 패션 컨셉입니다. 프렌치 스타일하면 딱 떨어지는 느낌의 셔츠나 정장, 약간 빈티지한 아이템의 느낌과 샤넬이 떠오르는 그런 느낌이겠죠.

 그래서 이 녀석을 또 질렀어요. 거기다 가격도 싸게!! 스웨이드와 에나멜의 이중 배색으로 된, 샤넬의 투톤 구두를 닮은 독특한 스타일이죠.

 작은 듯 하면서도 은근히 수납칸이 빼곡해서 교리교과서까지 넣고 일요일 성당에 가기 참 좋았습니다. 사실 그러면 안된다는 걸 알면서도 다들 가방을 한번씩 쓰윽 쳐다보실때, 아니면 예쁘다고 아예 말씀하시며 출처를 물어보실 때의 그 기분, 있잖아요. 교만이라는 죄일 순 있지만 왠지 내가 마치 브루니 사모님이나 갱스부르그 언니가 된 기분. 저같은 그저 그런 평범한 속인에게는 나름대로 악세서리가 힘을 주는 느낌이니까요.

 

 같은 느낌에 이것도 단숨에 질러버렸어요. 가방과 지갑 위주의 샵이지만 간혹 나오는 액세서리가 깨물어 주고 싶게 귀엽고 럭셔리하니까요. 이 디자인은 은근히 흔하게 많이 나옵니다만, 이렇게 두툼한 중량감이 느껴지는 경우는 진짜 없었습니다. 크기도 적당하고, 너무 얇아서 싼티나는 그런 느낌도 없었어요. 아무튼 이 샵에서는 늘 득템이었습니다. 항상 이 샵의 주인 코코님이 친절한 조언을 해주셨으니까요.

 

 요새 두 번에 걸친 다리 수술(하나는 지금 예정 중)로 인해 많이 아프시고 많이 고생하셨던 아버지께 뭔가 해드리고 싶어서 선물로 택했던 벨트. 예뻤어요. 가죽이나 각인, 로고 같은 것도 뭔가 틀리고…… 이건 사실 남녀공용으로는 안나오냐고 코코 사장님을 끈덕지게 조르고 싶었으나 차마 이 착한 분께 그런 짓을 하는 건 도저히 제 양심상 용납할 수 없어서……

 뭐, 대충, 이렇게 구매내역을 주절주절 늘어놓으며 헛소리를 했는데, 저는 사실 소액구매자에 불과해요. 사는 것도 항상 작은 금액이고, 세일하는 것만 집습니다. 한번에 몇십만원 이상을 구매하는 사람도 많고 단골도 많은데, 항상 코코 사장님은 그분들이나 저나 다름없이 친절하게 대해주십니다. 그래도 사람인데, 기왕이면 몇십만원 커스텀 가방 팔아주는 사람이 더 좋을 것 아니겠어요. 그런데도 늘 접속해서 구매를 할때면 쪽지놀이처럼 근황을 이야기하게 되고, 오래된 친구처럼 말을 들어주시곤 하더라구요.

http://www.minisum.co.kr/cocochanellove

코코샤넬Love의 샵

 인터넷 쇼핑업계의 넓은 바다 한가운데 미녀가 특히나 많이 산다는 전설의 섬 미니섬, 그중에서도 한 곳에 작지만 아름다운 샵이 있습니다. 홍콩 커스텀 지갑과 가방, 그리고 여러가지 아이템(국내에서도 알려진 루이, 샤* 중에서도 구하기 힘든 디자인들이 특히 많은)이 빼곡하고 예쁜 옷들도 볼 수 있는, 부모님과 친구들, 남자친구나 남편, 자녀와 조카들의 선물까지 골고루 고를 수 있는 멀티샵. 샵의 여사장님(게다가 미인!!)은 인터넷의 쇼핑 바다보다 마음이 더 넓고, 그래서 항상 부담없이 들러서 훈훈한 마음으로 나올 수 있는 샵.

 당분간은 제 패션 인생의 가방 종결자가 될 샵같아요. 아마도 오랫동안요 ㅎㅎㅎ

 그러고보니 코코샤넬Love 샵의 사장님인 코코님은 저 위의 주이 드샤넬(이 사람 이름도 샤넬)을 연상시키는 귀여운 미인이네요. 옛날부터 그 말을 하고 싶었는데 표현할 길이 없어서…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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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쇼핑의 기술(네가 무슨 보통씨라도 되는 줄 아냐!!) 시리즈는 아마도 연재될 듯 합니다. 때로는 말투가 달라질 때도 있는데 보통은 이런 말투가 계속될것 같네요. 당분간 트위터는 개인모드라 까칠해도… 성공담은 그것을 산 곳의 정보 공유(당연히 커미션 따윈 안받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신다면 나가주심 좋겠네요), 제 실패담도 아마 적나라하게 올라갈 거예요. 당연히 성공하지 못한 불량샵은 그래도 욕을 할 수는 없으니까 제 실패담만 언급할 거고요. 이러다간 파산의 여왕인 나카무라 우사기같은 내용이 될까 무섭습니다. 나의 신용불량 등록기… 이런게 되려나요?!!

 앞으로는 조금씩, 제 옷들의 코디샷과 착용샷(이게 제일 무서운데…;;;;), 그리고 이런저런 제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도 써보겠습니다. 음악 관련만 쓰니까 뭔가 무거워지고, 엄청 칙칙해지는 느낌이라 분위기를 바꿔보려고요. 사진도 올리고 좀더 밝아진 분위기로 나가려고 합니다.

 다만 이런건 좀 무섭네요. 몇달 전인가 자신의 모습을 올리며 뚱뚱해도 당당하다고 주장하는 여자가 있어서 멋지다고 생각해서 reblog도 해주고 몸무게를 걱정하지 않는 카바예가 아름답듯 당신도 아름답다고 극찬을 했습니다만 그 다음에 얻은 욕이 뭐였는지 아세요?

 ’미친 년, 지는 좀 날씬하다고 끊임없이 지 사진만 올리는 년이 뭘 알아?’ 뚱뚱해도 당당하게 살겠다고 해서 멋지다고 생각했더니 이건 뭐 컴플렉스에 사로잡혀서 남을 끊임없이 시기하는 싸이코패스더군요. 욕이나 해줄까 하다가, 참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잘했던 것 같아요. 저도 뭐 날씬한 것도 아니지만 본인이 살을 빼거나 뭘 해보려는 노력도 안하면서 끊임없이 예쁜 연예인이나 다른 블로거들에게 욕이나 퍼붓는 그런 여자를 욕하다보면, 저도 똑같은 인간이 되지 않겠습니까.

 아름다움은 단순히 몸이나 얼굴에서만 오지 않습니다. 그건 내면에서도 나오고, 뭔가 귀티가 난다든가 빛이 난다든가 하는 사람들을 보면 행동거지나 마음가짐이 확실히 바른 사람이 많죠. 게다가 나이가 들수록 자신의 얼굴은 자신이 만들어가는 법이라서, 자신이 끊임없이 남을 욕하며 추해지고자 하면 결국은 한 40이 넘어가면 형편없이 쪼그라들고 추한 자신의 얼굴을 거울 속에서 확인할 수 있을거예요. 저도 지금이야 미인과는 거리가 한 백마일쯤 멀지만, 그래도 40쯤에는 정말 ‘내면에서 빛이 나오는 듯한’ 얼굴을 갖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자 합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외국 블로거분도 가끔 보시는 것 같은데 배려드리지 못해 죄송해요, 한국어밖에 잘 못해서ㅠㅠ), 항상 감사드리고요. 늘 그렇습니다만 좌충우돌, 동분서주 이런 온갖 수식어가 어울리는 그런 정신없는 삶을 살고 있는 저입니다만, 이런 노력을 예쁘게 봐주시면 다시한번 감사드리겠습니다.(아, 예쁘게 봐달라고 부탁드리는 것도 자체 민폐군요. 죄송합니다 ㅎㅎㅎ)

세례명 그리고 오페라 타이스에 대한 개인잡담

 (+오페라 타이스에 대한 약간의 내용이 포함되어 지루합니다 ㄷㄷㄷ)

  제 세례명은 아나스타시아입니다. 다들 그러면 눈이 휘둥그래져서 ‘공주?’ 이럽니다. 네, 러시아 로마노프 왕조의 마지막 공주 아나스타샤가 바로 이 이름입니다. 동방 정교회에서는 이미 성녀로 추대되었다…라는 낭설은 돕니다만, 저는 잘 모르겠고, 그냥 제가 존경하고 인생의 스승으로 따르기로 한 이 성녀분은 굉장히 조용한 삶을 사신 분이셨어요.

  아나스타시아라는 이름을 가지신 분들은 의외로 여러명이 있습니다. 특히 아직 성 안토니우스(성 앙투안의 유혹을 읽다보면 눙물이…;;;)가 살아계셨던 마지막 교부들의 시대였던 이때만 해도 비잔티움 제국(또는 자신들을 그리스 제국이라 칭하기도 했습니다)은 아직은 로마 제국이라 불리었으며 이 시대에는 신앙의 거점이었습니다. 알렉산드리아같은 주요한 도시들이 또한 있었지만 역시 중심은 콘스탄티노플이었겠죠. 당시에 신앙의 옹호자를 자처하는 황제가 살고 있는 곳이었으니까요. 아나스타시아라는 이름은, 이 소아시아와 흑해 연안의 그리스 제국에선 아주아주 흔한 이름이었습니다.

  참고로 아나스타시아라는 이름을 받은 성녀는 모두 4사람입니다.

1. 3월 10일의 성녀 아나스타시아

  자세한 생애는 알 수 없지만 성녀 아나스타시아가 이집트 출신으로서 콘스탄티노플(Constantinople) 궁중의 시녀였음에는 틀림없다. 그녀의 미모가 지극히 뛰어나 황제 유스티니아누스의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에 황후 테오도라의 질투가 극에 달했다고 한다. 하지만 성녀는 온순하고 마음이 착한 사람이었고 또 늘 하느님을 두렵게 여기며 살았으므로, 황제의 총애와 황후의 질투를 피할 양으로 밤중에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Alexandria)로 피신하여 수녀원으로 숨어버렸다.

   황제는 밤낮으로 그녀를 잊지 못하다가 테오도라가 죽은 뒤에 그녀를 찾으려고 노력하였다. 그 소식이 그녀의 귀에 들어갔을 때 성녀 아나스타시아는 사막으로 은신하여 지내다가 다니엘(Daniel) 원장이 지도하는 공동체에 들어갔는데, 다니엘은 그녀를 어느 동굴에서 지내도록 배려하였다. 그래서 그녀는 기도와 고행에 전념하여 높은 경지에 도달하였다. 그 후 그녀의 유해는 콘스탄티노플로 옮겨져 성대하게 안장되었다.

2. 4월 15일의 성녀 아나스타시아

  근거는 희박하지만 성녀 바실리사(Basilissa)와 로마(Roma)의 귀부인 성녀 아나스타시아는 개종자들로서 성 베드로(Petrus)와 성 바오로(Paulus)의 제자가 되었다. 그들은 박해를 받아 죽은 두 성인의 시신을 발견하여 장사지냈는데, 이 일로 인하여 그들 역시 투옥되어 모진 고문을 받은 후 네로 황제의 명에 따라 참수되었다고 한다.

3. 10월 28일의 성녀 아나스타시아

  발레리아누스 황제의 박해 때 로마(Roma)에서 순교한 성녀 아니스타시아는 동정녀였다. 그녀는 총독 프로부스(Probus)에게서 불과 매로 고문을 받았으나 끝끝내 그리스도께 대한 신앙을 고백하였다. 그래서 총독은 그녀의 가슴을 도려내고 이빨을 뽑았으며 손발을 잘라냈다고 한다. 그래도 살아 숨을 쉬면서 배교하지 않자 박해자는 하는 수 없이 참수시켰다는 것이다. 성 키릴루스(Cyrillus)는 그녀가 목말라하는 것을 보고 물을 갖다 주었다가 순교하였다. 그 당시 아나스타시아는 훌륭한 집안의 딸이었고, 동정을 지키려고 혼자 서원하였으며 순교할 당시에는 20세였다고 한다. 현재 이 두 성인은 콘스탄티노플(Constantinople)에서 크게 공경을 받는다.

4. 12월 25일의 성녀 아나스타시아

  판노니아(Pannonia) 시르미움(오늘날 유고슬라비아의 미트로비카) 태생으로 알려진 성녀 아나스타시아는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의 박해 때 감옥에 갇힌 신자들을 만나기 위해 아퀼레이아(Aquileia)에서 시르미움으로 갔다가 붙잡혀 같은 해 12월 25일 팔마리아(Palmaria) 섬에서 참수당했고, 유해는 훗날 성당으로 바뀐 아폴로니아(Apollonia)의 집에 안장되었다.

   전설적인 자료에 의하면 그녀는 로마 귀족 프레텍사투스(Praetexatus)의 딸로서 이방인이던 푸빌리우스(Pubilius)와 결혼하였다. 남편이 죽자 그녀는 페르시아로 선교여행을 떠나 아퀼레이아까지 갔다가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의 박해로 그녀 역시 체포되었다. 그녀는 배에 실려서 팔마리아 섬으로 끌려갔는데, 그 배에는 죄수들이 가득하여 괴롭힘을 당하다가 성녀 테오도타(Theodota)의 도움으로 기적적으로 구출되기도 하였다. 그녀는 5세기부터 로마(Roma)에서 공경을 받고 있으나 그녀에 관한 이야기들은 근거가 희박하다.

  대부분 4월과 10월의 아나스타시아 성녀를 기억하실거 같아요. 하지만 제 세례명은 그분도, 이분도 아니고 3월토끼…..;;;;가 아니라 3월의 아나스타시아 성녀입니다. 은수사로, 그저 전설로 전해져 내려오는 것은 그분의 아름다움과 황제의 구애와 그에 따른 약간은 로맨틱한 그분의 수도원으로의 도피입니다. 어떤 생애를 살고 어떤 저작을 남겼는지는 도무지 단서는 없었어요. 하지만 사람이라는게 정말 육감이라는게 있어서 뭔가 느껴지는 걸까요?

  오오~ 이쁘셨대+_+ 게다가 안전제일!! 순교하신 분이 너무 많아서 안전제일주의라는 썩은 사심도 있었습니다만, 진짜 이유는 이것에 있었어요.

(여기서부터는 오페라(원작소설도 포함) 타이스에 대한 소소한 잡담이 시작이라 좀 산만합니다^^;;;)

  90년대 이후 최고의 타이스라는 찬사를 받는 르네 플레밍 언니. 엄청 예쁘시지 않습니까. 이무렵도 40대인데. 저 순진한 얼굴과 귀여운 표정은 천사같아요+_+ 타이스는 정말 저런 여자였겠구나 싶은 느낌.

  전설의 메사보체, 과체중에도 불구하고 20세기 가장 아름다운 여인일지도 모르겠어요. 몽셰라 카바예 여사가 부른 타이스의 저 거울 독백 장면. 르네 언니가 좀더 자조적으로 ‘타이스, 너는 늙고 말거야’ 하며 씁쓸하게 중얼거리는 느낌이라면, 카바예 여사는 뭐랄까, 애잔한 슬픔이 묻어납니다. 워낙 메사보체라던가, 고음에서 끊어지지 않고 유연하게 넘어가는 독특한 창법을 구사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좀더 목소리 면에서는 산전수전 다 겪은 타이스가 아니라 아직은 순수함이 젊음이 남아 있는 타이스랄까…… (뱀발이지만 제가 이래서 인생을 다 산듯한 지쳐보이는 르네 언니의 비올레타를 좋아하는거 아닙니까^________^)

  Ah! Je suis seule….Dis-moi que je suis belle라는 마스네의 오페라 타이스 중 2막에 나오는 아리아예요. 소화하는 분에 따라 굉장히 어둡고 불길한 느낌까지 드는 노래입니다. 뜻은, ‘아, 난 외롭다…… 내가 아름답다고 말해줘’.

  이게 무슨 달밤에 필라테스 체조를 한답시고 노란 추리닝 입고 이단 옆차기를 하는 쌩쇼야! 라고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배경 설명을 하자면 이렇습니다. 아름다운 알렉산드리아의 여배우, 쿠르티잔인 타이스는 화려한 연회가 끝나고 홀로 자신의 저택에서 문득 두려움에 사로잡힙니다. ‘타이스, 넌 언젠가 늙을 것이다, 늙게 될 거야.’ 그녀는 거울을 향해 끊임없이 중얼거리죠

  오페라에서는 약간 신파조로 흘러갑니다만 아나톨 프랑스의 소설에서는 그녀의 동기가 단순히 늙는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만이 아니었습니다. 이대로 덧없이 흘러가버리는 인생, 그리고 어릴때 그녀를 키워줬던 노예이자, 순교자로 죽음을 맞은 누비아의 성자 테오도르가 가르쳐주었던 영원한 삶과 진리에 대한 동경이지요.

  결국 그녀는 성자라 불리는 수도원장 파프뉘스를 따라나서게 되고 그토록 찾던 지복에 도달하게 됩니다. 열병으로 죽어가면서도 푸른 하늘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동자에는 하느님과 사랑하는 양아버지이자 대부인 테오도르를 드디어 만나게 된다는 기쁨만이 가득할 뿐입니다. “아,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녀와 달리 철저하게 위선적이었던 파프뉘스가 그녀의 곁에서 이제서야 타이스에 대한 사랑과 집착과 욕망에 가득차서 울부짖는 것과는 달리,(자기 친구 니시아스가 그녀의 연인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죽여버릴까 생각까지 하는 엽기성을 보입니다ㄷㄷㄷ) 그가 그토록 ‘더러운 매춘부’라 멸시했던 과거를 지닌 그녀는 구원받습니다. 반면에 위선과 교만에 쩔어 형식적인 신앙만을 중시했던 파프뉘스는 고행한답시고 돌기둥에 올라가고 악마에게 속아서 가짜 성자 노릇까지 하며 사람들을 현혹하는 온갖 기행을 저지른 끝에, 자기 욕망을 깨닫는 순간 결국 인간이 아닌 흡혈귀가 되죠. 그가 그러는 중에도 느낀건 증오와 중2병스러운 쩌는 자기연민(결국은 난 잘났는데 이게 뭐냐라는 식의)과 원한 밖에 없습니다. 당연히 말로가 좋지 않을 수 밖에요. 원래부터 그랬지만 그걸 결국 고치지 못했던 인간이니. 세상엔 훌륭한 수도자도, 사제도 많은데…… 뭐 저런 이뭐병이 다 있나 싶습니다.

  물론 풍자로 광신과 위선을 사정없이 비웃던 아나톨 프랑스이지만, 그러한 파프뉘스 역시 한없는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그 역시 ‘나약한’ 한명의 인간이었기 때문에…… 하긴, 저역시 매일매일 죄악에 찌들어 사는 또 한명의 나약한 인간이기에, 비호감 파프뉘스도 가끔은 불쌍해지더군요. 뭐 저는 성질이 못되어먹어서^^;;;;

  오페라는 신파조를 가미해 좀더 서글프게 마무리를 짓습니다. 남자 주인공은 그녀를 순수하게 구원해주려는, 좀더 강직한 수도사 아타나엘로 바뀌었습니다. 어쩌면 여기에서의 아타나엘은 남자들의 품에서 품으로 옮겨다니며 덧없는 인생을 사는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는 생각을 못하고 그저 연민이려니 생각했는지 모릅니다. 그는 그녀를 데리고 알렉산드리아의 성난 군중들을 뚫고, 먼 사막을 헤쳐나가며 그녀에게 몹시도 다정하고 따뜻한 사랑을 보여줍니다. 단 한번도 타이스가 받지 못했던 그런 종류의 사랑이었죠. 아버지나 오빠같은 혈육과 같은, 또한 진실한 연인과도 같은 그의 사랑에, 지친 타이스를 위해 자신도 역시 지쳤으면서도 물을 떠다주려가는 아타나엘의 듬직한 사랑에, 타이스는 감격하며 ‘저분께 축복이 있기를’ 이라고 작은 소리로 되뇌입니다. 어쩌면 그것은 그들의 가장 순수한 사랑인지도 몰랐습니다. 차라리, 아타나엘이 수도사가 아니었다면 이 오페라는 진실한 사랑에 눈을 뜬 두 연인이 어딘가 먼 변경에서 소박하게 살아나간다는 ‘라 트라비아타’의 해피엔딩 버전이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제목은 ‘오, 하느님의 사자여, 제 손을 씻어주세요’ 성스럽습니다만 실은 솔로지옥 커플천국의 연애 에피소드. 그들의 행복했던 한때. It must have been love라는 옛날 팝이 배경음악에 흘러나와도 그닥 위화감이 없는 저 장면. 워낙 우리 햄프슨 아저쒸의 자상한 눈길이 한몫 했습니다만. 이거 나름대로 성스러운 내용인데 순식간에 사랑 이야기로 탈바꿈시키는 아저쒸의 저력.

  그러고보니 르네 언니 비올레타, 햄프슨 아저씨가 제르몽 역으로 나오는 라 트라비아타는 대체 어떤 분위기일까 생각이 드네요. 이 오페라를 봐서 그런지 둘이 나올 땐 분위기 묘할거 같은데 왠지 ‘훗.. 풋내기는 가라. 역시 연륜있는 남자(게다가 제르몽 아내 여의고 홀몸!!)!’ ‘널 내 며느리감으로 인정할 수 없어! 왜냐하면… 왜냐하면 내 타입이니까! 결혼해주세요♡’ 첫눈에 반해 서로의 마음을 고백하는 두 사람…… 이러면서 손에 손을 맞잡고 도피하며 알프레도는 졸지에 사랑하던 여인을 어머니라 불러야 하는(!) (조셉 칼레야는 니시아스 역으로 타이스에 나왔는데 여기서도 뺏기나요? ㅎㅎㅎ;;) 그러다가 피를 토하며 죽는건 알프레도…… 그런 막장적인 내용이 제 머리 속에 펼쳐집니다.

  하지만 아타나엘은 평생을 하느님께 바치기로 서원한 몸, 그리고 타이스 역시 그렇게 될 운명이었기에 그들은 아쉬운 이별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 다음이 문제였죠. 아타나엘은 아름다운 타이스의 환영에 시달립니다. 아니, 차라리 악몽이겠죠. 환상 속의 그녀는 그를 향해 순진하게 웃기도 하고 매우 유혹적인 자세를 취하기도 합니다. “나도 인간이야, 제길!!!” 두손 두발 다 들어버린 아타나엘은 모든 것을 버릴 각오를 하고 타이스에게 사랑을 고백하러 가지만! 타이스는 그때 죽어가는 중이었습니다. 천상에 대한 이야기만 늘어놓는 그녀를 향해 ‘타이스! 제발 죽지마! 당신을 사랑해!’ 라고 외치는 아타나엘 옵화. 그저 눙물이…(…) 물론 타이스도(무려 원작소설에서조차) ‘그 사막에서의 우리 이야기, 우리가 같이 본 풍경을 기억하나요?’ 하며 못다한 연심을 털어놓는 듯 합니다만, 성녀가 되신 우리 타이스는 우선 하늘나라가 일순위입니다. 연애는 무신! 연애? 그건 먹는건가요? 하늘나라엔 커플 따윈 엄써! 솔로천국 커플지옥!! ㅎㅎㅎ

  아, 눈물 납니다. 사랑하는 여인을 데리고 도망치지도, 또 그녀를 살려낼 능력도 없는 이제는 평범한 남자로 다시 타이스 앞에 선 아타나엘. 그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줄창 우는 것 뿐이었습니다(읭?). 금방이라도 타이스 따라 죽을 것 같은 아타나엘 옵화입니다만, 아 글쎄, 하늘나라엔 연애 따위 없다니까요!! 다시 수도원에 가셔서 성스러운 삶을 계속 사세요. “어차피 인구도 자꾸 늘어나는 판에 무신 연애질에 결혼을 한다고!”(이건 제가 한 말 아닙니다. 과연 누가 한 말일까요오? 맞추시는 분께는 경품을…… 같은건 다 뻥이고, 아마 맞출 수 없을걸요ㅎ)

  그래도, 채워지지 않는 욕망과 원한에 ‘죽은 네 피라도 갖겠다’라며 흡혈귀가 되는 파프뉘스보단, ‘주님, 부디 자비를!’ 처절한 외침에, 죽은 타이스에게 매달려 목놓아 우는 인간적인 아타나엘이 훨씬 낫습니다. 캐릭터 보정이 원작보다 너무나 잘된 오페라의 전형적인 예인듯.

   이건 다른 타이스 공연 장면인데 제가 가장 좋아하는 소프라노 중 하나인 Eva Mei가 나와요. 누워서 노래를 부르는데, 진짜 누워서 저렇게 청아한 노래가 나올까 싶을 지경입니다. 이쪽은 뭐, 진짜 성녀가 죽어가는 분위기. 에바 메이 목소리 자체도 천사같은데, 진짜 회개한 여인-성녀로 보이려고 머리까지 쥐 파먹은듯 밀어놓았어요. 이루어질 수 없는 애처로운 커플 느낌을 살린 플레밍-햄프슨 조합과는 달리 메이-페투시 커플은 아나톨 프랑스의 원작을 살렸나봐요. 정말 천국의 문이 열려 그녀를 맞으러 온 천사를 본듯한 타이스의 황홀감을 에바 메이가 표정과 노래로 잘 표현했다면, 페투시의 아타나엘은 원작 주인공 파프뉘스 못지 않은 짐승남의 포스를 퍽퍽 풍깁니다. 엄마 쟤 기어다녀;;;; 저러다 진짜 원작처럼 죽은 타이스 목 깨물 분위기? 호러다!!! ㅡ0ㅡ;;;;

  이거 뭐 결론은 솔로천국 커플지옥이라는 심오한 메시지(틀려!!)를 던지고 있는 오페라 타이스 이야기가 아니니까, 다시 제 세례명 이야기로 돌아가겠습니다.

  유아세례가 아닌, 스스로 선택해서 입교를 한 경우, 어른이라면 자신이 선택한 세례명을 가진 동일 성인의 삶을 어느정도 모범으로 해서 살 각오를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어찌되었든 자신이 고른 이름, 자신이 존경하는 성인이니까요. 물론 유아세례라 아무것도 모르고 부모가 정하는 대로 한다면 예를 들어 라우렌시오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은 자라서 분통을 터뜨릴 수도 있겠습니다. “하필이면 왜 석쇠구이 성인이냐고요오~!! 왜! 왜!!” 특히 불이라도 나서 머리가 홀랑 타는 이변이라도 당하면 더더욱 부모님이 원망스러울듯 ㅠㅠ

성 라우렌시오에 대한 이야기는 이쪽에. 이분 유머 감각도 엄청나셨다던데요. 한쪽을 구우니 ‘한쪽이 익었네, 뒤집게~’ 그리고 ‘자, 이제 잘 익었으니 드시게나’. 그나저나 이런 얼짱 성인을 석쇠에 굽다니 로마 총독 미친넘…… 아마 열폭했나봅니다. -_-++ 근데 이분 요리사의 수호성인이랍니다.^^;;;;

  뭐, 저런 경우가 아니면 결국은 자신이 고르니까, 그분의 생애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근데 저의 수호성인, 제 세례명의 기원인 아나스타시아 파트리시아(Anastasia Patricia)는 파트리키우스(Patrician) 출신의 아나스타시아란 뜻입니다. Patrician이라는게 원래 고대 로마의 귀족 계층을 가리키는 말이더군요. 유스티니아누스 1세 황제가 다스리던 비잔티움(동로마) 시대에는 매우 고귀한 집안 출신을 가리키는 말로 쓰였던 것 같습니다. 이집트 총독의 딸이었다고도 하고, 그 아내가 될 사람이었다고도 하니까 상당한 계층에서 태어났던 것 같습니다.

  상당한 미모와 좋은 배경의 집안을 타고 태어났기 때문에 테오도라 황후에 질린 유스티니아누스 황제가 꽤나 열렬히 구애했던 것 같습니다. 뭐, 테오도라 황후, 역사상의 여인으로 꽤 매력있죠. 정말 비천한 출신이었습니다. 타이스처럼 무희였고요. 그러나 어느날 극적인 회개를 하면서 그녀는 정치적, 종교적으로 완전히 바뀝니다. 유스티니아누스 1세의 든든한 정치 파트너로서, 또한 극단적인 단성론자로서, 그녀가 후원하던 주교들이(전직창녀 테오도라 황후라고 공공연하게 그들에게 불렸음에도 불구하고) 궁지에 몰리게 되면 도와주는 기지도 발휘했습니다. 한마디로 근사한 여인이었지요. 뭐 전설로는 이 황후의 질투가 두려워 아나스타시아 성녀가 알렉산드리아의 수도원으로 피신했다…… 라고 전해집니다만, 실제로 그랬을까요?

  정치적으로 손을 잡았던 유스티니아누스 1세와의 인연이 그렇게 쉽게 끊어질 것이라고, 질투 하나 때문에 자신의 시녀를 미워했을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물론 사람의 마음이라는게 또 모르겠습니다. 예쁘고 자신보다 젊고 자신과는 달리 곱게 자란 좋은 가문의 여자-라이벌…… 글쎄요, 하지만 이런 말을 했던 배포큰 테오도라 황후가 정말 그녀를 미워했을까요?

만약 지금 폐하께서 목숨을 부지하시기 원하신다면 폐하시여, 곤란할 것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우리에게는 돈도 있고, 눈앞에는 바다가 있고 배도 있습니다. 하지만 생각해 주소서. 그렇게까지 해서 살아남은 뒤, 과연 ‘죽는 것보다야 나았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소첩은 “황제의 옷은 가장 훌륭한 수의”라는 옛 말을 옳게 여기옵니다.

- 니카 반란 때 겁에 질려 도망가려던 유스티니아누스 1세의 앞을 막아서며.

  이 정도의 배짱있는 여인이 단순히 남편의 사랑을 놓고 질투를 할리가 없습니다. 만약 그녀가 아나스타시아를 견제했다면 그건 황후의 자리를 놓고…… 였을 겁니다. 애초에 애정보다는 정치적인 야망이 비슷했던 남자와 결혼하여 권력을 추구하던 여인이라면, 아니 여걸이라면 감히 황후의 자리를 알짱대며 넘보는 잔챙이같은 것들은 쓸어버려야 마땅했겠죠. 그녀에겐 얼마든지 싸움을 걸 힘도 배짱도 남아 돌았습니다. 또한 그녀가 믿었던 그리스도 단성론과 유스티니아누스의 종교화합 정책이 충돌했을 수도 있습니다. 정통으로 인정된 교리를 믿고 있던 아나스타시아는 어쩌면 새로운 황후 후보로 적당했을 수도 있고, 그녀가 배짱만 있다면 유스티니아누스의 총애를 걸고 황후와 싸움을 벌였을 수도 있었겠습니다. 하지만 그랬다면 비참한 죽음 뿐(테오도라는 쉽게 이길 수 있는 여자도 아니고, 운도 억세게 좋았습니다), 지금처럼 성녀가 되시진 않았겠지요.

  그러나 아나스타시아는 그렇지 못했죠. 아무리 좋은 가문 출신이라고 한들 야망도 없고, 순수하게 신앙심만을 가지고 살던 소박한 그녀에게 황후와의 암투는 또 뭐란 말입니까. 모든 것을 내려놓고 수도원에 자신의 믿음만을 가지고 간 그녀를, 황후는 후환이 두려워 암살… 같은 것은 생각하지 않았을 겁니다. 왜 그러겠어요? 아나스타시아는 힘이 약했고, 배짱도 없었으며, 황후와 싸울 마음도, 황제를 사랑하는 마음도 없었습니다. 그녀의 마음 속엔 오로지 하느님만이 있었을 뿐입니다.

  어린 소녀들의 인신매매를 금지하고, 자신도 한때 그 처지였던 떠도는 창녀와 무희들을 위해 집을 마련해주고, 여성에게 불리한 각종 법을 개선했던 자상함, 그러나 한편으로는 자신의 정적들을 비정하게 제거했던 일면을 지닌 철의 황후는 오히려 성녀를 가엾고 딱하게 생각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부럽기도 했겠죠. 저렇게 순수한 신앙심을 가질 수 있을까? 극적으로 자신의 젊은 시절 방탕했던 생활을 바꾸며 회개했던 황후로서는 어쩌면 정말 부러웠을지도 모릅니다.

  몇년 후, 수도원에서 살던 아나스타시아의 행복한 생활은 테오도라 황후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파토납니다(아니, 이런 속세스런 표현을!!). 황후는 아주 오래전부터 암으로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죽는 전날까지 화려한 치장을 하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연회에 참석하여 황제의 곁을 지켰다고 하니, 독하다면 독하다고 할 수 있고, 진짜 여걸이라고 하면 여걸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그래도 이런 삶은 별로 살고 싶지 않습니다. 왠지 안 행복해보여서요. 진짜루요…)

  이후 정치능력의 한계를 들어내며 ‘테오도라쨩이 없으니 아무것도 안돼!!’ 덕후같이 굴던 황제는, 어디선가 아나스타시아가 아직도 살아있다더라 하는 소문을 주워듣습니다. 꿈에도 못잊던 그녀, 종교문제도 왠지 해결해줄거 같고, 후계자가 될만한 아들도 아직 없는 상태입니다. 아싸, 좋다~ 무력을 동원해서라도 데려와라~ 하지만 이런 덕후와 결혼하느니(개인적인 편견으로, 동방교회 성인이라고 해도 아내 아니었으면 대제 칭호는 절대 못받았을 듯한 유스티니아누스를 매우 싫어합니다 -_-) 지금까지 유지했던 행복하고 청빈한 생활이 좋잖아요? 그녀는 극단적인 선택을 합니다.

  우선 여자의 아름다움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머리를 과감히 잘라버립니다. 이집트 사막의 어느 구석탱이로 가서, 그녀는 수도원의 다니엘 수도원장을 만나 남자로 변장한 채 수도자의 옷을 입고 어느 동굴에서 은거하며 신앙 생활을 할 수 있는 허락을 받습니다. 사실, 여자로서는 꽤 힘든 일이죠. 뭔가 안전제일주의인줄 알았더니 순교 못지 않게 힘든 삶입니다. 성녀는 아무나 되는게 아니군요;;;;;;

  그녀가 그렇게 은거하고 산지 28년 후, 다니엘 수도원장은 우연치않게 ‘삽을 가지고 이리로 오세요’ 라는 메시지가 쓰여진 나무판을 발견합니다. 직감적으로 그는 아나스타시아의 죽음을 눈치챘습니다. 그가 동굴에 도착하자, 죽음에 임박한 성녀는 그에게 자신의 생애의 전부를 고백하였고 그는 그것을 기록하였습니다. 죽고 나서(하느님의 품 안에 안겼다는 것이 적당할까요…;;;) 그녀는 콘스탄티노플에 안장되어 엄청난 공경을받으며 성녀로 시성되었습니다.

  이상이 우리나라 성인목록보다는 자세히 나오는 외국 위키의 설명인데, 사실 뭐랄까…… 전설일 수도 있는 이야기지만 감명받았습니다. 단순히 예쁘다, 안전제일주의에 혹한게 아니라…… 이렇게 살 수도 있구나 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사실 이분은 마음만 먹으면 좀더 편하게 살 수도 있었을 겁니다. 황후에게 붙어서 다른 사람과 결혼하여 좀더 변방으로 가서 살 수도 있었고, 정치적인 참견을 하지 않는 황제의 애인으로서 나름 화려한 궁중의 삶을 살 수도 있었을 겁니다. 비잔티움 왕조의 사치가 뭐 이만저만 화려한가요?

  그런 많은 삶의 선택 중에 하필이면 선택한 것이 남자로 위장하여 아름다운 외모를 거칠게 하고 도저히 음식이라고 할 수 없는 말라 비틀어진 빵과 식수로도 쓰기 위험한 물을 겨우 한끼 정도 섭취하면서, 하루종일 기도와 독서에 전념하며, 그도 아니면 바구니같은 것이라도 짜는 노동을 한다는건……ㄷㄷㄷㄷ 성 앙투안의 유혹이라는 플로베르의 소설 일부분만 봐도 당시 수도사의 삶이 얼마나 험난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지금도 수도생활에 헌신하시는 분들은 고생에 고생이지만, 그래도 사막에 은거하시진 않잖아요^^;;;

  바로 이런 점에 꽂혔습니다.

  아나스타시아 성녀는 아마도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한탄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녀에게는 그런 절대고독의 은둔과 기도와 독서같은 것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얼마 안되는 보잘것없는 것들이 아마도 지상의 온갖 좋은 것보다 더 좋았던게 아닐까요? 그녀는 정말 행복한 삶을 살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동굴의 벽이 만들어내는 어둠과 고요함에 잠겨, 관상기도로 하느님과 대화를 하면서 말입니다.

  여전히 제 쓸데없는 지식의 이성은 ‘가톨릭은 아마도 가장 흥미로운, 민속종교가 원형을 유지하는 세계종교다’ 라는 엘리아데 식 흥미가 고개를 쳐들기는 합니다만, 왠지 가장 어렵고 가장 힘들다는 관상기도는 참으로 행복할 것 같습니다. 머리는 사실 차갑지만, 마음 속은 입교를 하고 예비자로 교육을 받으면서도 참 편안했습니다. 심지어는 창가에 떨어지는, 겨울날의 따뜻한 햇빛 한자락도 마치 하느님의 옷자락이 내려온 듯, 묘한 행복감이 들었으니까요. 관상기도는 역시 그보다는 백배 천배 더 행복하지 않을까요? 신과의 침묵의 대화……

  기도문을 아직도 못 외우는 미련한 저는 뭐랄까, 그냥 자기 전에, 깨어나서 십자가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조근조근 오늘 하루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예수님께, 하느님께, 삼위일체를 이루시는 성령께…… ‘저는 아직도 배가 고파요. 다이어트 실패한 것일까요?’ ‘저는 아직도 모자란가봐요. 화가 나고 이해를 못하겠어요.’ 밑도 끝도 없는 투정을 들어주시며 웃으시는 예수님이 문득 떠오릅니다. 뭐, 저같은 것에게 나타나시겠어요? 그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러다보면 어느새 행복해지는거죠. 아나스타시아 성녀님은 이보다 백배는 행복한 느낌을 지니고 사셨을거라 생각하며, 저는 오늘도 그분께 살포시 말을 걸어봅니다. “성녀님, 오롯이 자신을 비우고 주님께 내어드릴 수 있는 하루가 될 수 있도록, 빌어주소서. 마치 당신이 그랬던 것처럼.”

주절주절 책이야기(카페 마리 이야기도 잠깐)

  일요일 오후 카페 마리 희망도서전에 갔다왔습니다. 사람들도 제법 많이 모이고, 책도 많이 팔린 것 같아 기분이 흐뭇했어요. 물론 제가 갔을 땐 저녁때라 그런지 사람들이 많이 줄었지만요.

  아끼고 아끼던 젤라즈니의 앰버연대기 전권과 알퐁스 무하 일러스트집(우리나라에는 발매된 것이 없고, 무하가 직접 발행해서 결국 자기 예술 생명을 깎아먹은 매뉴얼입니다. 일본판으로 샀어요)을 눈물을 머금고 기증! 마침 돈이 없어서(왜 하필 나는 음료수를 사먹었을까, 전전날 옷은 왜 샀을까?;;;) 전혜린씨의 전설적인 번역작 ‘생의 한가운데’는 못사고 말았어요.

  그런데 기증 도서는 무조건 3-4천원이라고 하는데 글쎄 이런 귀한 보물을 득템했지 뭔가요?

악의 역사 2편 : 사탄/제프리 러셀 버튼

저 뭔가 매우 무서운 뻘건 글씨!

  제프리 러셀 버튼 교수의 악의 역사 총서 시리즈 중 하나입니다. 이전에 악의 문화사라고 해서 간단하게 매뉴얼 정도가 나왔는데 평생 이 저작에 힘을 기울였다고 하지요. 그렇다고 무슨 마법이 어쩌고 종교재판에서 누가 죽고 어쩌고 하는 선정적인 피바다 이야기가 아니라 어떤 식으로 악이 선에 대항하여 정의되었으며 초대 교부들의 사상을 쉽게 설명하며 또 당시에 널리 퍼졌던 그노시스 사상에서의 악의 의미도 다루고 있습니다. 매우 공정한 시선으로 보기 때문에, ‘아놔, 왜 우리 성인을 씹고 ㅈ롤이에요! 성인 00님이 얼마나 착하신데!’ 라고 딴지를 감히 걸 수가 없습니다. 선을 지향한다면, 악이라는 것의 실체도 알아야죠. 그리고 뭔가 ‘악으로 불린 것들을 옹호한다’라는 생각을 하신 분들은 마지막권인 ‘메피스토텔레스’에서는 책을 아예 집어던지게 될 겁니다.

  버튼 교수는 특별히 종교가 없습니다만, 단순히 인간의 충동에서 나오는 악이 아닌, 무언가 정의할 수 없는 거대한 악의 실체를 느끼며 그에 따른 대항 방법(선이란 이런 것이다!)으로 도스예프스키의 ‘까라마조프의 형제들’과 플래너리 오코너의 책을 들고 있습니다.

 중세사상사/클라우스 리젠후버

보기만 해도 머리 아파보이는 표지! 아놔~ 왜 얘도 뻘겋지?!!

  버튼 교수의 책과 쌍으로 읽어주면 정말 좋을 책. 이 책의 저자인 클라우스 리젠후버는 예수회 신부이자 현재 중세 종교 사상의 최고 학자 중 한명, 일본의 조치 대학교 중세 사상 연구소 소장을 겸하고 있으시다고 합니다.

  근데 뭐 신부님이라고 해서, 자 우리 교부들의 사상은 너무 훌륭해요~ 니들은 나빠~ 꼬죠~ 이런식은 아니고, 일반 독자(타 종교 및 비종교인 포함)들을 위해 알기 쉽게 정리해놨다고 할까요. 특히 스콜라 사상은, 솔직히 대학교 교양강의로 철학사를 선택했을때도 무지하게 졸면서 들었는데(오히려 동양사상사를 더 재미있게 들은 이유는 뭘까요 ㅎ) 전혀 이해되지 않던 것이 조금씩 머리에 들어오는 느낌입니다. 이 양반이 쓰신 중세사상원전집성 전 20권을 너무나도 보고 싶은 느낌이 납니다만, 국내에선 당연히 발매되기 희박할겁니다. 신학교에서도 안 가르칠걸요(!)

  아무튼 이분들 책을 조금씩 읽다보면 요새 읽고 있는 에디트 슈타인 전기(수자와 카오리 저)도 대충 이해가 갈거 같아요. 사실 이분의 생애가 나오다 잠깐씩 이분의 노트가 나오면 어렵습니다. 이분이 어떤 식으로 스콜라 철학을 현대에 접합시키고 있는지는 당연히 저도 모르지요. 영어로는 도저히 해독 불가란 말이에요!! 어느 능력자가 좀 도와주세요 ㅠㅠ

 

 성 앙투안느의 유혹/구스타브 플로베르

새벽에 보다보면 정말 정신줄 놓게 되는 책!

  초기 교부들 이야기 더 알고 싶으시면 자세한 주석이 달린 플로베르의 역작 ‘성 앙투안느의 유혹’을 권합니다. 얘는 진짜 새벽에 읽다보면 정신줄 놓아요. 희곡소설이라고 하는데 진짜, 이걸 영화나 연극으로 만들면 왠만한 블록버스터는 저리갈듯……(등장인물이 몇인지)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성인 안토니우스님이 나옵니다. 조용히 수행하겠다는데 7대죄악이랑 악마가 나와서 계속 방해를 해요. 게다가 성 테르툴리아누스도 찬조출연하셔서 스승 꺼지셈~ 이런 욕먹고 들어가시고;;; 근데 성 테르툴리아누스님이 막판에 몬타누스파에 기울어져서 다 말아먹었다는 이야기는 먼가효?!! 그래서 엄청나게 많은 그노시스파들 사이에서 끼어서 ‘야, 이놈아. 알고보니 그게 아니더라’ 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저는 여기서 카인교도들이나 몬타누스파같은건 또 처음 알았어요.(특히 몬타누스 완전 미친 쉐이ㄷㄷㄷ)

  흠… 이거 뭐 옛날에도 뭐 이상한~ 애들이 많았군요. 그노시스는 진짜, 말이 된다 처음엔 생각이 되도 나중에 점점 알고보면 괴상한 파입니다. 거기다 무슨놈의 파벌이 그렇게 많은지….안습;;;; 아무튼, 초기 교부의 이야기나 아니면 당시 교부들 사상과 같이 공존하고 있던 사상들을 알아보시려면 꽤 도움이 되요. 왜냐면 플로베르가 철저하게 자료 조사를 했기 때문이죠(우훗~) 그러나 친구들은 ‘야, 그거 쓰레기 글이야 태워버려.’ 이랬기 때문에 플로베르는 세번이나 고쳐쓰며 ‘이 작품은 내 최고 걸작이라구우!!’ 하며 절규했습니다만, 당대에는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게 초역이래요. 지만지에서는 세번째 판본인가를 내놓았는데 거의 축소해서 뭔소리인지도 모르고(완역좀 하지 그래), 열린책들이 진짜 큰일 해냈습니다. 역자가 이거 작업하다 시력 상실될 뻔 했다는 일화도 있고요.

  근데 이거 뭐, 플로베르가 동인남도 아닌데 거의 7대 죄악이랑 악마가 안토니우스 성자께 올인하더군요. 아직은 팔팔한, 그닥 늙지 않은 안토니우스님(맨날 늙게 묘사되는데 여기서는 무슨 성 세바스티아누스처럼 미남으로 묘사되는 듯한 느낌이;;)…… 결국은 웃옷 벗고(꺄아~) 채찍으로 자기 몸을 내리치다 혼절하는 SM 퍼포먼스를 펼칩니다.

  

  겉 장에서부터 ‘악마님들, 제발 나 좀 내버려둬요’

 (동인녀가 보면 침흘릴 대사잖아, 이거!! 앙탈수 성 안토니우스…(…) 너 벼락맞어;;;;)

  ‘오빠! 우린 오퐈 팬이에요! 오퐈 없인 못살아요~!’

  ‘안돼! 큣트하고 퓨어한 안토니짜응은 나으 것이라능, 안토니짜으으응~~’

  이건 뭐 오덕들이 따로 없네요. 책의 내용이 거의 이런 느낌입니다. 그만 좀 괴롭혀!! 좀 성자답게 사시겠다는데 왜 괴롭히고 ㅈㄹ이니? ㅠㅠㅠㅠ 아무튼 엄청 불쌍해요. 성인이십니다만,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이런 상태로 몇십년을 괴롭힘 당했대요. 아, 어디 손수건이 없나.ㅠㅠ

 (아까부터 지옥 갈 소리만 골라하는 아~놔~ 입니다. 아, 지옥은 솔직히 싫은데…ㄷㄷㄷ)

  저는 중세 쪽에 관심이 있다보니 아날학파에 어쩌다가 손을 댔는데, 결국은 여기까지 이르고 말았군뇨 ㅠㅠ 하긴 중세가 종교 아니면 뭐 돌아가기 힘든 구조다보니;;; 종교 사상 이해는 필수이지요. 근데 아날 학파는 솔직히 너무 어렵다는… 그나마 조르주 뒤비라든가 마르크 블로크는 굉장히 재미있고 이해가 쉽게 글을 쓰고 있습니다만!! 뤼시엥 페브르는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먹을 수도 없어요.

  

  16세기의 무신앙 문제/루시앙 페브르

글씨 일단 작고… 너무 빽빽해서 가독성, 독자를 위한 배려라고는 요만큼도 없는..ㄷㄷㄷ

  내 생애 가장 재수없는 책…… 이라고 말한다면 거품 무실 분 여러명 계실 듯;;; 일단 현재 페브르의 라블레를 통한 16세기의 무신앙적인 측면을 밝히는 건 지금 최신 학파에 의하면…. 오류랍니다. (그럼 난 왜 이 책을 산거야!! 값도 비쌌다궁!! ㅠㅠㅠㅠ) 길죠, 빽빽하죠. 장수가 645쪽이나 되어요. 거기다 루시앙 페브르는 대화를 하는건지 이건 뭐 제임스 조이스 문체를 쓰는건지, 도저히 인문학같아 보이지는 않아요. 진짜 피본 책ㅠㅠ 그래도 기증하거나 팔진 않으렵니다. 제가 이 책을 완전히 읽을 때까지. 이제 겨우 3장까지 나갔어요. 그 이상 읽으면 졸리기 때문에!!

 중세말의 환상과 엽기 : 히에로니무스 보스/월터 S 기브슨

현재 또 하나 보고 있는 책. 엘그레코보다 이쪽이 미술사적 접근을 해서 그런지 어렵… ㅠㅠ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그림을 워낙 좋아해서 읽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난해해요. 시공아트총서 시리즈가 은근히 어려운게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도 보스가 무덤에서 벌떡 일어나서 좋아라 춤을 출 내용이 담겨 있는데, 이 양반 엽기 그림으로 이단이다 비밀종파다 하며 말이 많았다죠. 이 글을 쓴 기브슨 교수는 실제로는 보스의 그림들은 당시 중세의 일반적인 사람들이라면 으례 듣는 훈화며 설교, 교훈집 등에서 뇌리에 박힌 사상을 그대로 은유하여 보여주고 있다고 합니다. 즉, 보스는 정상적인 사람이었던거죠.^^;;;;

  그러니 이제부터 히에로니무스 보스를 펠리시앙 롭스랑 비슷한 부류로 착각하지 맙시다. 롭스 그림 보여주고, ‘아 이 사람 그림 당신거랑 비슷한데?’ 이 소리 들으면 보스씨, 저승에서 편히 못쉽니다 ㄷㄷㄷ

 중세의 가을/요한 호이징가

역시 가독성은 너무나 떨어지는 불친절한 책. 그러나 재미있다!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그림을 이해하는데 가장 좋은 책으로 기브슨 교수가 꼽은 책. 바로 전설적인 중세학자 요한 호이징가가 쓴 에세이 형식의(라고 쓰고 마구 휘갈겼다 읽는다) 15세기 사람들의 의식구조에 대한 책. 중세에서 르네상스로 넘어가는 이 시기는 너무나 불안정하기 이를데 없고 엽기적인 취미들을 다들 하나씩 갖고 있었던거 같아요. 유골숭배..ㄷㄷㄷ 신나게 파티하고 춤추고 먹고 마시다가 갑자기 옷을 찢고;;; 수도원에 뛰쳐들어가 금식을 하며 참회기도를 올립니다. 뭐 이런 사람들이 한둘이어야지요. 확실히, 항해술과 인쇄술의 발달과 함께 찾아오는 ‘새로운 시대’는 그들에게는 공포 그 자체였던 모양이에요. 그렇다고 정줄놨다고 단정짓진 말아야죠. 이 분들의 시각에서는 오히려 우리들이 ‘정줄놓은’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ㅋ

 마녀와 베난단티의 밤의 전투(16세기와 17세기의 마법과 농경의식)/카를로 긴즈부르그

이제 막판임다… 이책은 진짜 추천!

  미시사의 태동을 알렸다는, 현재 최고의 미시사 학자 카를로 긴즈부르그가 처음으로 쓴 책. 원래는 논문이었다고 합니다. 16세기, 17세기에 새로운 사상에 눈을 뜨기도 하지만 그 반면 오래전 묻혀져 있던 어떤 토속적인 신앙도 발견이 되었던 모양입니다. 한마디로 태반 쓰고 나온 사람들은 착한 마법사가 되어 사악한 마법사와 싸워 풍작을 가져온다는 뭐 그런 판타지스런 얘기. 근데 진짜 믿은 사람이 한둘이 아닌가 봅니다. 그래도 마법에 비교적 관대한 이탈리아라, 결국은 이단과 마녀의 혐의를 뒤집어쓰긴 했지만 막상 희생된 사람은 별로 없었습니다. 다들 야단이나 맞고 보속이나 받고 끝났지요.

 치즈와 구더기 : 16세기 한 방앗간 주인의 우주관/카를로 긴즈부르그

베난단티랑 같이 엮어서 읽으면 재미있어요.

  카를로 긴즈부르그 최고의 베스트셀러입니다. 프리울리에는 당시로서는 ‘정줄놓은’ 사람들이 많이 살았나봐요. 아니, 그만큼 어떤 토착신앙도 오랫동안 뿌리를 박고 존재하고 있었던걸까요? 새로운 사상과 종교 분리가 일어나면서 위기를 느낀 교회에 도전장을 내민 남자! 다름아닌 별거 아닌 방앗간 주인입니다.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그는 마치 이탈리아에서 루터가 되살아난 것처럼 온갖 비리와 부정들을 고발합니다. 게다가 독특한 우주관도 가져요. 너무 기니까 관련 내용을 링크합니다.

 http://www.yes24.com/24/goods/240742?scode=032&OzSrank=1

  프리울리에서 자신이 베난단티라고 믿었던 사람들은 그래도 무사했지만, 이 방앗간 주인 메노키오는 결국 재판에 재판을 거듭하며 화형당합니다. 왜냐고요? 그가 주장한 것들은 그당시로서는 너무나 거창한 것들이었고, 당시의 권위에 반발하는 것들 투성이었습니다. 뭐 아무래도 제 종교적 관념상 이분 이론을 받아들이기는 힘들지만(이 아니라 뭐 거의 껄끄럽죠ㅎㅎㅎ) 나름 재미있어요. 또한 당시에 아무리 재세례파나 루터파와 접촉하고 당시의 부패한 종교와 정치를 비판하는 서적들을 읽었다고 하나, 그의 사상은 너무나 독창적입니다. 긴즈부르그가 그 먼지 쌓인 재판기록에서 발견하지 않았다면 이 얼마나 근사한 이야기가 묻혀버렸겠어요. 긴즈부르그에게 박수!!

  이상으로 제가 주로 읽고 있는 경향의 책들을 골라 뽑아봤습니다. 나름 재미있는 책이니 읽으셔도 될것 같아요. 아참, 문학사상사와 트위터 맞팔 사이인데 가독성 어쩌고 씹어댔으니 언팔당하는거 아닌가요? ㄷㄷㄷ

  마지막으로 카페 마리가 있는 거리 사진 한 장.

  저에겐 나름대로 추억이 있는 거리였습니다. 마리에서 차를 마시고, 친구 또는 남자친구와 영화를 보고, 그리고 순두부 국수를(양많고 값싼) 먹으러 가던 그런 곳이었어요.

  그런데 없앤답니다. 미관상 보기 싫다는 이유 하나겠지요. 그런 식으로 말하자면, 우리에게는 몹시도 신기하고 예뻐 보이는 유럽의 그 좁은 골목길들은 어쩌면 유럽 사람들은 흔히 봐서 질리고 너무 오래된 거리 같아보이지 않을까요?

  갈아 엎고 새로 짓는 것보다는 조금씩 다듬어 오래된 거리나마 운치가 있게 보이는 것이 더 멋지고 관광객도 끌어들일 거라는게 제 생각이에요.

  휴… ㅠㅠ 그 동안 보던 가게들이 다들 닫아서 말이 아니더라구요. 제가 예전에 찾던 곳들이 간판만 남아 서글프기도 하고, 그곳을 꿋꿋하게 지키는 분들이 너무나 듬직해서 말이라도 걸어보고 싶었지만 수줍수줍~ 그냥 희망도서전 하던 분과 몇마디만 주고 받고 왔어요.

  오는데 돌아서서 이 사진을 찍었습니다. 얼마나 마음이 찡하던지.

  제 추억들이 하나하나 없어져가고 있습니다. 나름대로 저에겐 아름다운 추억들인데.

  여러분에겐 어떤 추억들일까요? 지금은 사라진 그 거리들이 정말 갈아엎어버리고 높은 빌딩이랑 음악이 꽝꽝 울리는 시끄러운 쇼핑몰을 지어야 할만큼 보기 싫은 추억들이었습니까?

Novena Of The Holy Spirit by Edith Stein

Novena Of The Holy Spirit

Who are you, sweet light, that fills me
And illumines the darkness of my heart?
You lead me like a mother’s hand,
And should you let go of me,
I would not know how to take another step.
You are the space
That embraces my being and buries it in yourself.
Away from you it sinks into the abyss
Of nothingness, from which you raised it to the light.
You, nearer to me than I to myself
And more interior than my most interior
And still impalpable and intangible
And beyond any name:
Holy Spirit eternal love!

Are you not the sweet manna
That from the Son’s heart
Overflows into my heart,
The food of angels and the blessed?
He who raised himself from death to life,
He has also awakened me to new life
From the sleep of death.
And he gives me new life from day to day,
And at some time his fullness is to stream through me,
Life of your life indeed, you yourself:
Holy Spirit eternal life!

Are you the ray
That flashes down from the eternal Judge’s throne
And breaks into the night of the soul
That had never known itself?
Mercifully relentlessly
It penetrates hidden folds.
Alarmed at seeing itself,
The self makes space for holy fear,
The beginning of that wisdom
That comes from on high
And anchors us firmly in the heights,
Your action,
That creates us anew:
Holy Spirit ray that penetrates everything!

Are you the spirit’s fullness and the power
By which the Lamb releases the seal
Of God’s eternal decree?
Driven by you
The messengers of judgment ride through the world
And separate with a sharp sword
The kingdom of light from the kingdom of night.
Then heaven becomes new and new the earth,
And all finds its proper place
Through your breath:
Holy Spirit victorious power!

Are you the master who builds the eternal cathedral,
Which towers from the earth through the heavens?
Animated by you, the columns are raised high
And stand immovably firm.
Marked with the eternal name of God,
They stretch up to the light,
Bearing the dome,
Which crowns the holy cathedral,
Your work that encircles the world:
Holy Spirit God’s molding hand!

Are you the one who created the unclouded mirror
Next to the Almighty’s throne,
Like a crystal sea,
In which Divinity lovingly looks at itself?
You bend over the fairest work of your creation,
And radiantly your own gaze
Is illumined in return.
And of all creatures the pure beauty
Is joined in one in the dear form
Of the Virgin, your immaculate bride:
Holy Spirit Creator of all!

Are you the sweet song of love
And of holy awe
That eternally resounds around the triune throne,
That weds in itself the clear chimes of each and every being?
The harmony,
That joins together the members to the Head,
In which each one
Finds the mysterious meaning of his being blessed
And joyously surges forth,
Freely dissolved in your surging:
Holy Spirit eternal jubilation!

성령의 오순절 9일 기도

당신께서는 누구시기에,

저를 충만하게 하는 빛이시며,

내 마음 속 어두움을 비추어 주십니까?

어머니의 손길처럼 당신께서는 저를 이끄시어,

저를 나아가게 하시어도

또다른 걸음을 어떻게 옮겨야 하는지 제가 알지 못하나이다.

당신께서는 공간입니다.

제 존재를 에워싸고 당신 자신께 담으십니다.

당신께서는 어둑한 무(無)의 심연에서 빛으로 끌어올리셨는데,

당신께 멀어지면 저는 그 심연으로 가라앉습니다.

당신께서는, 제가 제 자신에게 가까운 것보다 더욱 가깝게 계시며,

제 가장 깊숙한 내면보다 더욱 깊은 내면에 계시어,

그래서 여전히 손으로 만질 수 없고, 무어라 말할 수 없는,

그래서 그 어떤 이름조차 넘어서는 분.

거룩한 성령, 영원한 사랑이시여!

당신께서는 성자의 성심(聖心)에서 나와 제 심장에 흘러넘치는,

천사와 축복받은 이들의 양식인,

달콤한 만나가 아니시겠습니까?

죽음에서 삶으로 주님 자신을 들어올리신 주님께서는,

주님께서는 또한 저를 죽음의 잠에서부터 새로운 생명으로 불러 일으키셨나이다.

그리하여 주님께서는 제게 날이면 날마다 새로운 삶을 주고 계시니,

그리하여 그분의 충만함이 저를 통해 넘치나이다.

주님의 생명의 생명은 깊고, 주님은 주님으로서 계시나이다.

거룩한 성령, 영원한 삶이여!

영원한 심판의 옥좌에서 내려 오셔서,

그리하여 스스로는 결코 깨닫지 못한 영혼의 암흑 속으로 스며 들어오시는,

당신께서는 한줄기 빛이십니까?

자비로우면서도 가차없이

영혼은 은밀한 숨김들을 꿰뚫어 봅니다.

그 자신을 바라보는 것에 두려워하며,

영혼 자신은 경외심을 위한 공간을 마련합니다.

참된 진리는 높은 곳에서 임하시오며,

그리하여 저 높은 곳으로 저희를 단단하게 고정시키시옵는,

당신의 은총,

그것은 저희를 새롭게 창조하나이다.

성령이여, 모든 사물을 관통하는 빛이시여!

당신께서는,

하느님의 영원한 판결의 봉인을 떼어내시는

어린 양께 비롯된 정신의 완전함과 권능이시옵니까?

당신께 이끌리어,

심판의 전령들이 온 세계를 질주하오니,

그리하여 잘 벼려진 칼로 어둠의 왕국에서 빛의 왕국이 분리되나이다.

그때 하늘은 이 땅위에서 새롭고 또 새롭게 변하여지며,

그리하여 모든 사물이 그 적합한 자리에서 발견될지이다.

당신의 숨결을 통하여서.

성령이여, 영광스러운 권능이여!

당신께서는, 땅에서부터 하늘에 걸친 탑들이 솟은,

영원한 성전을 지으신 주님이시옵니까?

당신께서 활기를 불어넣으시니,

그 기둥들은 위로 솟아오르고 굳건히 서 있나이다.

하느님의 영원한 이름이 새겨진,

그 기둥들은 빛을 향해 뻗어가고,

거룩한 성전에 왕관을 씌우는 둥근 지붕을 지탱합니다.

세계를 아우르는 당신의 일.

성령이여, 하느님의 빚어내시는 손이시여!

신성(神性)이 그 자체로 다정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수정의 거울처럼 맑은,

전능하신 주님의 왕좌 맞은편 구름 한점 없는 거울을 창조하신,

유일한 이가 당신이십니까?

당신께옵서는 당신의 피조물 중 가장 아름다운 작품에 몸을 굽히시고,

당신의 온전한 시선에 반사되어 밝게 비추게 하셨나이다.

그리하여 모든 피조물들의 순수한 아름다움이,

당신의 티끌 한점 없이 순결한 신부, 성모님의 다정한 형태에

모여 하나가 되었나이다.

성령이여, 모든 것의 창조주시여!

당신께서는 진정,

각각의, 그리고 아울러 모든 존재들의 정결한 조화와 성스럽게 맺어지시어,

삼위일체의 왕좌 주위를 영원히 울리는,

거룩한 경외심과 사랑의 달콤한 송가이시옵니까?

그 화음은,

우리 모두에게는 머리 속에서 하나가 되오며,

우리 하나하나는,

그분의 신성한 존재의 신비스러운 의미를 발견하게 되어

기쁨에 차서 앞으로 밀려들다가

당신께서 밀려드심에 자유롭게 흩어집니다.

성령이여, 영원한 승리여!

  성녀 에디트 슈타인은 가장 힘든 20세기의 격동기를 살다 가시고, 결국 2차세계대전의 가운데 아우슈비츠에서 지상에서의 삶을 마치신 분입니다. 아, 이분처럼 살다가긴 참으로 어렵겠구나, 그런 성인성녀분들이 솔직히 많이 계시죠, 음…… 그래도 에디트 슈타인의 전기를 읽고 인간적으로 친근함을 느꼈달까, 뭐 그렇습니다. 실연도 당해보시고, 당대의 가장 뛰어난 학자들 중 하나로 인정받으면서도 여성이라는 이유 하나로 교수 자리조차 밀려나는 개인적 실패를 맛보시고…… 또, 유아기때는 아주 자주 내면으로 침잠하여 분노하셨다고 합니다. 이분. 떼쟁이였대요;;;;;(지금쯤이면 이 발번역과 ‘떼쟁이’ 드립을 하늘에서 보시고 웃으실거 같은데… 음, 화는 안내실거 같아요. 워낙 다정다감한 분이셨다고 하니까요- 이거슨 궁색한 변명!!)

  현상학파에서 에드문트 후설(훗썰이라고 써놓은 전기판에서는 왜 그렇게 웃음이 나던지… 로빈’훗’ 이 생각나지 않습니까, 이분 이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의 후계자로서, 또한 태어날때는 유대인으로 시나고그에 다니며 나중에는 무신론자…… 그러다 가톨릭에 몸담아 가르멜 수녀가 되시고. 이분 자체가 워낙 내면적인 분이신거 같아요. 굉장히 신비주의적인 표현이 많습니다. 저도 성경은 요새 여러번 읽고 있지만(사실 가톨릭에 입교하기 전부터 읽어봤었습니다. 워낙 문학적인 표현이 아름답다보니까요. 영원한 스테디셀러 아닙니까요;;;) 이건 요한계시록의 내용인가? 이건 삼위일체에 대한 설명인가?!! 뭐 이렇게 헷갈리는게 한두개여야죠. 그나마 저를 가르치신 교리선생님께서 삼위일체란 거울에 비친 모습과 같다고 고심하다못해 아주 쉽게 설명해주셔서 저 거울 부분은 대충 이해가 갈거 같습니다만, 워낙 에디트 슈타인 성녀가 박식한 분이라 어렵더군요. 내친김에 The Hidden Life라는 이분의 저작을 웹사이트에서 찾아내서 번역해볼까 했는데 지금 두손 두발 다 들었어요. 진짜 어렵습니다 ㅠㅠ 취미로 손대봤는데 이거 뭐 사흘이나 걸리고….(꿍얼꿍얼)

  결론은 발번역, 거기다 제대로 된 용어조차 제가 이해했는지 모르겠어요. 사전 하나 끼고 굿뉴스홈의 가톨릭 용어까지 뒤져가며 머리를 부여잡았으나!! 이것도 저것도 아닌 이상한 번역이 되어버렸어요. 사실 나머지는 오타오역에 이건 해석이 이렇다고 지적해주시는 분이 있다면 맡겨버리고 튀고 싶은 지경입니다. 아하하;;; 뭐 개인적으로는 5연의 ‘기둥’이라는게 우리의 믿음이라는 뭐 그런 해석을 하고 있지만 말이죠.

http://bit.ly/neVXYZ

  ‘성령(Holy Spirit)’에 대해 도저히 설명하기 어려워서 일단 위키 링크 걸어두었습니다. 일단 이렇게만 설명해두겠습니다. 그닥 종교적 색채를 띄기는 싫어서 음. 왕년에 칼부림하기 직전이었던 동방정교회와 로만 가톨릭도, 가장 늦게 떨어져나온 개신교 역시 성령을 믿습니다. 물론 각자 약간씩 개념이 다릅니다만(동방정교회는 오로지 ‘성부’에게서만 ‘성령’이 발현한다고 합니다), 기본은 개념이 같습니다. 그렇다고 뭔가 하느님의 입에서 나오는 엑토플라즘같은 허연거라든가(?!!) 꼬마유령 캐스퍼같은 아햏햏한 이미지는 아니고요;;;;;

  당연히 이런 귀여움은 절대 아니고;;;; 간단하게, 그냥 하느님입니다. 하느님의 페르소나라고 하면 설명이 되려나;;;; 암튼 이 삼위일체 교리가 워낙 어려워서 성 아우구스티누스께서 고심하며 머리를 뽑다보니 늘그막에 그렇게 대머리가 되셨다는 눈물겨운 전설이(이건 순 거짓말임)… (점점 말을 늘어놓을수록 산으로 가네요.)

  원래 무식한 놈이 용감하다! 라는 정신으로 번역에 손을 대보았습니다만, 뭐랄까, 슈타인 성녀의 조카 손녀께서 독일어를 영어로 번역하신 거라는데도 시어의 아름다움이 느껴집니다. 이전에 시트웰의 시를 원어로 읽었을 때와 비슷하다고 할까요. 그때도 발번역이었지만…… 한쪽은 공습, 한쪽은 수용소라…… 물론 시트웰이 전쟁의 참혹함은 조금 덜 겪었다고 하지만, 성녀와 일반 속인을 떠나 이 두분의 아픔은 각자의 시에서의 표현으로 전해집니다.

  시트웰에게서, 런던을 공습하는 무자비한 포탄과 비행기 소음은 ‘The hammer-beat
In the Potter’s Field, and the sound of the impious feet(들판에 울리는 망치소리, 연고자 없는 - 아마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사망자들도 많았을 테니까요. - 사람들의 무덤의 평화를 깨는 불경스러운 발자국 소리)’였고 전쟁이라는 존재는 ‘the human brain
Nurtures its greed, that worm with the brow of Cain(카인의 이마를 한 벌레와 그 탐욕을 먹여살리는 인간의 두뇌)였습니다. 그리고 슈타인에게서 참혹한 불길에 휩싸인 세계의 모습은 ‘The messengers of judgment ride through the world(세계를 가로질러 달리는 심판의 전령들 - 갑자기 Wagner의 발퀴레의 비행이 생각날게 뭔가요;;;)’였습니다. 그러나 두분은 그래도 빛의 희망을 믿습니다.

  시트웰의 시에서는 십자가에 매달려계신 그분은 고요하게 ‘아직도 너희를 사랑하여 너희를 위하여 내 순결한 빛, 내 피를 흘린다’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슈타인의 시(라기보다는 기도, 시편에 가깝지만)에서는 ‘빛의 왕국이 분리되어 나와 하늘은 다시 이 땅위에 새롭게 열리고, 모든 피조물이 적합한 자리를 찾을 것이다’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마치 이 참혹한 인간의 모순들이 모두 걷히고 세상에 진정한 사랑이 오기를 믿고 간구하는 것처럼.

  시트웰은 유복한 귀족가문에서 태어났고, 젊을 때부터 예술가로 각광받는 화려한 생활을 하였으며, 훗날 영국에서 데임 작위를 받았고, 시인으로서도 존경을 받으며 오래오래 살았습니다. 또한 비교적 안전한 곳으로 일찌감치 대피한 덕에 전쟁의 참화를 많이 피할 수 있었습니다.

  슈타인은 아버지가 일찌감치 돌아가셔서 어머니가 장사를 해야했고, 어렵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부유한 가정도 아닌 생활을 했습니다. 여러번 인생의 좌절과 실패와 연애의 실연까지 맛보아야 했고, 훗날엔 아우슈비츠의 독가스실에서 인생을 마치는 고난에 찬 삶을 살았습니다.

  한쪽은 고난에 찬 삶을 산 성녀, 한쪽은 유복한 인생을 살다간, 지금까지도 존경받는 대시인입니다. 서로 다른 인생을 살아갔지만 인간성이 점점 잔인해지고, 절망적으로 변해가는 데에는 깊은 슬픔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제 안에서 성녀 에디트 슈타인과 시인 에디트 시트웰은(그러고보니 퍼스트 네임이 같군요. 영미에서는 이디스라고 발음합니다만) 한없이 영혼의 따스함을 담은 눈으로 서로 마주보고 있습니다. 전쟁으로 인한 비참함과 슬픔을 말없이 공감하며 그렇다고 결코 제가 좋아하는 또 하나의 시인 파울 첼란처럼 절망하지는 않으면서, 그녀들은 언제까지나 세상의 진정한 평화를 기도하고 또 기도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게 제 안의 그분들의 이미지입니다. 그건 그렇고, 오역에 잘못된 지식 투성이오니 지적하고 싶으신 분은 한없이 때려주시길.

  그렇다고 이런건 아니고요!!  ㅡ0ㅡ;;; 튼튼해보여도 보기보다 여린 여자입니다(눈물 찔끔). 나중에 혹시라도 제 실력이 향상되면 에디트 슈타인의 온라인에 있는 다른 시나 단문들을 틈틈히 번역해볼께요. (왠지 번역하지마!! 라는 소리가 환청으로 들려오는건, 제 착각일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꾸벅)

아참, Novena가 원래 오순절의 의미인데 이게 원래는 유대교 단어라서;;; 성령강림? 성령강림주일? 이렇게 헤메다가 그냥 가톨릭 용어집에 보니 오순절이라고 나와 있더라구요. 그래서 오순절로 대충 떼워버렸습니다. 사실은 귀찮아서요. ㅡ,.ㅡ;; 전 이런 여자예요.

Still Falls The Rain by Edith Sitwell

주님, 오늘 하루 또 평화롭고 고요한 마음으로 행복한 마침을 하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사람들은 제게 잃은 것이 많다 하지만 저는 주님께 받은 것이 더 많아 이루 헤아릴 수 없습니다.
어머니가 암 투병을 하지 않았다면 암으로 고통받는 환우들과 그 가족들의 슬픔을 헤아리지 못했을 것이며,
제 몸과 마음에 병이 들지 않았다면 지금 이렇게 매일매일의 은총받는 삶을 느끼지 못했을 것입니다.
또한 아버지가 당뇨합병증으로 한 다리를 잃지 않으셨다면 제가 과연 장애로 괴로워하시는 분들의 눈물을 이해했을까 싶습니다.
주님, 이전의 저는 편협하고 오만하고 악하였으며, 지금도 마음의 병이 다 고쳐지지 않아 항상 주님께서 슬퍼할 죄를 짓습니다.
마음의 병은 육체의 병보다 더 무섭습니다.
자비로운 예수님, 저를 눈처럼 깨끗이 하시어 마음의 병을 이겨내게 하소서.
육체의 고통은 저의 십자가의 몫으로 남겨두시되 아픈 사람들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주소서.
이제 남겨진 제 지상에서의 삶을 주님께 오로지 봉헌하게 하소서.
주님, 늘 바라는 것만 많고 주님께 감사드리지 못하는 저는 이렇게 또 은혜로운 하루를 주시는 주님께 드릴 것이 없습니다.
그저 이 마음과 몸을 찬미와 봉사의 제물로 바치오니 어여삐 여겨주시어 받아주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비나이다. 아멘.

바오로딸 사이버 기도실에는 참 아프고 힘들고 고통스런 사람이 많습니다. 누구나 그분을 부르며 평화를 간구하지요. 그럴땐 직접 도와드릴 수 없는 제 마음도 역시 슬픕니다. 아마도 이 많은 기도를, 이 많은 고통의 부르짖음을 들으시는 그분은 얼마나 아프실까요……

이디스 시트웰의 아직도 비는 내린다(Still falls the rain)이라는 명시가 있습니다. 1940년의 독일에 의한 런던 공습 때 밤부터 새벽까지, 공포와 불안과 슬픔으로 잠을 못 이루던 시인이 탄생시킨 걸작이지요. 매우 인도주의적인 색채가 강합니다.

2차세계대전의 비참한 상황을 직시하면서(실제로 시트웰은 생애 동안 두번의 세계대전을 겪었습니다) 작가의 슬픔은 얼마나 컸을까요. 히로시마 원폭 사건이 일어난 그때, 이미 위대한 시인으로 우뚝 선(나중에 영국 여왕이 주는 Dame 작위까지 받게 됩니다) 시트웰은 인간성의 상실에 대한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고 합니다.

Still falls the Rain—-
Dark as the world of man, black as our loss—-
Blind as the nineteen hundred and forty nails
Upon the Cross.

Still falls the Rain
With a sound like the pulse of the heart that is changed to the hammer-beat
In the Potter’s Field, and the sound of the impious feet

On the Tomb:
Still falls the Rain

In the Field of Blood where the small hopes breed and the human brain
Nurtures its greed, that worm with the brow of Cain.

Still falls the Rain
At the feet of the Starved Man hung upon the Cross.
Christ that each day, each night, nails there, have mercy on us—-
On Dives and on Lazarus:
Under the Rain the sore and the gold are as one.

Still falls the Rain—-
Still falls the Blood from the Starved Man’s wounded Side:
He bears in His Heart all wounds,—-those of the light that died,
The last faint spark
In the self-murdered heart, the wounds of the sad uncomprehending dark,
The wounds of the baited bear—-
The blind and weeping bear whom the keepers beat
On his helpless flesh… the tears of the hunted hare.

Still falls the Rain—-
Then—- O Ile leape up to my God: who pulles me doune—-
See, see where Christ’s blood streames in the firmament:
It flows from the Brow we nailed upon the tree

Deep to the dying, to the thirsting heart
That holds the fires of the world,—-dark-smirched with pain
As Caesar’s laurel crown.

Then sounds the voice of One who like the heart of man
Was once a child who among beasts has lain—-
“Still do I love, still shed my innocent light, my Blood, for thee.”

아직도 비가 내린다 -

인간의 세상만큼 어둡고, 우리의 상실만큼 어둡다.

십자가 위에 박힌 1940개의 못만큼이나 눈멀어 있다.

아직도 비는 내린다.

이름없는 이들의 무덤을 심장의 고동에서 망치가 내려쳐지는 소리,

그리고 불경스러운 발자국 소리로 울린다.

그 무덤에,

아직도 비는 내린다.

미약한 희망과 인간의 두뇌 속에서 카인의 이마를 가진 벌레와 그 탐욕이 자라나는,

그 피의 벌판에서…

아직도 비는 내린다 -

십자가 위에 매달려 계신 ‘굶주린 분’의 발치로 비가 내린다.

그곳에 밤낮으로 못박혀 계신 예수 그리스도님,

저희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부자에게도, 라자로에게도(자비를 베푸소서),

이 비 아래에서는 종기나 황금도 모두 매한가지이오니.

아직도 비는 내린다.

‘굶주린 분’의 옆구리에서 난 상처에서 아직도 피는 흐른다.

그분은 그분의 성심(聖心) 안에 모든 상처를 다 받아들이신다 - 꺼져버린 희망들의 상처를.

스스로 죽어버린 마음, 슬픔의 상처들, 무지의 암흑들 안에서

마지막으로 희미하게 빛나는 반짝임을.

곤경에 빠진 곰의 상처를,

사육사에게 매맞고 눈멀고 흐느끼는 곰,

무력한 살덩이로…… 사냥당하여 눈물 흘리는 토끼의 상처를 받아주신다.

아직도 비는 내린다.

그때 - 나의 아버지께 나는 올라가련다. 누가 나를 붙잡고 끌어당기는가 -

보라, 그리스도의 피가 창공에 흐르는 것을 보라.

피는 우리가 나무에 못박은 그 이마를 타고 흘러,

지상의 겁화를 지니고 죽어가는 몸과 목마른 가슴으로,

마치 카이사르의 월계관마냥 고통으로 검게 더럽혀진 가슴으로 흘러내린다.

그때, 사람의 심장과 같이 짐승들 사이에 누우셨던 한 아기였던 분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아직도 너희를 사랑한다. 너희를 위하여 나는 아직도 내 순결한 빛, 내 피를 흘린다.”

El Espolio (The spoliation, Christ Stripped of His Garments)
1577-79 (210 Kb); Oil on canvas, 285 x 173 cm; Sacristy of the Cathedral of Toledo

요새 제 PC 바탕화면에 깔아놓은 그림입니다. 처형 직전의 그리스도, 오른쪽에서 폭도가 그분의 옷을 막 벗기려 하는 장면이죠. 그리스도는 눈물이 어린 눈으로 하늘을 고즈넉이 바라보고 계십니다.

고통스럽고 화가 날 때면 언제나 이 그림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습니다. 그러면 마음이 왠지 많이 풀려요. 엘 그레코(실제 이름이 아니라 출생이 그리스 인이라서 ‘그리스인’이라는 별명이라고 합니다)는 항상 영묘한 화가인것 같아요. 카라밧지오, 히에로니무스 보스와 함께 가장 좋아하는 화가 중 하나입니다.

며칠 뒤면 또 비가 내립니다. 한진중공업의 크레인 위에도, 그리고 사력을 다해 버티고 계신 명동의 철거민 분들에게도…… 그분들의 고통이 행복으로 바뀌기를 꼭 소망하고 소망합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 오늘은 음악이 없습니다. 지쳐서ㅎㅎ

The one I love is the way you are.

  Ingrid Michaelson의 뮤비 The Way I Am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뮤직비디오입니다. 그 뮤직비디오에서는 남과는 다르다는 이유로(광대 분장을 한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주인공-Ingrid 자신) 집단 따돌림을 받고, 절망하여 ‘나는 괴물’이라는 말을 화장실 거울에 써넣는 Ingrid를 그토록 따뜻하게 감싸안으며 사랑하는 남자가 누굴까 항상 궁금했습니다.

  너튜브에서는 embed 소스를 허용하지도 않더라구요. 그럼 뭐합니까? 더 화질 좋은 vimeo에서 연결해 쓸 수 있는데… 많이 쓴다는 것 빼고는 너튜브는 한물갔어요. 아참 이건 잡담이고;;;;

  궁금해~ 궁금해~ 무슨 호기심 어린이처럼 구글링을 해서 매달려봤더니 위키에 Greg Laswell이라고 써 있더군요. 광대 분장했을 때도 너무나 착하고 선한 눈빛이 인상적이었는데 실제로 맨얼굴 사진을 보니 훈남 아저씨!! +_+

 

  털이 좀 많긴 하지만 이정도 쯤이야….ㅎㅎㅎ;;;;;;;;

  Greg Laswell은 1974년 샌디에고 출생의 싱어송라이터입니다. 무명인 시절에는 아내가 능력없는 남자가 싫다고 집을 나간 아픔도 있었답니다. 하지만 앨범 Good Movie를 발표하면서 2004년에 샌디에고 뮤직 어워드에서 최고의 지역 뮤지션 부문을 수상하고 또 그 다음 해에는 최고의 얼터네이티브 뮤지션 부문을 수상합니다.

  지역 명사(?!)에서 전국적으로 유명해진건 아마도 유명한 미드들에 속속 그의 잔잔하게 속삭이는 듯한 노래가 삽입되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미소천사 언니가 나오는 수사물 ‘콜드케이스’에 2집 앨범 Though Toledo중 Sing, Theresa Says가, 그리고 ‘스몰빌’에서 High and Low’, ‘Come Undone(듀란듀란 할배들의 그 노래가 아닙니다!!)’이 파울로 코엘료의 원작을 각색한 영화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에 나와서 앨범은 미국 전역에 그야말로 ‘대박’을 쳤습니다. 그후 호텔 카페 투어라는 투어에 여러 뮤지션들과 동참하면서 세번째로 발표한 EP Three Flights from Alto Nido에서는 Comes and Goes, How the Day Sounds, Days Go On, And Then You같은 곡들이 트루 블러드, 그레이 아나토미,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같은 드라마와 영화에 삽입되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요. 세번째의 정규 앨범 From Take A Bow에서는 Goodbye가 너무 인기있다 못해 너무 장수해서 이젠 지겨운;;; ‘그레이 아나토미’ 배경음악으로 나왔습니다.

 Ingrid와 Greg는 똑같이 그레이 아나토미 드라마 배경음악을 통해서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네요. 사실 꼭 드라마가 아니더라도 두 사람 음악이 너무 좋아 성공했겠지만 같은 드라마에 음악을 제공했다는 사실이 재미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Take Everything이라는 감각적이고 아름다운 그렉의 곡에서는 잉그리드가 직접 목소리 출연을 해주고 있습니다. 다만 그녀의 귀여운 모습이 안나온 것이 아쉬울 뿐이에요.

  미국 팬들 중에서는 두 사람이 잘 어울린다며 결혼해라! 하는 말들이 많더군요. 하긴 둘이 정말 잘 어울려보입니다. 음악성향이나 목소리 화음이 진짜 잘 어울리는것 같아 저도 둘이 참 알콩달콩 커플이 될것도 같은데, 흠…… 너무 잘 맞으면 오히려 연애를 못하는 법인 모양입니다. 두달 동안 데이트를 했지만 결국은 서로의 가장 좋은 친구로 남기로 했다네요. 뭐, 그래도 아직 둘다 싱글이니 기대를…… 해봐도 되지 않을까요? ㅎㅎㅎ

  잉그리드 마이클슨은 워낙 유명하니 간단하게만 설명하겠습니다. 1979년 생인 그녀는 아버지는 작곡가, 어머니는 극작가인 예술적인 집안에서 성장했고 대학까지 쭉쭉 순조롭게 올라가 버밍햄 대학에서 연극을 전공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그녀의 노래가 미국내에서만 상당한 인기를 누린 모양입니다만 2009년 제이슨 므라즈의 투어에 게스트로 초대되면서 지금 현재 전세계적으로 인기가 확산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그레이 아나토미가 워낙 성공했으니 Winter Song 이라든가 Pictures of You, Overboard, Sad Songs for Dirty Lovers, The Way I Am 같은 곡들을 듣고 아아~ 그 노래~ 하며 반갑게 잉그리드 마이클슨을 기억하는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The Way I Am 가사가 참 훈훈해서 올려봅니다.

If you were falling, then I would catch you.
You need a light, I’d find a match.

당신이 하늘에서 떨어진다면, 난 당신을 꼭 (떨어지지 않게)붙들거예요.

당신이 빛을 바란다면, 난 성냥을 찾죠.

Cuz I love the way you say good morning.
And you take me the way I am.

당신이 아침 인사를 하는 (당신만의) 방식을 나는 사랑하기 때문이죠.

그리고 당신은 나를 나 자신으로 있게 해줘요(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줘요).

If you are chilly, here take my sweater.
Your head is aching, I’ll make it better.

당신이 추위에 떨면, 자, 여기 내 스웨터가 있어요.

머리가 아픈가요, 내가 낫게 해 줄께요.

Cuz I love the way you call me baby.
And you take me the way I am.


I’d buy you Rogaine when you start losing all your hair.
Sew on patches to all you tear.

당신 머리카락이 줄기 전에 난 로게인을 사줄거예요.

당신이 흘린 눈물 모두를 패치로 만들거고요.

Cuz I love you more than I could ever promise.
And you take me the way I am.
You take me the way I am.
You take me the way I am.

Rogaine이 미국에서 유명한 남성용 발모제랍니다;;;;; 귀엽네요…(…)

여기에 마치 화답하는듯한 노래가 Greg Laswell의 The One I Love입니다.

i’m all packed up now early in the morning
i’ll take my leave
i’ll bring your words along with me
maybe one day they will mean something

for now they buzz and crumble down
a little bit too easily
from a time that i am not quite over
what the hell is wrong with me

i might be gone a little while
i guess we’ll see
i gotta make a home outta somewhere
and you’re all over this city

and it’ll take a flight to figure out
where i’m gonna finally land
and the time it takes for me get there
i’ll be one to start again

but i should probably say that i’m unsure why i’m running
running away from
the only thing i want
yeah, i should probably say that i’m unsure why i’m running
running away from the one i love

and if the plane lifts off
i’ll write you a letter, to say goodbye
and i will make it long and maybe lie just a little
tell you that i’m doing fine

then i’ll send it out and let things be
if not for you
for me and for the time i’ve spent foolishly loving thee

but i should probably say that i’m unsure why i’m running
running away from
the only thing i want
yeah, i should probably say that i’m unsure why i’m running
running away from the one i love

the one i love

영어가 딸려서 가사 해석은 잘 안되지만 무슨 고민인지, 혼란에 빠진 남자에겐 그래도 연인이 The one I love인 셈입니다.

끝으로 잉그리드와 그렉이 같이 부르는 알 수 없는 듀엣곡. 둘이 참 예뻐요ㅎㅎㅎ.

Senza mamma

Senza mamma, o bimbo, tu sei morto!

 며칠전 전화가 왔다. 동물보호단체에서 걸려온 전화였다. 전에 맡겨놓은 유기견을 기억하느냐고 묻는 목소리에, 그곳에서 풀은 죽었어도 여전히 씩씩하게 잘 지낼 이순이 녀석의 얼굴을 떠올리며 무슨 일이냐 물었더니 뜻밖에 안락사라는 단어가 튀어나온다.

 오늘 안락사시킬 예정인데 혹시라도 입양할 의사가 있는지.

 뜻밖이었다. 내가 주웠긴 하지만 2주동안 지내면서 정이 꽤 들었던 녀석이었고 너무 심하게 말썽을 부리긴 했지만 그런데로 애교가 있는 아이라 밉지가 않았다. 아버지가 급하게 입원하시지만 않았어도 동물보호협회 같은 곳에 신고를 해서 데려갈 생각은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아버지는 그렇게 급하게 응급실에 실려가셨고, 보호협회에서 온 직원분이 안락사 동의서에 서명을 하며 굳는 내 얼굴 표정을 읽은 듯 보통 석달은 데리고 있고, 어린 강아지는 특히나 되도록 오래 지내도록 하니 걱정말라고, 이후에 입양절차를 정식으로 거쳐 데려오면 된다고 말해주었다.

 안심이 된 나는 그곳 홈페이지에서 구부정하고 불편한 자세로 케이지 안에 서서 겁에 질린 표정의 이순이를 찍은 사진을 바라보면서 가끔 속삭이곤 했다. 걱정하지마, 이제 곧 내가 널 데리려 갈께. 다시는 너를 버리지 않을, 너의 영원한 가정을 만들어줄께……

 막상 그 전화가 걸려왔을때, 아버지는 이제 막 다리 절단 수술을 끝내시고 불안정한 상태였으며 집안은 패닉상태이고 가족은 병원 여기저기에 끌려다니느라 지쳐있었다. 당장 맡으라는 건 좀…… 말끝을 흐리자 그럼 안 맡는거냐고, 즉답을 원하는 투에 할 수 없이 떨어지지 않는 입술을 간신히 움직여 네…… 라고 대답했다.

 안락사를 시킬 경우 연락을 달라고 했지만 어째서 왜, 안락사를 시키는가에 대한 설명도 없고, 다짜고짜 오늘이라고 날짜를 들이대다니. 이건 솔직히 사형수에게 사형날짜가 갑자기 통보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참 불공평한 일이 아닌가 홀로 생각했다.

만약 그 아이가 너무나 아파서 할 수 없는 안락사가 필요했다면 내게 입양 의사를 물어봤을리가 없으니 분명히 무슨 말썽이 있었던 것 같은데, 내가 원한 ‘연락’ 이라는 것은 적어도 하루나 이틀 전에 이 아이의 문제가 뭐고 어떻게 되어서 그런데 입양을 원한다면 어떻게 해줄수 있다는 그런 종류였다. 물론 적은 인력에, 유입되어 오는 유기견의 수는 너무나 많고 자신들도 감당하기 힘든 엄청난 양의 일에 시달리고 있을 것이다. 그런 고충은 이해한다. 하지만 그래도……

……그래도 생명이다. 적어도 하루전에 전화를 해주었으면 무언가, 무력한 나지만 무언가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지금 손목인대를 다치고, 아버지 병원에 아침저녁 왔다갔다하기도 지친 어머니는 그녀석 팔자였다고 하지만 나는 그 하루종일 소리조차 못내고, 우는 얼굴조차 보여주지 못하고 울었다.

‘주님, 오늘 떠나는 불행하고 작은 영혼 하나를 품에 거두어 주시옵소서. 사람과는 다른, 하지만 가장 사람과 가까운 친구인 개 역시 주님의 소중한 피조물일진데, 주님의 품안에 너그러이 받아주시어, 다시는 버려지는 고통없이 그 안에서 쉬게 해 주소서. 천국의 넓은 뜰을 마음껏 뛰어놀고 아이들과 장난치며 보낼 수 있도록 그 작은 개의 영혼을 받아주소서……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자비를 베푸소서…… 또한 바닥에서 소리도 못내고 울고 있는 이 가련한 죄인을 굽어 살피어 자비를 베푸소서, 자비를 베푸소서……’

내 작은 제비꽃, 내 작은 아가, 짱알이 이후로 처음으로 애정을 잠시라도 느꼈던 내 아가 이순이…… 이렇게 엄마도 없이 차가운 케이지 안에서 예쁜 머리를 숙이고 하늘나라로 떠나버렸구나.

엄마도 없이, 가엾은 아가야, 너는 죽었구나!

Senza mamma, o bimbo, tu sei morto!
Le tue labbra, senza I baci miei,
Scoloriron fredde, fredde!
E chiudesti, o bimbo, gli occhi belli!
Non potendo carezzarmi,
Le manine componesti in croce!
E tu sei morto
Senza sapere
Quanto t’amava
Questa tua mamma!
Ora che sei un angelo del cielo
Ora tu puoi vederla
La tua mamma,
Tu puoi scendere giù pel firmamento
Ed aleggiare intorno a me ti sento.
Sei qui, sei qui, mi baci e m’accarezzi.
Ah! Dimmi, quando in ciel potrò vederti?
Quando potrò baciarti?
Oh! Dolce fine d’ogni mio dolore
Quando in cielo con te
Potrò salire?
Quando potrò morire?
Quando potrò morire?
Dillo all mamma
Creatura bella
Con un leggero scintillar di stella
Parlami, parlami, amore, amore amor!

결국...

Tumblr도 좋지만 Flavor 하나 있으면 귀찮지 않을 것 같아 선택.

Parsifal - Levine @ Met (1992) - Pt 01 (by AleksendrLim)

The ‘Great’ Levine. :)

Playlist: http://www.youtube.com/view_play_list?p=B8C196D2E108077E

쇼핑의 기술 - 사진 올릴 곳이 모자라서…

조만간 지르리라 결심한 아이템들. 그러나 아무래도 품절될까 무섭죠? 아버지 수술 끝나고 ‘수술비가 남으면 ㅋ’ 어머니가 이러시면서 허락하신 아이템… 그런데 아무래도 그 안에..(…) ㅠㅠ

여기 주소는 http://www.minisum.co.kr/cocochanellove

(사실 가르쳐주고는 싶지 않은데 품절될까봐 ㅠㅠ)

쇼핑의 기술 1편 - 가방, 잡화편

 저는 쇼퍼홀릭입니다. 허구헌날, 사지 않아도 이것저것 구경을 하고, 또 뭘 하나 사야겠다고 결정을 하면 그날부터 쇼핑과의 전쟁이 시작됩니다.

 예를 들어, 스커트 하나를 산다고 생각해보죠.

 그 스커트를 사겠다고 결정한 날이 만약 월요일 오전 11시라면, 그때부터 일주일간은 거의 무슨 프로젝트나 추진하는 것처럼 일이 진행됩니다. 이른바 쇼핑 프로젝트죠 ㅎㅎㅎ 한때 비서였다가 결국 제안서, 프레젠테이션 양식 디자이너가 되어버린 과거의 직업의 영향을 받아서일까요?

 우선 스커트의 모양을(세상에는 H형, A형, 플리츠, 플레어, 튤립, 머메이드 등 각종 스커트가 있습니다… 남자분들은 경악하시겠죠 후후후;;;) 정합니다. 그 다음에 H형 스커트(그냥 일자형 스커트라고 부르는 오피스룩의 정석이죠)를 골랐다고 해봅시다. 그러면 또 거기서 소재에 대한 고민에 빠집니다. 새틴은 고급스러우나 코디하기 어렵고 모직이나 린넨은 활용도가 좁고, 면은 통기성은 좋으나 늘어짐이 있어서 모양이 안예쁘며 혼방은 싼티가 날 수도 있고… 등등 고민합니다. 여기까지만 한 이틀이 걸리죠. 또다시, 모직이 한 60% 정도 되는 폴리에스터 소재를 선택하는 단계까지 이르면 그 다음부터 본격적인 시장조사가 시작되는 겁니다. 이대와 홍대, 가로수길의 로드샵, 백화점, 마트와 할인점의 브랜드, 인터넷 유명 쇼핑몰…… 장단점을 비교해보고 고민을 하고, 로드샵과 백화점을 돌아다니며 한 사흘정도 현장조사를 하고 나서~ 드디어 일요일 쯤에나 마음에 드는 스커트를 획득하고 흐뭇한 마음으로 그 다음주에 그 옷을 입을 날만 기다리는 거지요. 항상 저 자신의 사이즈는 정확하게 꿰고 있기 때문에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옷고르는 것은 문제가 없었습니다.

 보통 여자들은 다 저런다고요? 근데 저는 좀 심합니다. 블라우스 하나 사겠다고 한달동안 돌아다니다가 품절되어서 그자리에 앉아서 엉엉 운 적도 있어요ㅎㅎㅎ

 이렇게 남들보다 복잡하지만 뛰어난 쇼핑의 기술을 가졌고, 나름대로 현명한 선택을 할줄 안다고 자부하던 저도, 딱 한가지 핸디캡이 있습니다.

 바로, 가방같은 걸 잘 못고른다는 점.

 백화점에 가도 인터넷을 들여다봐도, 전에 홈쇼핑에서 H모사의 브랜드를 팍팍 밀고 있을때도…… 도저히 어울리는 가방 모양에 갈피를 잡을 수 없더라구요. 어차피 대부분의 국내에 유통되는 가방은 명품 디자인을 카피한 것들이고(직접 만들어 판다는 사간동의 모 가게도 가죽이 좋고 웰메이드라는 것뿐, 에르메스와 멀버리 디자인을 그대로 따라했더군요), 백화점에서도 갈피를 잡을 수 없고, 게다가 명품은 사기도 비쌉니다. 그런데도 이미테이션이라면 딱 질색을 해서 그저 1~2년에 한번 큰맘 먹고 대행사이트에서 클리어런스 세일할 때마다 마이클 코어스나 케네스 콜, CK 같은 아이들을 구매하는 정도였죠(세계적인 명품은 아니나 뉴요커에게는 몹시 사랑받는 아이들). 아참, 가끔 아이그너도. 그런데 워낙 가방을 험하게 쓰는 편이어서 캔버스 소재가 대부분인 코어스는 망가지기 일쑤더군요. 개를 키우지 않게 된 이후에도 너덜너덜한 아이들이 1년에 한번은 교체가 되었답니다.

 근데 참, 웃긴게, 그래도 스타일은 제법 멋부릴 줄 안다는 인간인 제가 가방은 못 고르는거예요. 항상 같은 디자인으로 가방을 사곤 했죠. 똑같은 거 또 산다는 핀잔을 이사람 저사람한테도 들어가면서도 가방 같은 건 잘 못골랐어요. 그러니 절대로 사토리얼리스트 같은 유명 블로거는 켜녕, 그냥 패션이 주제인 무가지라든가 하다못해 화장품브랜드의 책자같은데서 기획으로 실리는 스트리트 패션같은 곳에도 사진이 나올리 없겠죠. (물론 사진이 나와도 원판이 오크라서…;;;)

 그러다가 빈티지의 멋을 알게 되고 흘러흘러 미니섬이라는 사이트까지 흘러갔습니다. 개인 물품을 주로 경매나 작은 미니샵으로 올려 파는 곳인데 뭐 거의 미녀섬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미녀 인구 분포가 많고,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아기자기한 이야기들이 오가는 인정많은 사이트였죠.

 그리고 드디어… 내 인생의 가방 스타일 종결자를 만났습니다. 거, 일본 유명한 만화가 안노 모요코가 자기 돈자랑을 위해 쓴 것 같은 뷰티 매니아인가 이 수필집(하지만 재미있는)에서 말했잖아요. ‘내 운명의 미용사가 LA에 있어서 나는 꼭 거기로 가야만 했다’.

 저도 제 운명의 가방스타일을 구매할 수 있는 한 샵이 있어서 미니섬으로 발을 돌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것도 하필이면 가장 좋아하지만 도저히 돈이 없어 멋을 낼 수 없는 그 이름, 코코샤넬, 거기에다가 매우 러블리한 Love를 붙여 코코샤넬Love라는 이름을 가진 그 샵을 말입니다.

 상냥하고 예쁜 여주인이 경영하는 이 샵에서 제일 먼저 지른것은 원래 우리 조카에게 줄 인형이었어요. 조카가 모두 5명인데, 시커먼 남자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핑크빛으로 방실방실 예쁜 건 우리 윤경이 하나 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이 여자아이는 그래서 이 이모의 마음을 흐물흐물 해파리처럼 만들어서 뭐든지 주고 싶은건 다 주게 만드는 매력을 지녔습니다.

  위에 나온 건 바비 인형 사진, 편하게 갖고 놀라고 3개를 주문했는데 빗이랑 안경이랑 티아라까지 달린게 장식용으로도, 놀기에도 그만, 에이 사진보다는 못하겠지. 사진은 보정을 하니까 했더니… 사진보다 예쁜 실물이었다면 역시 득템이었겠죠? 인형의 퀄리티가 상당했습니다. 게다가 입은 옷들도 다 예뻤어요ㅎㅎㅎ 거기에다 랜덤박스를 시켰더니 내용이 어마어마하더군요. 왜 요새 랜박이라고 해서 미스터리 쇼핑이 유행이지 않아요? 뭐가 걸릴지 모른다는 짜릿함과 기대와 공포. 실망하는 사람도 많다는데 저는 꽤 만족스러웠지 뭐예요.

 이 샵의 예쁘고 친절한 여사장님은 제 마음을 어떻게 알았는지, 당시 샵에서 꽤 고가로 팔리던 액세서리를 이것저것 넣어주고 게다가 평소에 좋아하던 스타일의 옷까지 넣어주셨어요. 가격대가 훨씬 넘었지요. 이때부터 제가 코코님이라고 부르는 이 예쁜 코코샤넬Love 샵의 여주인님과 인연이 시작된겁니다. 그리고 저는 그때부터 가방 스타일 연출에 눈을 떴지요.

 코코님은 굉장히 상냥하신 분이었습니다. 마음이 따뜻하다고 하실까요, 가뜩이나 요새 프리마켓등을 통해 전설이 되어버린 미니섬에서도 손가락 안에 꼽히는 유명한 판매자이다보니 남들보다 심한 진상도 많이 만나고 최근에는 사이코패스 고객까지 만나곤 하셨죠. 그런데도 처음 얼굴도 뵙지 않고 쪽지로 주절주절 신세 이야기를 늘어놓기까지 하는 저에게 오히려 위로와 격려를 해주셨습니다. 그런 식으로 단골들의 개인적인 이야기도 들어주시는, 멋진 여사장님이에요.

 

 매우 화질이 좋지 않은 폰카의 위력에도 불구하고, 그때 막 깨끗하게 목욕시켜 놓은 제 소중한 인형 양돌이보다도 더 하얗게 빛나는 이 가방, 거의 반의 반 가격도 못되는 세일 가격에 샀어요. 샤* 스타일의 깔끔하고 독특한 디자인의 가방. 실제로 보면 더 예쁜데, 놀랐던 게 가방 안쪽에 개런티 카드가 들어있었어요. 제가 산건 바로 그 말로만 듣던 ‘홍콩 커스텀’ 제품이었던 겁니다. 개런티 카드가 동봉되는 경우는 거의 그 제품 밖에 없어요.

 이분 가끔 이렇게 새상품인데 가격을 파격세일해서 올려놓는 경우가 있답니다. 커스텀, 빈티지 폴더에서 깜짝쇼를 하듯 제품을 섞어놓곤 하죠. 그것도 새상품을 말입니다. 그럴때 잽싸게 집게 되면 그땐 눈물을 흘리며 ‘득템 봤다~~~~’ 이렇게 외치게 되는 일이 생기더군요.

 

 게다가 저를 감동의 도가니탕에 아예 우려내시려는지 뜻하지 않은 깜짝 선물까지 주셨는데, 저기 보이는 이미지(원래 불펌인데 찍어놓은 이미지가 없어서 샵에서 할 수 없이 퍼옴)에서 가운데의 깜찍한 루이비* 키홀더까지 보내주신거예요.

 키홀더는 마침 키홀더가 떨어진 어머니께 선물을 드렸어요. 그랬더니 흐뭇해지셔서 ‘원 천사가 따로 없구나, 우리 동네 올 일 있으면 와서 음식이라도……’ 하는 말씀을 하셨어요. 인심좋고 마음 푸근하신 우리 어머니, 식사 한끼 하자고 하시는 말씀은 최고의 칭찬입니다. 그만큼 방문한 손님을 오래된 친구처럼 편안하게 대해주시는 분이라서…..(이건 어머니 자랑질이네요;;;)

 아무튼 저 하얀 가방, 어느 옷에나 어울리고 사계절이 따로 없는 완소 아이템입니다. 제가 가장 사랑하고 즐겨드는 가방 중 하나이죠. 얼마전에 구입한 꾸레쥬 재킷과도 잘 어울려서, 목요 미사에 이 가방을 들고 참석했는데, 하필이면 그날이 성 베드로 ‘샤넬’ 신부 성인 축일 기념도 되지 뭐에요…(…) 그 성인께서는 단어 하나 틀림없이 알파벳 표기로 ‘Chanel’이더군요ㅎㅎㅎ 신부님 눈이 동그래지시기 전에 얼른 인사를 하고 다다다닥 뛰어왔습니다. 다행히 로고가 자수로 되어 있는 독특한 스타일이라서, 눈에는 안띄어서 다행이지 보셨으면 웃으셨을거예요. 그나저나 샤넬 성인께서는 세상에서 가장 ‘럭셔리’한 성인이시군뇨!! T.T

 가방 좀 고만 사라!! 뭐 이런 이야기를 듣고도 또 지르려고 호시탐탐 노리는 저입니다만, 좀전에 또 가방을 구입했어요 흠……

 이번 겨울에는 따뜻한 털장화 하나 신고 싶다~ 뭐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렇다고 흔히 하듯이 반바지 입고 두꺼운 레깅스에 에스키모를 연상시키는 어그부츠를 신고 어그적 어그적 걸어가는 제 모습을 생각하니 온몸에 소름이 끼치더라구요. 그런데도 인터넷이고 뭐고 다 뒤지는데도 원하는 부츠가 나오지 않았어요.

 제가 원하던 부츠는 온라인의 패션 전도사, 전세계 패션 피플이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그녀, Cherry Blossom Girl의 이런 부츠였습니다.

 여기서 좀 목이 높고 털이 안에 따끈하게 깔려있고 굽은 눈만 내리면 맨땅을 못딛고 물개마냥 땅 위에서 어그적거리는 저를 위해 낮아야 하고 바닥은 울퉁불퉁 미끄럼 방지가 되어 있어야 한다…… 라고 한다면 너무 과도한 요구인가요?^^;;;;

 그런데 또 이 작지만 아름다운 아이템이 꽉꽉 찬 샵이 제 고민을 해결해주더군요.

 나인웨스트의 털코트와도 코디를 하고 다녔는데 꽤 예뻤어요. 오랫동안 동경해오던 바네사 파라디의 빈티지와 고급을 섞어놓은 듯한 파리지앵 분위기 연출에 드디어 성공했습니다. 다만 옆에 조니뎁이 살고있진 않지만^^;;;; 겨울 내내 따뜻하게 잘 하고 다녔어요.

 기왕에 신발과 가방 고르기에 성공에 성공을 거듭했는데 이제는 프렌치 스타일로 아예 가보겠다…… 라는 게 올해 2011년의 패션 컨셉입니다. 프렌치 스타일하면 딱 떨어지는 느낌의 셔츠나 정장, 약간 빈티지한 아이템의 느낌과 샤넬이 떠오르는 그런 느낌이겠죠.

 그래서 이 녀석을 또 질렀어요. 거기다 가격도 싸게!! 스웨이드와 에나멜의 이중 배색으로 된, 샤넬의 투톤 구두를 닮은 독특한 스타일이죠.

 작은 듯 하면서도 은근히 수납칸이 빼곡해서 교리교과서까지 넣고 일요일 성당에 가기 참 좋았습니다. 사실 그러면 안된다는 걸 알면서도 다들 가방을 한번씩 쓰윽 쳐다보실때, 아니면 예쁘다고 아예 말씀하시며 출처를 물어보실 때의 그 기분, 있잖아요. 교만이라는 죄일 순 있지만 왠지 내가 마치 브루니 사모님이나 갱스부르그 언니가 된 기분. 저같은 그저 그런 평범한 속인에게는 나름대로 악세서리가 힘을 주는 느낌이니까요.

 

 같은 느낌에 이것도 단숨에 질러버렸어요. 가방과 지갑 위주의 샵이지만 간혹 나오는 액세서리가 깨물어 주고 싶게 귀엽고 럭셔리하니까요. 이 디자인은 은근히 흔하게 많이 나옵니다만, 이렇게 두툼한 중량감이 느껴지는 경우는 진짜 없었습니다. 크기도 적당하고, 너무 얇아서 싼티나는 그런 느낌도 없었어요. 아무튼 이 샵에서는 늘 득템이었습니다. 항상 이 샵의 주인 코코님이 친절한 조언을 해주셨으니까요.

 

 요새 두 번에 걸친 다리 수술(하나는 지금 예정 중)로 인해 많이 아프시고 많이 고생하셨던 아버지께 뭔가 해드리고 싶어서 선물로 택했던 벨트. 예뻤어요. 가죽이나 각인, 로고 같은 것도 뭔가 틀리고…… 이건 사실 남녀공용으로는 안나오냐고 코코 사장님을 끈덕지게 조르고 싶었으나 차마 이 착한 분께 그런 짓을 하는 건 도저히 제 양심상 용납할 수 없어서……

 뭐, 대충, 이렇게 구매내역을 주절주절 늘어놓으며 헛소리를 했는데, 저는 사실 소액구매자에 불과해요. 사는 것도 항상 작은 금액이고, 세일하는 것만 집습니다. 한번에 몇십만원 이상을 구매하는 사람도 많고 단골도 많은데, 항상 코코 사장님은 그분들이나 저나 다름없이 친절하게 대해주십니다. 그래도 사람인데, 기왕이면 몇십만원 커스텀 가방 팔아주는 사람이 더 좋을 것 아니겠어요. 그런데도 늘 접속해서 구매를 할때면 쪽지놀이처럼 근황을 이야기하게 되고, 오래된 친구처럼 말을 들어주시곤 하더라구요.

http://www.minisum.co.kr/cocochanellove

코코샤넬Love의 샵

 인터넷 쇼핑업계의 넓은 바다 한가운데 미녀가 특히나 많이 산다는 전설의 섬 미니섬, 그중에서도 한 곳에 작지만 아름다운 샵이 있습니다. 홍콩 커스텀 지갑과 가방, 그리고 여러가지 아이템(국내에서도 알려진 루이, 샤* 중에서도 구하기 힘든 디자인들이 특히 많은)이 빼곡하고 예쁜 옷들도 볼 수 있는, 부모님과 친구들, 남자친구나 남편, 자녀와 조카들의 선물까지 골고루 고를 수 있는 멀티샵. 샵의 여사장님(게다가 미인!!)은 인터넷의 쇼핑 바다보다 마음이 더 넓고, 그래서 항상 부담없이 들러서 훈훈한 마음으로 나올 수 있는 샵.

 당분간은 제 패션 인생의 가방 종결자가 될 샵같아요. 아마도 오랫동안요 ㅎㅎㅎ

 그러고보니 코코샤넬Love 샵의 사장님인 코코님은 저 위의 주이 드샤넬(이 사람 이름도 샤넬)을 연상시키는 귀여운 미인이네요. 옛날부터 그 말을 하고 싶었는데 표현할 길이 없어서…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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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쇼핑의 기술(네가 무슨 보통씨라도 되는 줄 아냐!!) 시리즈는 아마도 연재될 듯 합니다. 때로는 말투가 달라질 때도 있는데 보통은 이런 말투가 계속될것 같네요. 당분간 트위터는 개인모드라 까칠해도… 성공담은 그것을 산 곳의 정보 공유(당연히 커미션 따윈 안받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신다면 나가주심 좋겠네요), 제 실패담도 아마 적나라하게 올라갈 거예요. 당연히 성공하지 못한 불량샵은 그래도 욕을 할 수는 없으니까 제 실패담만 언급할 거고요. 이러다간 파산의 여왕인 나카무라 우사기같은 내용이 될까 무섭습니다. 나의 신용불량 등록기… 이런게 되려나요?!!

 앞으로는 조금씩, 제 옷들의 코디샷과 착용샷(이게 제일 무서운데…;;;;), 그리고 이런저런 제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도 써보겠습니다. 음악 관련만 쓰니까 뭔가 무거워지고, 엄청 칙칙해지는 느낌이라 분위기를 바꿔보려고요. 사진도 올리고 좀더 밝아진 분위기로 나가려고 합니다.

 다만 이런건 좀 무섭네요. 몇달 전인가 자신의 모습을 올리며 뚱뚱해도 당당하다고 주장하는 여자가 있어서 멋지다고 생각해서 reblog도 해주고 몸무게를 걱정하지 않는 카바예가 아름답듯 당신도 아름답다고 극찬을 했습니다만 그 다음에 얻은 욕이 뭐였는지 아세요?

 ’미친 년, 지는 좀 날씬하다고 끊임없이 지 사진만 올리는 년이 뭘 알아?’ 뚱뚱해도 당당하게 살겠다고 해서 멋지다고 생각했더니 이건 뭐 컴플렉스에 사로잡혀서 남을 끊임없이 시기하는 싸이코패스더군요. 욕이나 해줄까 하다가, 참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잘했던 것 같아요. 저도 뭐 날씬한 것도 아니지만 본인이 살을 빼거나 뭘 해보려는 노력도 안하면서 끊임없이 예쁜 연예인이나 다른 블로거들에게 욕이나 퍼붓는 그런 여자를 욕하다보면, 저도 똑같은 인간이 되지 않겠습니까.

 아름다움은 단순히 몸이나 얼굴에서만 오지 않습니다. 그건 내면에서도 나오고, 뭔가 귀티가 난다든가 빛이 난다든가 하는 사람들을 보면 행동거지나 마음가짐이 확실히 바른 사람이 많죠. 게다가 나이가 들수록 자신의 얼굴은 자신이 만들어가는 법이라서, 자신이 끊임없이 남을 욕하며 추해지고자 하면 결국은 한 40이 넘어가면 형편없이 쪼그라들고 추한 자신의 얼굴을 거울 속에서 확인할 수 있을거예요. 저도 지금이야 미인과는 거리가 한 백마일쯤 멀지만, 그래도 40쯤에는 정말 ‘내면에서 빛이 나오는 듯한’ 얼굴을 갖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자 합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외국 블로거분도 가끔 보시는 것 같은데 배려드리지 못해 죄송해요, 한국어밖에 잘 못해서ㅠㅠ), 항상 감사드리고요. 늘 그렇습니다만 좌충우돌, 동분서주 이런 온갖 수식어가 어울리는 그런 정신없는 삶을 살고 있는 저입니다만, 이런 노력을 예쁘게 봐주시면 다시한번 감사드리겠습니다.(아, 예쁘게 봐달라고 부탁드리는 것도 자체 민폐군요. 죄송합니다 ㅎㅎㅎ)

세례명 그리고 오페라 타이스에 대한 개인잡담
주절주절 책이야기(카페 마리 이야기도 잠깐)
Novena Of The Holy Spirit by Edith Stein
Still Falls The Rain by Edith Sitwell
The one I love is the way you are.
Senza mamma
쇼핑의 기술 1편 - 가방, 잡화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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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여기 볼만한건 그다지 없을지도 모르겠네요. 저는 화려한 꽃도, 시원하게 가지를 죽죽 하늘로 내뻗은 나무들도, 아름답고 진귀한, 풀밭을 걸어다니는 공작도 키우지 않아요...

하지만, 잘 찾아보면 비록 잡초이지만 예쁜 모양의 풀과 꽃도 있을지 모르고, 또 희미한 빛을 뿌리며 돌아다니는 나비들과 독특한 모양의 돌멩이 한두개는 있을지 모르죠.
무엇보다도, 당신을 위한 초라하지만 안락한 의자도 두서너개 준비되어 있습니다...

자, 비록 작고 초라한, 숨은 정원이지만 부디 즐겁게 쉬다가시기를 바랍니다.

조금은 까칠하고, 조금은 제멋대로이지만,
마음만은 언제나 상냥하려고 애쓰는 주인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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